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가 넘으니 아슈하바트에도 어둠이 내렸어요.
중간에 숙소에서 쉬긴 했지만, 하루종일 40도가 넘는 무더위 아래에서 땀 뻘뻘 흘리며 돌아다니느라 많이 지쳐있었어요.
이제 좀 다리 뻗고 쉬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제 방으로 찾아왔어요.
"우리 야경 보러가자."
친구는 잘 안 알려져서 그렇지, 아슈하바트의 야경은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유명한 야경이라고 했어요.
피곤하긴 하지만, 아슈하바트에 다시 올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기약이 없는데 야경을 안 보고 가기에는 너무 아쉬웠어요.
숙소 근처 공원.
낮에는 텅 비었던 공원에 밤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어요.
심지어는 웨딩사진을 촬영하는 커플도 있었어요.
결혼예복과 웨딩드레스도 갖춰입고, 리무진차도 빌리고, 비디오 촬영 기사도 불러서 열심히 촬영하고, 들러리들도 와서 축하해주고...
뭐 하나 빠질 거 없었어요.
그런데 결혼식 사진이 밤에 잘 나올지가 의문이었어요.
똑딱이 카메라로 찍어도 밤에 사진 찍으면 다 흔들리고 난리도 아닌데요.
물론 낮에 사진 촬영을 한다고 해도 하도 햇볕이 강해서 사진이 잘 찍힐지는 모르겠지만요.
루스끼 바자르.
걷다보니 레닌동상이 나왔어요.
론니플래닛에는 분명히 레닌 동상이 있다고 나왔는데, 친구는 이미 철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믿지를 않았거든요.
구소련 지역을 여행하다보면 간혹 레닌의 동상을 볼 수 있어요.
소련이 붕괴되고 나서 스탈린의 동상은 그의 고향인 조지아(그루지아)에서조차 사라져버렸지만, 레닌 같은 경우는 그냥 남겨두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물론 각 나라들이 독립국이 되고나서 레닌동상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자국의 역사와 관련된 동상을 세우는 경우도 많지만요.
레닌 동상 근처에도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가족이나 연인들끼리 산책을 나온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어요.
투르크멘바쉬 거리.
길가의 풀(?)로 허수아비를 만들어 놓은 게 인상적이네요.
낮에 방문해서 '루흐나마'와 사진엽서, 지도를 샀던 Miras bookshop 이예요.
Magtymguly 이름의 투르크멘 국립 대학교.
누사이 호텔.
길 가운데 서 있던 탑과 대통령궁도 찍고 싶었지만, 밤이라 찍들 뿐만 아니라 경찰도 찍지 말라고 하기에 포기하고 다시 돌아갔어요.
벌써 시간은 10시 반.
마트가 밤 11시면 문을 닫는데, 숙소에 돌아가면 너무 시간이 늦을 것 같아서 근처 마트에서 간단한 간식거리와 음료를 사가지고 가기로 했어요.
여행을 할 때 마트에 가서 장을 보면 그 나라 물가를 알 수가 있는데, 투르크멘 물가는 정말 놀랄 정도로 저렴했어요.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식빵 하나가 0.2마나트라는 사실이었어요.
0.2마나트면 우리돈으로 100원도 채 안되는 돈이예요.
그 돈으로 밀가루값이나 나오는지 정말 신기할 지경.
그리고 구멍가게도 아니고 나름 규모가 있는 큰 마트였는데도 아직도 바코드 계산기가 없었어요.
물건을 가져가면 직원이 계산기를 일일히 두드려가면서 계산을 해서 총 금액을 알려주었어요.
중간에 얼마 떼먹어도 티도 안 날거예요.
우리는 프링글스 한 통과 과자 몇 개, 물 1.5리터 한 통과 음료수 1.5리터 한 통을 샀어요.
나름 봉지라고 주는 게 힘없이 너덜거리는 얇은 봉지라서 우리는 찢어질까봐 물건을 꼭 품에 안고 왔어요.
투르크메니스탄 국립대학교.
대학교라는 사실은 확실한데 정확한 명칭은 잘 모르겠어요
아슈하바트 공원 근처 분수.
여기는 분수를 거의 24시간 트는 것 같아요.
사파르무라트 투르크멘바쉬 이름의 극장.
투르크멘 항공 사무실.
숙소에 돌아오니 시간은 벌써 11시.
친구와 함께 사온 간식들을 까먹었어요.
생각해보니 돌아다니느라 밥 한끼도 못 먹었거든요.
오랜만에 먹은 프링글스는 너무 맛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은 프링글스가 이상하게 비싸서 사먹을 엄두가 안 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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