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호치민&인니 [完]2015. 12. 5. 08:30
 




지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한 음식점의 고기가 식욕을 자극했다.

벤탄 시장 근처에서 만두 한 개 먹은 거 빼고는 저녁도 아직 못 먹은 상태였다.

돈이 별로 없어서 고민하긴 했지만, '차라리 내일 아침을 굶고 말자' 라는 생각으로 무언가에 홀린 듯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먼저 아이스티를 한 잔 주문했다.

베트남 아이스티 '짜 다 Tra da' 는 보리차 같이 구수한 맛이 난다.

얼음이 많이 든 음료는 별로 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덥고 목이 타서 그 자리에서 원샷했다.

말초신경까지 찌릿찌릿해지는 느낌이다.



메뉴판에서 가장 무난해보이는 면요리로 골랐다.

친구와 하나씩 두 그릇을 시켰는데, 한 그릇만 먼저 나오고 아무리 기다려도 한 그릇이 나오지 않았다.

직원을 불러서 물어보니 의사소통이 잘 못 되어서 한 그릇만 주문한 줄 알고 있는 거였다.

곧 한 그릇을 더 가져다 주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역시 베트남의 쌀국수는 어디서 먹어도 기본 이상의 맛은 하는 것 같다.

진한 국물과 통통한 면발이 일품이었는데, 호치민은 베트남 중북부 지역보다 면발이 더 넓고 굵은 거 같았다.



숙주와 상추, 고수, 파 등의 야채도 주었는데, 왜 주었는진 모르겠다.

그냥 국수에 숙주와 고수잎 몇 개나 곁들여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그 식당에서 바나나 잎에 싼 뭔가를 굽고 있었다.

'저건 뭐지'라는 시선으로 기웃거리니 더운날 불 앞에서 열심히 굽던 청년이 재밌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낱개로는 팔지 않고 몇 개 묶음으로 파는데 그닥 비싸지 않고, 베트남 동이 애매하게 남아있어서 하나 달라고 했다.



다시 벤탄시장으로 돌아왔다.






늦은 밤의 벤탄 시장은 야시장이 한창이다.

도로 양쪽으로 천막을 설치해놓고 옷부터 기념품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데, 우리나라 동대문 시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낮보다도 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사람이 몰리는 곳이 먹을거리가 빠질 리가 없다.

한켠에서는 음식 노점에서 나오는 냄새와 연기가 자욱하다.

베트남 음식은 물론이고 생선과 조개 같은 해산물, 심지어는 개구리까지 팔딱더리고 있다.

손님이 고르면 그 자리에서 꺼내서 숯불에서 구워주는데,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이미 저녁을 먹기도 했지만, 베트남 돈을 다 쓴 터라 그냥 구경만 할 수 밖에 없었다.

호치민 일정이 짧은 게 너무 아쉬웠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전날 인천공항에서 노숙을 한데다가 더운 날씨에 돌아다녔더니 온통 몸이 땀범벅이다.

에어컨을 제일 세게 틀어놓고 샤워를 했다.



"아까 사온 거 먹어야지."


봉지에서 식당에서 사온 것을 꺼냈다.

이름은 정확히 모르지만, 바나나 잎에 싸서 구운 찰밥을 코코넛 밀크에 담은 음식이었다.


음... 음.... 음.... 이게 뭐지?


코코넛 밀크는 엄청 달콤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만큼 달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느끼해서 밥이랑 어울리지도 않았다.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전혀 내가 생각했던 맛도, 내 취향도 아니었다.

한두입 정도만 먹고 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아까워서 음료수를 마셔가며 꾸역꾸역 먹어치웠다..

그 이후로는 왠만하면 코코넛 밀크는 피하게 되었다.

물배로 부른 배를 두드리며 피곤한 하루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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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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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쌀국수 맛있겠어요. 따끈한 국물이라서 이런 날씨에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이스티는 말 그대로 냉차인가봐요. ^^;

    2015.12.05 19: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쌀국수는 더울 때 먹어도 맛있는 거 같아요.
      뜨거운 국물 먹으면서 땀 흘리고 나면 더 시원해지는 뭔가가 있잖아요ㅎㅎㅎ
      아이스티는 진짜 시원한 보리차 맛이랑 비슷해요.

      2015.12.07 23:25 신고 [ ADDR : EDIT/ DEL ]
  2. 시장 구경은 언제나 재미있어요. 사진 한참 봤어요 :)
    코코넛 밀크는 좀 느끼해서 저도 코코넛 밀크 들어간 커리나 음식은 살짝 취향에 맞지 않더라고요.

    2015.12.05 20: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사람도 많고, 힘드어서 사진을 거의 찍지 못했어요.
      저는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커리나 음식은 좀 그래도 괜찮은데, 저렇게 먹으니까 느끼해서 별로더라고요.
      아예 맛이라도 달면 나을 거 같은데, 들척지근한 맛도 낯설고요.

      2015.12.07 23:27 신고 [ ADDR : EDIT/ DEL ]
  3. 야시장이던 시장이던 다른나라의 시장구경은 정말 재미있는것 같아요

    그나저나... 코코넛은 저도 별로 안좋아하는 것이긴 하지만
    사진으론 그나마 달짝지근해보이는데... 아니라니... 실망감이...전해져 옵니다 ㅠㅠ

    2015.12.06 01: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 달짝지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들척지근하면서도 느끼해서 별로였어요.
      동남아 향신료는 아직까지도 낯선 거 같아요.
      라임과 코코넛 밀크와 생선젓은 아직도 못 먹겠어요ㅠㅠ

      2015.12.07 23:34 신고 [ ADDR : EDIT/ DEL ]
    • 아... 너무나 높은 벽.... ㅠㅠ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ㅠ_ㅠ

      2015.12.07 23:57 신고 [ ADDR : EDIT/ DEL ]
  4. 베트남에서는 상추를 국수에 넣어먹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준거 아닐까요??거창하게 재료가 들은 것도 아닌데 베트남 국수는 참 맛있어 보여요^^

    2015.12.07 10: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숙주 뿐만 아니라 상추도 국수에 넣어먹나요?
      그 사실은 처음 알았네요.
      분명히 쌀국수와 함께 먹으라고 준 거 같기는 한대요.
      날씨가 쌀쌀해지니 요즘 베트남 쌀국수가 땡기는 거 같아요.

      2015.12.07 23:37 신고 [ ADDR : EDIT/ DEL ]
  5. 벤탄 야시장 저도 가봤습니다. 한국사람처럼 보였는지 바가지를 씌울려고 하더라구요. ㅎㅎ 나 하노이에서 사는 사람임을 어필하니 가격이 반으로 내려가는 신기한 경험을 한 곳입니다. 유명세에 비해 생각보단 크지 않더라구요.

    2015.12.21 23: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일전에 호치민 출신이라는 한 베트남 사람이 '벤탄 시장에서 물건 사지마' 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반값으로 뚝 떨어지다니ㅠㅠ
      그래도 물건 안 산게 다행이네요ㅎㅎㅎ

      2015.12.21 23:28 신고 [ ADDR : EDIT/ DEL ]
  6. 바나나 잎에 싼 뭔가가 뭐지 하면서 봤는데.... 저도 코코넛맛 별로 안좋아하는데 베트남은 코코넛을 이용한 요리가 많더라구요. 저도 베트남 가서는 저건 패쓰해야겠네요 ㅎㅎㅎ 호치민 날씨는 어떤가요?

    2016.08.11 14: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제가 코코넛 밀크의 들척지근한 단맛에 익숙하지 않아서 더 그랬을 거예요.
      호치민은 남쪽이라서 정말 덥더라고요.
      전 왠만하면 한여름에 긴 청바지 입고 다니는데, 여기는 오자마자 갈아입었어요.
      덥고 습해서 도저히 입을 수가 없었어요ㅠㅠ

      2016.08.11 14:5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