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몸을 일으켜 새벽 6시에 힘들게 일어났어요.
훼(후에)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인 '껌 헨 Com hen' 을 아직 못 먹었거든요.
아침에 열리는 노점에서도 껌 헨을 만들어서 판다길래 훼(후에)를 떠나기 전에 꼭 껌 헨을 먹어보겠다는 생각에 7시도 되기 전에 밖으로 나갔어요.
호텔 직원에게 껌 헨을 판다는 곳을 물어 시장 근처까지 가봤지만, 껌 헨을 파는 노점은 찾을 수는 없었어요.
워낙 이른 시간인데다가 일요일 아침이라서 그런지 쌀국수 노점 몇 군데만 문을 열었어요.
8시 15분에 버스가 온다니까 시간도 없고, 할 수 없이 호텔로 돌아왔어요.
오다가 뭔지 모를 비석도 하나 보고...
베트남에서는 집집마다, 길거리마다 이런 제단을 흔히 볼 수 있어요.
불교 전통인지, 아니면 유교 전통인지는 모르겠어요.
길거리에 있는 제단인데다 누가 관리하는지 향도 피워져 있고, 깨끗하게 청소도 되어 있었어요.
전날 아침을 먹었던 호텔 앞 쌀국수 집에 다시 가서 앉았어요.
이번에는 분짜 Bun Cha 를 주문했어요.
국수와 국물은 똑같고, 고기 완자 같은 게 몇 개 올라가더라고요.
전날에 먹은 분 버 후에가 더 맛있었지만, 역시 맛있게 한 그릇을 비웠어요.
호텔에 돌아와서 체크아웃을 하고 슬리핑 버스를 기다렸어요.
"아침 뭐 드실래요?"
야간 리셉션이 아침 식사를 추가 요금을 내야한다길래 아침 식사를 다 밖에서 해결했어요.
그런데 숙박비에 아침까지 다 포함되어 있는 거더라고요.
이럴 줄 알았으면 힘들게 껌 헨 먹으러 갈 게 아니라 그냥 여기서 아침 먹을걸.
커피만 달라고 해서 마시면서 전날 못했던 여행 기록도 하고, 와이파이로 인터넷도 하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어요.
그런데 버스 출발시간이라던 8시 반이 한참 넘도록 픽업 버스는 오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저처럼 호이안에 간다고 기다리고 있던 다른 외국인은 버스가 왔다면서 이미 떠났어요.
"왜 버스가 안 와요?"
리셉션은 버스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어요.
"버스가 조금 늦게 온다네요. 이거 드시면서 기다리세요."
그녀는 바나나와 차를 주었어요.
베트남 바나나는 우리나라에서 먹는 것과 종류가 다른지, 아니면 푹 익은 바나나가 아니라서 그런지 살짝 신 맛이 돌았어요.
9시가 거의 다 되어서야 호이안 가는 버스가 도착했어요.
4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짧은 거리라서 일반 버스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슬리핑 버스였어요.
훼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아니라, 하노이에서 훼를 거쳐서 호치민까지 가는 버스라서 예정보다 늦게 도착한 것이었어요.
버스는 훼 시내를 빙빙 돌며 승객들을 태우더니, 시가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주유소로 들어갔어요.
'기름 넣고 떠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30분이 넘도록 버스는 떠날 생각을 하지를 않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초조해졌어요.
평소 같았으면 '언젠간 가겠거니' 하면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호이안 숙소에서 픽업을 나온다기에 버스 회사 이름과 함께 1시쯤 도착할 거 같다고 전날에 메일로 보냈거든요.
예약금을 걸어놓은 것도 아닌데, 이상한 데에서 계속 시간을 끌고 있으니 픽업하시는 사람이 오래 기다리거나 아니면 아예 가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버스가 언제 떠날지는 기약이 없고, 말은 안 통하고...
버스 와이파이를 이용해서 핸드폰으로 급하게 메일을 보냈어요.
호텔 측에서 곧 메일을 확인하고 '염려하지 말고 오세요' 라는 답장을 보내주자,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어요.
10시 즈음 되자 카멜 트레블 Camel Travel 버스가 옆에 정차했어요.
그러더니 그쪽 짐을 우루루 내려서 우리 버스에 옮겨 실었어요.
짐을 다 옮겨 싣고 나서야 우리 버스를 다시 출발했어요.
그 짐들을 옮겨받으려고 1시간이나 기다렸던 것.
8시 반에 출발 예정이던 버스는 10시가 한참을 넘어서야 드디어 훼를 떠날 수 있었어요.
버스가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시티투어하는 날에 날이 궂지 않은게 천만다행이었어요.
평소에는 논이나 밭인 거 같은 곳도 비가 오니 물이 고여서 연못처럼 변했어요.
빗발은 계속 거세어져갔어요.
비가 내리거나 말거나, 나는 버스 타고 간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없는 게 아쉬웠어요.
비오는 날 창 밖을 바라보면서 마시는 커피가 정말 맛있는데요.
수상 가옥들도 볼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집 밑에 물이 흐르면 '수맥이 있다'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수맥의 영향을 받을지 궁금해지기도 했어요.
버스는 점점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하이반 터널.
일본 은행의 국제화 지원 자금과 베트남 정부 예산을 합쳐 만든 이 터널은 동남아시아 최대의 터널이라고 해요.
길이가 무려 6280m 로, 건설하는데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이나 걸렸다고 하네요.
이 터널을 빠져나오면 바다와 산과 도시가 어우러지는 장관을 볼 수 있어요.
하이반 고개를 넘어 다낭에 들어오니 버스는 해변을 따라 달렸어요.
"다낭은 정말 대도시구나!"
중부지역의 중심도시라더니 정말 도시의 느낌이 많이 드는 곳이었어요.
훼에서 싣고 온 짐들도 대부분 다낭으로 가는 것이었어요.
바다와 해변, 야자수와 방갈로.
정말 TV에서나 보던 해변이 펼쳐지고 있었어요.
겨울인데다 날씨가 안 좋아서 사람이 없을 뿐이지, 정말 여름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릴 거 같아요.
해변을 따라서 고급 호텔과 리조트들도 줄이어 있었어요.
호이안은 다낭에서 채 1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실제로 다낭에서 머물면서 대중교통이나 택시 등을 이용해서 당일치기로 호이안 관광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버스 터미널에서 내리자마자 버스 입구부터 호텔이며 택시를 호객하는 사람이 마구 달려들었어요.
저는 숙소를 예약했기 때문에, 한 아저씨 한 분이 제 이름이 적힌 피켓을 들고 기다리고 계셨어요.
아저씨는 택시를 한 대 잡아서 태워주시면서 대신 돈을 지불해주셔서, 택시를 타고 편하게 호텔에 도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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