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호치민&인니 [完]2015. 9. 30. 04:30
 


언제나 그렇듯이, 갑자기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여행국가는 인도네시아, 태국, 그리고 라오스, 약 1달 간의 여행이다.

언젠가 한 번쯤 가봐야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떠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떠나기 며칠 전에야 급하게 비행기표를 사고, 가이드북과 여행회화책을 샀다.


출국 비행기는 5월 31일 오전 10시 15분, 호치민행 베트남 항공.

수속을 하려면 적어도 출발 3시간 전에 도착해야할텐데, 그러려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발해야한다. 

결국 같이 여행을 가기로 한 친구와 전날 밤에 미리 인천공항에 가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공항철도 막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런 곳도 있었나?


지하철을 타고 인천공항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마치 인천공항에 처음 온 사람처럼 어리둥절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불도 꺼져있고 사람도 없으니 꽤나 으스스하다.

이전에 들었던 인천공항 괴담이 생각나면서 으슥한 곳에서 귀신이라도 한 마리 튀어나올 거 같다.

애써 머리 속에 드는 온갖 생각을 무시하면서 발길을 재촉했다.




한참을 걸어가니 드디어 눈에 익숙한 풍경들이 나타났다.



빈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변을 보니 인천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이 예상보다 많았다.



곳곳에 콘센트와 usb 를 꽂을 수 있는 곳들이 있었다. 

나도 그 근처에 앉아 핸드폰과 카메라를 충전했다.


밤늦은 시간에 비행기를 타고 출국해본 적이 있으나, 인천공항에서 노숙하는 것은 처음이다.

심심하다. 마땅히 할 일이 없다.

여행가이드북을 뒤적여보기도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려보기도 했으나 금방 질려버렸다.

맘편히 잠을 잘 수도 없는데, 잠이 몰려온다.

약 먹은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면서 시간을 보냈다.

빨리 아침이 오기를 바랬다.



친구가 사다준 커피를 마셔봤지만, 그래도 잠이 깨지 않았다.

결국 친구에게 짐 좀 맡아달라고 부탁을 한 후 새벽 2시 넘어서 잠깐 눈을 붙였다.

딱딱하고 불편한 의자 위에서의 쪽잠이었지만, 그래도 1시간 가량 자고 나니 몸이 좀 개운했다.



드디어 아침이다!




5시 반 즈음부터 사람이 늘더니 오전 6시가 되니까 바글바글해졌다.

환전소나 로밍센터, 여행자보험 사무소 등도 문을 열고, 제법 공항 분위기가 난다.



출국게이트도 난리다.

그런데 여기가 인천공항인지 아니면 베이징 공항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이다.

한국어는 간혹 가다 한 두 마디 들리는 정도인데, 중국어는 동서남북 천지사방에서 들려온다.



베트남 항공의 수속은 오전 7시 5분부터 시작하는데, 10시 05분에 출발하는 호치민행 비행기와 10시 15분에 출발하는 하노이행 비행기 수속을 같은 게이트에서 처리한다.

시간이 애매해서 아침을 먹고올까 하다가 그냥 일찍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베트남 항공은 결혼이민자나 노동자들에게 수화물을 40kg까지 주기 때문에 짐이 몇 박스씩 되는게 보통이다.

그 짐을 다 부치고도 오버차지가 나올경우 계산까지 하다보면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나는 다행히 앞쪽이라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금방 수속처리를 마쳤다.



아침식사 겸 마지막 만찬으로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를 좋아해서 1주일에 기본 2-3번씩 먹는 나인데도 제대로 못 자서 그런지 입맛이 영 모래알처럼 깔깔하다. 콜라와 함께 겨우 넘겼다.




출국 수속도 일찍 마쳐서 면세점을 구경했다.

다른 사람들 보면 면세점에서 이것저것 쇼핑하곤 하던데, 가끔 대기 시간이 길면 간단한 간식 한 두 개 사먹어 본 적 빼고는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 본 적이 없다.

쇼핑은 역시 아는 사람만 하는 거 같다.



담배 가격 상승의 여파로 면세점 내 담배코너는 문전성시다.

계산대 앞에도 계산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늘어서있다.



아, 떠나는구나.


비행기를 보니 실감이 났다.

몸은 졸립고 피곤한 상태라도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항공권에는 9시 25분까지 탑승 게이트로 가야한다고 해서 서둘렀는데, 체크인을 안한다.

10시 1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인데, 10시가 되어서야 꾸물꾸물 탑승을 시작했다.



하필 앉은 자리가 날개 바로 옆자리다.

소음이 좀 있긴 하지만, 프로펠러 달린 비행기도 타본 마당에 이 정도는 그래도 견딜만한 수준이었다.

다만, 날개 때문에 창 밖의 풍경이 가려지는 게 좀 아쉬웠을 뿐.



오전 11시,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했다.



먼저 간단한 간식으로 '스모크 드라이 아몬드' 라는 견과류가 나왔다.

그런데 어찌나 짠지...

몇 개를 억지로 먹다가 결국에는 그냥 포기했다.



이후에는 식전 음료를 서빙하길래 맥주를 주문했는데, '할리다 Halida' 라는 베트남 맥주를 받았다.

기내에는 베트남 맥주를 몇 종류 구비하고 있는 거 같은데, 특정한 브랜드의 맥주를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한 승무원이 랜덤으로 주는 듯 하다.

다행히 할리다 맥주는 베트남에서 못 먹어본 맥주라서 맛있게 마셨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내식!

생선 튀김과 비빔밥 중 생선 튀김을 골랐다.

여행할 때 생선 메뉴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보니 왠만하면 먹지 않는데, 그렇다고 비빔밥을 먹고 싶지는 않아서 할 수 없이 선택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맛이 꽤 괜찮았다.

비린내도 안 나고, 소스도 짭조름하니 생선 탕수 같은 느낌이라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식후에 커피도 한 잔 마셨어요.





배도 부르고, 단조로운 창 밖의 풍경을 보다보니 어느새 졸음이 조금씩 몰려온다.

아침 비행기라 승객들이 전부 잠을 설쳤는지 대낮인데도 비행기 안은 숙면 모드다.

나도 피곤했지만, 이동하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탓에 10-20분 잠시 눈만 붙였다.






비행시간이 그다지 길지 앉아서 슬슬 도시가 보이기 시작했다.

메콩강으로 추정되는 강도 보인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2시 즈음에 드디어 호치민 탄손누트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원래 예정 도착 시간은 오후 1시 반이었지만, 인천에서 출발할 때 1시간 가량 늦게 온 것을 감안하면 예정보다 빨리 도착한 셈이었다.


자세한 베트남 항공 이용 후기 → 인천 - 호치민 구간 베트남 항공 Vietnam Airline 후기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_^)


Posted by 히티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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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남아는 언제가도 매력가득 한 것 같아요^^

    2015.09.30 08: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동남아는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제가 이전에 여행했던 곳과 많이 다르기도 하고요.
      하지만 확실히 언어나 역사문화를 잘 모르니 어려움도 많더라고요 ㅠㅠ

      2015.09.30 16:24 신고 [ ADDR : EDIT/ DEL ]
  2. 저는 비행기를 무서워해서 공항 풍경을 좋아한 적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여행을 떠나는 순간의 공항 풍경을 보면 살짝 설레요. 제가 직접 갈때보다 이렇게 다른 분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 더 설레요 :) 여행가고 싶어지네요!

    2015.09.30 08: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liontamer님은 여행이나 출장을 많이 가셔서 비행기를 무서워하신다는 사실이 조금 의외네요ㅎㅎㅎ
      굳이 내가 여행가지 않더라도 다른 분들 여행기보면 저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덩달아 설레는 거 같아요.

      2015.09.30 16:26 신고 [ ADDR : EDIT/ DEL ]
    • ㅎㅎ 비행공포증이 있어서 언제나 비행기 탈때마다 괴로워해요 :) 그런데 여행은 가고 싶으니.. 순간이동술을 구사할 줄 알았으면 좋겠어요!

      2015.10.01 09:09 신고 [ ADDR : EDIT/ DEL ]
  3. 여행은 떠날떄.... 비행기를 탑승하기전 공항에서 가장 큰 설레임을 가지게 되지요...
    저도 동남아 여행 가고 싶네요~

    2015.09.30 09: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짜 딱 비행기 탑승하기 전에 제일 심장이 쫄깃쫄깃해지는 거 같아요 ㅎㅎㅎㅎ

      2015.09.30 16:26 신고 [ ADDR : EDIT/ DEL ]
  4. 이렇게 갑짜기 떠나보는 해외여행도 역시 설레임이 많은 것 같더군요..
    전날부터 공항에 도착하여 노숙? 경험도 해보는 독특하 여행이 된것 같기도 하구요..
    즐겁고 재미난 여행기 기대해 봅니다..

    2015.09.30 15: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는 성격이 그렇게 꼼꼼하지 못해서 여행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서 떠나는 성격은 못 되요.
      그래도 비행기 안에서 급하게 가이드북 읽고, 가서 부딪쳐가면서 느끼는 여행도 나름 매력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ㅎㅎㅎㅎ

      2015.09.30 16:28 신고 [ ADDR : EDIT/ DEL ]
  5. 할리다 맥주를 드셨네요. 하노이에서 판매하는 맥주입니다.
    떤선녓 공항에 내릴 때 보이는 강은 메콩강이 아니라 사이공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2015.09.30 18: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막상 하노이 여행할 때는 못 본 맥주인데,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마셨네요ㅎㅎㅎ
      전 그냥 강이 보이길래 메콩강이구나 라고 어림짐작했는데, 사이공 강이군요.
      이번 여행에서 짧은 반나절 호치민 여행도 하는데,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2015.09.30 21:19 신고 [ ADDR : EDIT/ DEL ]
  6. 우와 여행을 한 달 ㄷㄷㄷ 완전 부러워요 ㄷㄷㄷ

    2015.09.30 21: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당분간 이렇게 긴 여행 못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 정리하고 갔습니다ㅎㅎㅎ
      다녀온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고요 .
      그런데 이제는 가고 싶어도 이렇게 긴 여행은 체력이 딸려서 더 못할 거 같아요ㅠㅠ

      2015.09.30 21:43 신고 [ ADDR : EDIT/ DEL ]
    • ㅋㅋ나이들어가시는군요 슬프네요 공감하고 있는 제가 ㅋㅋ

      2015.10.01 23:17 신고 [ ADDR : EDIT/ DEL ]
  7. 여행을 떠나는 설레임과 기대가 잘 느껴지는 멋진 글이네요.
    앞으로의 여행기가 더욱 기대됩니다.

    2015.09.30 21: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여행기 써야하는데... 써야하는데... 하면서 자꾸만 미루고 있네요.
      틈날 때마다 조금씩이라도 써둬야겠어요ㅠㅠ

      2015.10.01 22:17 신고 [ ADDR : EDIT/ DEL ]
  8. 제주도 가는 비행기 밖에 못타본 저로서는 노숙마져 즐겁게 보입니다ㅎㅎ 내년 초에 일본이나 동남아 둘중하나 계획하려 하는데 참고하겠습니다^^

    2015.10.01 08: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20대 초반에는 며칠째 이동하면서 잠을 설쳐도 그렇게까지 피곤하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이제는 하루 노숙하니 정말 피곤하고 졸려서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고요.
      원래는 호치민에서도 노숙할까했는데 숙소를 잡은게 정말 잘 한 거 였어요.
      앞으로 종종 들러주세요^^

      2015.10.01 22:19 신고 [ ADDR : EDIT/ DEL ]
  9. 멋지고 부러워요 ㅠㅠ
    저도 이렇게 한달여행처럼 긴 여행 좀 해보고 싶은데 여건이 따라주질 않네요 ㅠㅠ
    여행기 읽으며 대리만족 느낄께요 ㅋㅋㅋ

    2015.10.01 21: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앞으로 한달씩 여행갈 수 있을까 싶네요.
      이 여행도 하던 거 다 그만두고 간 거라서요.
      그런데 1달간 여행하라고 해도 체력 때문에 여행 못 할 거 같아요.
      제 저질 체력으로는 1주일-10일이 마지노선인 거 같더라고요.
      진짜 이번 여행은 체력 부족+더위 때문에 힘들었네요.

      2015.10.01 22:20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