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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타지키스탄 [完]

[타지키스탄] 01. 5/10 앞당겨진 여행

by 히티틀러 2012.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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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에 여행사에 타지키스탄 초청장과 비자를 맡겼어요.

여행사 여직원은 5시에 오라고 했지만, 대사관 공고에 4시부터 5시에 비자를 준다고 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리 와서 기다렸어요.

그런데 4시가 한참 지나도록 대사관 문은 열리지 않았어요.

경찰에게 물어보니 5시가 되어야 문이 열린다고 했어요.


'그래서 그 언니가 5시에 오라고 했구나.'



한참을 대사관 앞에서 지루하게 시간을 때우고 있었어요.


"한국인이세요?"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무려 영어로! 말을 걸었어요.
그 사람은 자신이 타직계 우즈벡인이라고 소개하면서 혼자서 기다리기에는 너무 지루해서 말을 걸었다고 했어요.
자신은 타지키스탄에 있는 친척들을 방문하기 위해 비자를 받으러 왔다고 했어요.
자기 고향은 두샨베에서 60km 떨어져있는 우즈베키스탄 국경 지역인데, 어렸을 때는 주말마다 두샨베에 있는 이모 집에 놀러가곤 했다고 했어요.
그러나 현재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관계가 안 좋아져서 비자 받기가 매우 힘들다는 이야기도 덧붙였어요.
우리는 타지키스탄으로 여행을 가려고 한다고 하니, 두샨베는 매우 예쁘고 사람들도 타슈켄트만큼 영어 하는 사람이 많을 거라고 했어요.

글쎄... 다...?

그닥 믿음은 안 갔어요.
어차피 타슈켄트에서도 영어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거든요.
그냥 '영어 하는 사람 없어요.' 라는 이야기라고 받아들였어요.


5시 무렵쯤 되자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이 우글우글 대사관 문쪽으로 모이기 시작했어요. 대사관 앞은 벌써부터 아수라장.
그 때는 남자고 여자고 애고 어른이고 상관없이 무조건 사람들을 비집고 앞으로 나아가야해요.
아무리 외국인을 먼저 보내준다고 해도 일단 앞으로 나아가서 경찰에게 어필을 해야 들어갈 수 있거든요.

'저 무리를 또 뚫고 들어가야하나....'

셋이서 한숨만 푹푹 쉬고 있는데, 여행사 여직원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어요.

"왜 벌써 왔어요? 전화해준다고 했잖아요."

여행사에서 초청장과 비자를 신청할 때, 여직원이 핸드폰 번호를 받아갔어요.
그 때는 만일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연락을 주려나보다 하고, 5시에 대사관에 오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5시에 자기들이 여권을 받아서 연락을 줄 때니 그 때 찾으러 오면 된다는 말.

"일단 사무실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어요. 여권 받아가지고 올게요."

여직원은 어떻게 그 인파를 뚫고 들어갔다나왔는지 금세 여권을 받아가지고 왔어요.
비자는 손으로 기입되어 있었어요.
여행사 여직원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헤어졌어요.


다만 문제는....

신청서를 작성할 때 비자 개시일을 5월 12일로 신청했는데, 비자에 적혀나온 것은 5월 10일이었어요.
게다가 1달짜리 비자를 내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나온 건 고작 보름짜리.
그나마도 하루를 날려먹었으니 길어야 2주 밖에 시간이 없었어요.

원래 우리의 계획은 5월 12일에 출발해서 사마르칸트를 본 후 1주일 정도 타지키스탄을 여행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워낙 정보도 빈약하고 여행 중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서 일단 일정을 넉넉하게 잡아 신청한 것이었는데, 비자가 생각보다 너무 짧게 나와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어요.


일단 되도록 빨리 사마르칸트로 넘어갈 생각으로 기차역으로 갔어요.

"오늘 사마르칸트 가는 기차 있나요?"
"오후 7시 10분에 테르미즈로 가는 기차가 사마르칸트 거쳐가요. 사마르칸트 도착하면 밤 11시20분쯤 될 거예요."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6시.
집에 다녀오기에도 시간이 빠듯한 데다가 무엇보다도 여행 준비가 하나도 안 되어 있었어요.
A씨는 저와 함께 빨리 사마르칸트로 넘어가서 B씨가 다음날 아침 첫기차로 올 때까지 오전 시간동안 사마르칸트를 구경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아무래도 무리 같았어요.

사마르칸트는 타슈켄트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이라서 합승택시로 갈 수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은 도로 사정이 그닥 안 좋아서 야간 이동을 잘 안 해요.
산도 넘어야하고, 도로도 푹푹 파인 곳이 많아요. 
만약 합승 택시가 없을 경우 어차피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와야하는데, 다음날 아침 기차표가 매진되면 그야말로 낭패.
얼마전에 부하라를 가려다가 기차표가 매진되는 바람에 못 간 적도 있었어요.
되도록 빨리 출발한다고 해도 사마르칸트 도착하면 밤 12시가 넘을 텐데, 그 때 숙소를 찾는 것도 걱정이었고요..
마침 B가 다음날 아침 사마르칸트행 기차표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기에 셋이서 함께 5월 11일 오전 8시 5분 기차를 타고 사마르칸트에 가서 근처 펜지켄트 국경을 넘어 타지키스탄으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기차표는 이등석 22,000숨.
타슈켄트에서 출발해서 사마르칸트를 거쳐 카르쉬로 들어가는 기차예요. 
B와는 아침 7시 반에 타슈켄트 역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A와는 집이 가까워서 아침에 집근처에서 만나서 같이 가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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