"뜨득 황제릉 가기 전에 다른 곳 하나 더 들릴게요."
미니버스가 멈춰선 곳은 도로변에 있는 어느 노천 관광기념품점.
시티투어 프로그램에 'Connical hat and Incense Stick Making Village' 이라고 쓰여있어서 이게 뭔가 싶었는데, 베트남 전통모자인 '논 non'과 향을 만드는 마을이었어요.
패키지 투어에서는 쇼핑하는 곳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훼 시티투어에도 관광 기념품과 과자 상점을 들린 것이었어요.
한켠에 앉으신 할머니는 직접 수작업으로 향을 만들고 계셨어요.
얇은 철사에 반죽을 약간 떼서 나무판으로 슥슥 미니까 향이 금방 완성되었어요.
"여러분 중 한 분이 직접 해보세요."
일행 중 아주머니 한 명이 할머니 자리에 앉아 직접 만들어보았지만, 철사에 향 반죽을 고르게 붙이는 게 쉽지 않아보이더라고요.
기념품을 아기자기하고, 종류도 다양한 편이었어요.
아까 과자점과는 달리 기념품을 구입하는 사람도 꽤 있었어요.
뜨득 황제릉 도착.
여기도 베트남 사람과 외국인의 입장료가 달라서 따로 입장을 했어요.
여행을 하다보면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입장할 때, 내국인과 외국인의 입장료가 다른 나라가 종종 있어요.
당연히 내국인인 거의 무료나 다름 없을 정도로 저렴하고, 외국인에게는 그 몇 배에 달하는 비싼 입장료를 받지요.
터키만 해도 유명 관광지의 입장료는 몇 만원씩 하지만, 현지인들은 할인 혜택도 많고 무료 입장의 기회가 많아서 제 입장료를 다 내고 들어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내국인보다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혜택이 훨씬 많아요.
외국인들에게는 특별 할인을 해주는 경우도 많고, 서울-전주를 잇는 외국인 전용 무료 셔틀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사설 기관에서 운영하는 곳은 제외하고 국가에서 관리하는 곳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건데, 오히려 내국인에게 더 비싼 요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왠지 억울하기도 해요.
경복궁 입장료를 현재의 3천원에서 만 원으로 올린다고 해도 외국인들은 어차피 다 입장할텐데요.
관광 산업을 발전시켜야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야한다 하지만 외국인에게만 특혜를 주기보다는 그들이 기꺼이 비용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만큼 좋은 여행 프로그램과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를 확충해야하는게 더 중요하죠.
굳이 입장료 문제가 아니더라도 관광업 분야에서는 베트남이 한국보다 월등히 앞서 있다는 사실을 여행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뜨득 황제릉은 12헥타르의 면적에 50채의 건물이 있는데, 1864년부터 1867년까지 3년간 지었어요.
대부분의 응우옌 왕조의 다른 황제들은 자신의 무덤을 다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해서 후대 황제가 마저 지었다고 하는데, 뜨득 황제는 36년간 통치를 했기 때문에 자신의 무덤이 다 완성되고도 16년을 더 살았다고 해요.
살아있을 때도 자신의 무덤을 자주 찾았는데, 부인들을 대동해서 연못에서 뱃놀이를 하기도 하고 국정을 보기도 하는 등 제 2의 왕궁처럼 사용했다고 해요.
뜨득 황제의 업적을 기록한 석비.
후대 왕이 선대의 업적을 기록했던 다른 황제과 달리 뜨득 황제는 자신의 석비를 직접 기록했다고 해요.
그에게는 154명의 부인이 있었지만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직접 기록했다고 하더라고요.
왕위 또한 동생의 아들을 양자로 입양해서 물려주었다고 해요.
뜨득 황제의 묘로 가는 문.
안으로 들어가면 아무 것도 없는 텅빈 공간처럼 보이지만, 가운데 벽은 일종의 가림막이예요.
저 가림벽을 들어가면 뜨득 왕의 묘가 나와요.
하지만 저 묘는 가묘일 뿐, 진짜 시신이 묻혀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요.
도굴을 염려한 뜨득 황제는 자신이 묻힐 곳을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무덤 공사에 관여한 관리들과 인부들을 모두 처형했다고 해요.
그 때문에 진짜 뜨득 황제의 시신이 어디에 묻혔는가는 아직도 미지수라고 합니다.
뜨득 황제릉은 무덤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그냥 산책공원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미관적으로 예쁘게 꾸며있었어요.
워낙 면적 자체가 넓어서 지나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고요.
뜨득 황제의 황후인 레 티엔 안 Le Thien Anh 의 묘소.
뜨득 황제의 묘처럼 가림막을 아나가면 황후의 묘가 나와요.
나무 그늘이 지고, 이끼가 낀 계단을 걷고 있으니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었어요.
동남아는 기후가 습하고 음기가 강해서 귀신이 많다고 하던데, 영화 '알포인트'처럼 아오자이 입은 처녀귀신 한 마리가 튀어나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거 같지 않았어요.
찹 키엠 사당 Chap Khiem temple.
이 사당은 1884년, 14살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8개월만에 물러나 죽임을 당한 키엔푹 황제를 기리기 위한 사당이라고 해요.
그 옆에 있던 누군가의 묘.
입구에서 모이니 사람들이 모여있는 걸 보니 집합 시간에 맞게 온 것 같았어요.
나중에 가이드북을 보니, 제가 본 곳보다 못 본 곳이 훨씬 더 많았어요.
가이드도 처음에는 열심히 설명을 해주더니 오후가 되니 자유관광을 하라며 그냥 풀어준 통에 엉뚱한 곳을 헤메다 제대로 보지 못한 것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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