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 가기 전에 친구들과 함께 이웃나라인 타지키스탄에 다녀올 계획이예요.

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 아침 일찍 타슈켄트에 있는 타지키스탄 대사관에 다녀왔어요.

대사관은 매우 애매한 위치에 있어요.

시내에서 그닥 멀지는 않은 곳이지만, 근처에 지하철 역이 없어서 택시나 버스, 마슈르트카를 타야해요.

차가 다니는 큰 길가에서 보이기는 하지만, 골목으로 한 블록 들어간 데 위치하고 있는 데다가 얼핏 보면 대사관 같지가 않아서 처음 가는 사람들은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기 십상이에요. 


가는 방법을 정리해보자면 이래요. 



흔히 '가스피탈리 보조르'라고 불리는 '미로보드 보조르 Misobod bozor' 앞에 버스 정거장이 있어요.

그 정거장을 기준으로 UZkdb나 기차역 가는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방향으로 두 정거장을 더 간 후 버스에서 내려요.

정거장에서 내린 후 옆에 있는 횡단보도를 건너가면 이런 표지를 볼 수 있어요.



여기서 이제 아까 타고가던 버스가 가는 방향으로 쭉 직진해요.

가다보면 'mother care'라고 아기 옷을 파는 가게가 있는 큰 건물이 있는데, 바로 그 옆 골목으로 꺾어지면 타지키스탄 대사관이 보여요.



저 바로 앞에 보이는게 타지키스탄 대사관이에요.


타지키스탄 대사관은 월-금 아침 8시 반부터 11시 반까지 비자 접수를 받고,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비자를 찾을 수가 있어요.

아침부터 비자 받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일찍 가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 그랬어요.

8시 45분쯤 도착했는데, 아직 대사관 문은 열리지도 않았고 앞에는 30-40명은 족히 되보이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서있었어요.


가자마자 대사관 앞에서 지키고 있는 경찰아저씨가 가지고 있는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는데... 


"170번??????"


오늘 내로 비자 신청을 할 수 있을 건지, 다른 날 또 다시 와야하는지 걱정이 되었어요.

예전에 순서가 100번이 넘었는데도 비자 신청을 성공했다는 사람이 있었다고 해서 일단은 기다려보기로 했어요.


적당히 그늘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대사관 바로 앞 건물 지하에 복사집이 있었어요.

친구가 가서 물어보니 복사도 되고, 사진 인화도 해준다고 했어요.

사진을 새로 찍어주지는 않지만, 사진 파일이 없으면 여권에 있는 사진을 스캔해서라도 해준다고 했어요.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지만, 사진이 없어서 부득히하게 두고 온 한 명을 전화로 빨리 불러서 오게 한 후, 리스트에 명단을 올렸어요.

역시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이름을 올릴 수가 있었어요.


10시가 넘어가니까 근처 그늘에서 적당히 쉬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대사관 문 앞에 바글바글 달라붙기 시작했어요.

안에서 남자 직원 하나가 나와서 우즈벡어로 무슨 이야기를 막 하기 시작했어요.

아직 우즈벡어가 짧아서 잘 이해는 하지 못했지만, 이제 다른 사람이 비자 신청하는 건 불가능하고 반드시 본인이 와야하며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무슨 서류가 더 필요하다는 것 같았어요.

대사관 앞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소리 지르는 사람, 직원과 싸우는 사람, 여권을 머리 위로 들고 마구 흔들어 대는 사람, 옆 사람에게 무슨 이야기냐고 물어보는 사람 등등.

몇몇 사람들은 화를 내면서 돌아가기도 했어요.


아까 경찰한테 적어놓은 리스트 순위는 결국 아무 쓸모 없었어요.

되도록 문 앞쪽으로 찰싹 달라붙어있다가 안으로 밀고 들어가면 장땡이에요.

문에서 지키고 있던 경찰이 임의적으로 앞에서부터 여자와 노인들을 먼저 보내기 시작했어요.

몇 번 밀리다가 앞으로 밀고 들어가서 손에 여권을 쥐고 흔들어대니 경찰이 빨리 오라면서 보내줬어요.

같이 비자 신청하러 갔던 친구도 제 꼬리를 물고 같이 들어갔어요.

아마 외국인이라서 먼저 보내준 거 같아요. 


"비자 신청서 작성했어요?"

"아니요, 없어요."

"저 안에 들어가서 받아와요."


다행히 대사관에서 일하는 남자 직원 하나가 영어를 잘 했어요.

철문 안에 들어가서 직원에게 заявление(청원서)와 영어로 된 비자 신청서를 받아온 후 옆방에 가서 썼어요.


비자 신청서야 영어로 되어있는데다가 어차피 써야하는 내용이 정해져있으니 혼자 작성할 수 있지만, 다른 하나는 러시아어로 되어있는데다가 뭔가 밑줄만 죽죽 그어져 있어서 도무지 무엇을 써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영어하는 남자직원이 와서 청원서 작성을 도와줬어요.


"여기 이름이랑 여권 발급일, 생년월일, 주소 쓰시고요, 저 아래에다가는 'I want to go to Tajikistan. Please, give me visa of Tajikistan.' 이라고 쓰세요"


밑에 이름, 서명, 날짜를 써야하는데, 그 직원이 가버려서 뭘 어디에 써야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옆 사람한테 물어봐서 작성했어요.

마침 나중에 출발한 친구도 와서 합류를 했어요.

사람이 많다고 어떻게 들어가냐고 전화를 했길래, 무조건 앞으로 나간 다음에 경찰한테 여권 보여주면서 들여보내달라고 하면 될거라고 하니 경찰이 조금 기다리게 한 후에 바로 들여보내주었다고 했어요.

세 사람이 서류를 다 작성하고 난 후, 철문을 나가서 옆길로 빠지자 사람들이 영사에게 서류 제출을 기다리며 줄을 서있었어요.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지 않았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은 다 외국인듯 보였어요.

대사관 밖에는 수가 좀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바글바글 달라붙어있었어요.


제 차례가 와서 영사에게 여권과 비자 신청서, 여권 사본, 청원서, 사진 1장을 줬더니 뒤적거려보고는


"근처에 타직 여행사가 있어요. 거기서 당신을 보증할 수 있는 초청장을 받아오세요."


일전에 친구와 함께 여행 정보를 모으면서 타직 비자를 받으려면 초청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하지만 필요했다는 사람도 있고, 아니었다는 사람도 있고, 당일에 나왔다는 사람도 있고, 엄청 오래 걸렸다는 사람도 있고 등등.

한마디로 케바케라서 그냥 갔었는데, 하필 받아오라고 하다니.

비자 업무 마감시간은 다 되어가서 촉박하고, 여행사는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그런게 있어?''저기 대사관 있어.' 하는 반응. 

다행히 친구가 이리저리 물어봐서 여행사를 찾았어요.


영사가 100m 정도 가면 있다고 하는데, 100m는 커녕 50m도 안 될거 같았어요.



대사관 바로 옆에 저런 아트갤러리 겸 레스토랑이 있어요.



그 바로 옆에는 저런 골목이 있는데 바로 보이는 첫번째 파란 대문이 여행사에요.

아무런 간판도, 표시도 없다보니 정말 찾기가 고약해요. 

안에는 이쁜 언니가 일하고 있었는데, 영어는 그럭저럭 하는 수준이었어요.


"오늘 초청장 받을 수 있나요?"

"아뇨, 오늘 안 되요. 5월 10일에 비자를 받을 수 있어요."


이리 저리 물어보고, 의사소통이 안 되면 영어 잘하는 다른 사람에게 전화도 하고 해서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초청장은 일정이 급하면 당일 발급도 가능하지만, 늦어도 5월 8일, 즉 다음날까지는 초청장이 나온대요.

5월 9일은 우즈베키스탄 국경일이니 일 안하고, 5월 10일에는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비자 비용은 55달러, 초청장비는 45달러.


"원래는 5월 10일 아침에 초청장을 받아서 대사관 가서 신청한 후 오후에 다시 받아야해요.

하지만 지금 나에게 서류, 여권, 사진, 돈을 주면 오후에 가서 여권을 받아오기만 하면 돼요."


번거롭게 두 번 오는 수고를 안 해도 된다기에, 그 언니에게 100달러와 모든 서류와 여권을 주고 왔어요.

아침 일찍부터 사람에 치이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당일에 비자 신청을 해서 다행이네요.



Posted by 히티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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