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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6 대만 타이베이[完]

[대만] 09. 12/7 예스진지 택시투어 (3) 진과스

by 히티틀러 2017.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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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펀에서 다시 1시간 남짓 차를 타고 진과스로 향했다.



제일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은 산 중턱에 서있는 시멘트 건물이었다

진과스는 한자로 金瓜石 이라고 쓴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금광촌으로 유명했던 곳이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우연히 금광이 발견되면서 광산 마을이 형성되었으나 1970년대 금광이 고갈되고 나서는 폐광마을이 되었다.

원래 저 건물은 채굴된 석탄을 분리하는 작업을 했던 선탄장으로, 현재는 폐건물이다,

웅장하고 신비로운 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굉장히 신비스럽다.

판타지 소설의 배경이 되어도 좋을 거 같은 분위기다.



택시는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도 길이 굽이치다보니 커플이 오토바이나 차를 타고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딱 붙게 되어서 '로맨틱 로드 Romantic Road'라는 별명도 있다고 한다.

강원도에도 이 정도 굽이치는 길은 드물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12월에는 어림도 없다.

한국 같았으면 도로도 얼고, 길가에 눈이 쌓여서 운전에 능숙한 사람이 아니면 접근 자체가 힘들다.

대만은 1년 내내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날씨의 덕을 톡톡이 보고 있는 셈이다.

날씨가 따뜻하니까 로맨틱한 거지, 한국이었으면 목숨을 건 스펙타큘러 스릴러 도로 주행이다.



택시 기사님께서는 폭포 근처에 택시를 세웠다.



폭포를 보면 땅은 불그스름한 노란 빛을 띄고 있고, 물 자체도 연한 노란색이 돈다.

물 속에 광물 성분이 들어있어서 그런 색이 나는 거라고 하는데, 멀리서 보면 그 모삽이 황금 같아서 '진과스 황금폭포' 라고 불린다고 한다.



이 물이 바다로 흘러가면 원래 바닷물과 섞이지 못하고, 이렇게 경계를 이루게 된다.

푸른색과 노란색이 섞이는 모습이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보여 저 바다를 '음양해 陰陽海' 라고 부른다고 한다.



진과스 입구에 도착했다.

아까부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더니 산 위에 올라오니까 비가 꽤 많이 내렸다.

우비도, 우산도 없어서 걱정했는데, 기사님이 우산을 빌려주셨다.

코팅된 진과스 지도를 한 장 주시고 관람 루트 안내를 해주시더니 자유관람을 하고 관우 사당 앞에서 만나자고 하셨다.




비가 오니 신발이며 바짓자락도 젖도, 우산도 들고 다녀야하니 불편하다.

사진 찍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 물안개고 올라오는게 좀 더 낭만적인 분위기가 난다.

괜시리 기분이 센치해진다. 



진과스에서 유명한 음식은 광부 도시락이다.

광부들이 갱도에 일하러 들어갈 때 도시락으로 싸갔던 음식으로, 일종의 돼지고기 덮밥이다.

한국어로 된 광부도시락 간판이 바로 입구에 있었다.



광부 도시락


비도 좀 피할 겸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가게에 들어가서 광부도시락 하나를 주문했다.

원래는 찬합 같은 데 음식을 담아주고 나중에 찬합을 가져갈 수 있지만, 굳이 필요 없어서 일반 일회용기로 받았다.

밥게 각종 나물이며 계란후라이 들을 넣어주는게 비빔밥과 얼핏 비슷한데, 그 위에 커다란 돼지고기 구이를 하나 얹어준다.

이 집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아서인지 김치도 넣어준다.

우리 가족이 오기 전에 단체관람객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던 터라 자리가 없어서 난 주문만 하고 부모님 드시라고 자리를 비켜드렸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김치가 들어있어서 입맛에 잘 맞으셨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줄을 서 있기에 뭔가 했더니 여기도 광부도시락을 파는 가게였다.

광부도시락을 파는 가게가 아까 그 곳 하나 뿐인 줄 알았는데,  근처에 몇 군데 더 있었다.





일제 시대에 광산 마을로 개발된 곳이라서 그런지 마을 전체가 일본 같다는 느낌이 물씬 났다.

산 중턱에는 아직 신사도 남아있었다.




이곳이 탄광마을이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탄차와 함께 레일도 깔려있다.


"여기는 상동 같다."


아버지가 툭 던지셨다.

예류는 제주도, 스펀은 강원도 도계에 이어서 진과스는 강원도 상동이 되어버렸다.

고등학교 한국지리 시간에 국내 최대 텅스텐광산으로 배운 이후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지명이다.

사북이며 태백, 정선 등 우리나라 탄광지역은 카지노 외에는 산업이 변변치 않다.

우리나라 폐광지역도 이렇게 관광산업이 잘 개발되어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금박물관


진과스에 가면 꼭 들려야한다는 장소 중 하나인 황금관 黃金館 이다.

볼거리 자체보다는 220kg의 순금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고 해서 유명하다

황금을 직접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에 티켓을 구매했다.

매표소를 못 찾아서 조금 헤맸다.

매표소는 건물 오른편 계단 안쪽에 위치해있고, 입구는 반대쪽에 있다.





1층은 이 지역의 금광에 대해 접할 수 있는 박물관처럼 구성되어 있었다.

대충 보고 2층으로 올라갔다.



한산했던 1층과는 달리 2층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다 황금을 만져보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이왕 온 김에 사람 많다고 그냥 갈 수는 없지, 나도 같이 줄을 섰다.




기다리는동안 심심하지 않도록 양쪽에는 금으로 만든 장신구 같은 걸 전시해놓았다.

큰 욕심 없이 저 작은 황금게라도 한 마리 갖고 싶다.



15분 남짓 기다리니 어느덧 순도 99.9%의 220.3kg 금덩어리가 눈 앞에 가까워졌다.

유리관 양쪽에 구멍을 뚫어서 그 안에 손을 집어넣어서 만져줄 수 있다.

그 앞에는 그날의 금 시세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데, 거의 2억 7천만원짜리 금덩어리이다.



드디어 내 차례.

열심히 손을 뻗었는데, 한 손에는 카메라를 쥐고 있으니 간당간당하게 손이 닿았다.

이게 생전 한 번 보지도 못한 금덩어리구나.


아... 훔쳐가고 싶다....



금가루라도 묻어나오라고 손을 빼기 전에 손톱으로 긁어봤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밖으로 나오니 비는 어느새 많이 잦아들었다.

대만 날씨는 정말 변덕이 죽 끓듯 하다.

12월이 우기라서 비가 많이 내린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비가 내리는게 우리나라와는 좀 달랏다.

우리나라는 비가 쏵 내리고 그치는 반면에 대만의 비는 하루종일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면서 질척거리는 느낌이다.

비가 오지 않아도 우산이나 우비는 필수적으로 챙겨야하는 날씨다.



멀리 산이 보였다.

아까 올라올 때 택시 기사님이 설명해주셨는데, 이름은 잊어버렸다.

원래 이름보다는 만삭의 여자가 누워있는 모습처럼 보여서 더 유명하다고 한다.





어느덧 택시 기사님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갔다.

산책로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는데, 주변의 산과 숲이 정말 울창하다.

마치 정글에 온 거 같다.








그냥 걷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길이다.

걷다보니 어느덧 관우사당이 가까워졌다.

관우 동상이 워낙 크다보니 멀리서도 눈에 잘 띄어서 찾기 쉽다.






관우 사당 입구에서 기사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또 사진 찍기 삼매경이다.

이렇게 해봐라, 저런 포즈를 취해봐라 라고 요청하는데, 이제는 귀찮다 못해 짜증이 슬슬 났다.

난 그냥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은데...

일장일단이라고, 번거롭게 대중교통 갈아타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점은 좋았지만 원치 않게 사진을 찍혀야하는 일은 참 힘들었다.


사당 앞에서는 버스가 서있다.

타이베이나 다른 지역에서 오는 버스는 여기가 종점인가 보다.



길고양이도 한마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새침하게 주변을 맴도는 듯 하더니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앉아서 식빵을 구웠다.

쓰다듬으니 경계심도 없이 그냥 가만히 있다.

나중에 택시 기사님이 보고 '저 고양이는 태어나서 한 번도 샤워를 안 했어요' 라고 해서 손소독제를 임시대처를 하긴 했지만.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와서 또 쓰다듬는다.

그 때도 고양이는 가만히 있고.

타이완 고양이들은 참 순하다.






이제 마지막 장소인 지우펀으로 가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택시 기사님이 갑자기 산중턱에 차를 멈추셨다.

관람대는 있는데 아직도 공사 중인 걸로 봐서는 이제 막 개발해서 만들고 있는 장소인 거 같다.

기사님은 역시나 사진 촬영을 요구하셨다.

나는 적당히 몇 장 찍다가 도망갔다.


발 아래로 음양의 바다가 펼쳐진다.

날씨는 그닥 좋지 않았지만, 잊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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