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의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

이곳에 머무는 5일동안 쩽하니 맑은 하늘을 한 번도 못 본거 같다.



오늘도 씻고 밖으로 나왔다.

목적지는 길 건너 편의점.



바로 이 밀크티를 사기 위해서였다.

이 밀크티는 유통기한이 짧고 냉장보관을 해야하기 때문에 미리 사둘 수가 없었다.

춘추이허 밀크티는 우리나라에는 '화장품통 밀크티' 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알려져있다.

2015년부터는 국내에 정식 수입되어서 판매되고 있는데, 얼그레이 밀크티는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제품이다.



대만 현지에서 파는 제품인데도 한쪽에는 한국어로 쓰여져 있었다.

일본어로 쓰여진 것도 있었다.

한국이나 일본 제품을 대만에서 수출하는 것도 아닌데, 왜 한국어와 일본어를 용기에 표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마실 거와 지인에게 선물로 줄 거, 2통을 구입했다.

당연히 나는 한국어를 골랐다.



계산을 하려는데, 편의점 한 켠에는 계란이 검은 물 속에 계란이 퐁당 담궈져있었다.

대만 가게 되면 먹어보려고 했던 차예단이다.

얼핏 보기에는 계란장조림처럼 보이지만, 저 검은 물은 찻물로 차에다가 계란을 익힌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꺼내야하는데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옆에 집게가 보이길래 하나 꺼내서 비닐봉지에 담았다.



차예단


차예단 가격은 개당 10TWD (약 400원) 이었다.

찻물 때문에 계란 흰자가 갈색빛이 도는게 맥반석 계란과 비슷했다.

계란 비린내가 좀 적다는 거 빼고는 크게 맛이 다른 지도 잘 모르겠다.



짧은 외출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가족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먹었다.

이 호텔은 메뉴도 안 바뀌나.

그래도 타이베이를 떠난다고 하니 그마저도 아쉽다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며칠 더 있었으면 좋겠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객실로 돌아왔다.

양치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짐을 마저 챙겼다.

그런데 캐리어 하나가 꽤 무겁다.

저가항공이라 수하물을 많이 가져갈 수 없는데, 혹시 무게가 넘치진 않을까 불안했다

호텔에 저울이 있어서 재봤더니 다행히 아슬아슬하게하게 세이프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다른 가족들과 달리 동생은 상하이 가는 비행기를 타기 때문에 출발시간이 더 늦다.

객실에 동생을 남겨두고 부모님과 나는 지하철을 탔다.

영하일 한국의 날씨를 감안해서 입고 왔던 두툼한 옷을 챙겨입었더니 살짝 더웠다.

그런데 오히려 현지인들의 옷차림과 비슷했다.



여기 겨울이지..



대만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뒤에 나무들이 퍼러딩딩한데 여자주인공은 춥다고 목도리에 장갑까지 끼고 버블티를 쪽쪽 빠는 걸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막상 현지에 오니까 그 때 그 장면이 다시 떠오르면서 '이래서 그랬구나' 라는 생각이 퍼뜩 났다.



송산공항에 거의 도착했다.



송산공항에 도착하니 10시 40분.

비행기 이륙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는 아주 모범적인 여행자의 모습이었다.

티웨이항공 수속 게이트는 아직 오픈하지 않았다.




어? 저거!!



여행을 가기 전에 이웃블로거이자 지인인 좀좀이님께 부탁을 받았었다..

좀좀이님이 대만 여행을 갔을 때 어떤 캐릭터를 봤는데, 그 캐릭터가 너무 예뻐서 MD 상품이나 기념품을 사고 싶었지만 패키지 여행이라서 구입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에 대만에 갈 때 혹시 보인다면 대신 구입을 좀 해달라고 했다.

기념품샵 같은 데를 돌아다니면서 혹시나 해서 찾아봤지만, 비슷한 인형 같은 것만 보고 저 캐릭터를 보지는 못했는데, 송산공항 내 세븐일레븐에 있었다.


저 캐릭터의 이름은 오픈찬 Open-chan 이다.

대만에서는 OPEN小將 이라고 하는데, 대만과 중국 상하이의 세븐일레븐에서 사용하는 마스코트라고 한다.

2005년 7월 11일에 우주에서 대만 세븐일레븐에 왔기 때문에 생일은 7월 11일이고, 자신의 고향 오픈별에 세븐일레븐을 열어 점장이 되는 게 목표라는 나름 구체적인 설정도 있었다.




세븐일레븐 내에는 좀좀이님이 말하신 오픈찬 캐릭터 상품 여러가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너무 비싸거나 부피가 큰 건 가져가기 힘들어서 오픈찬이 그려져있는 카드 몇 개를 구입했다.




이런 건 왜 공항에만 두지?



대만의 유명 관광지와 오픈찬 캐릭터를 연계해놓으니 아기자기하고 너무 귀여웠다.

이런 지도나 사진엽서 같은 걸 만들어서 시먼딩 같이 관광객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의 세븐일레븐 지점에서 팔면 구입할 사람이 꽤 있을 거 같았다.

당장 나라도 하나 구입하고 싶은 의사가 있으니까.

그런데 왜 이런 좋은 아이템을 송산공항에서만 만들어놓고 있는지 모르겠다.



부모님께 짐을 맡겨놓고 세금 환급을 받기 위해 Tax Refund 사무실을 찾았다.

시먼 까르푸에서 받은 환급신청서와 여권을 주니 확인을 하고, 바로 환급을 해주었다.

총 162TWD 에서 수수료 14% 로 22TWD 를 빼고, 총 140TWD (약 5천원) 를 받았다.

까르푸에서 '절대 짐을 개봉하지 마라' 라고 해서 혹시 물건을 확인할까 걱정했으나 아예 물어보지조자 않았다.

타오위안 국제공항 쪽에서는 실제 검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타이베이 송산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티웨이항공 TW668편은 이스타항공 ZE9888편과 공동 운행을 한다.

10시 50분부터 수속을 시작하는데, 일찍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할 생각으로 미리 줄을 서서 기다렸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보람이 있게 예상보다 이른 10시 반부터 수속을 시작했다.

앉아계시던 부모님을 불러서 바로 수하물을 부쳤다.



송산공항은 김포공항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작다보니 음식점이 몇 개 없다.

나야 편의점에서아무 거나 먹어도 상관없지만, 부모님은 밥이 필요하실 거 같아서 돌아다니다보니 일본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카레우동


면을 좋아하는 나는 카레 우동을 골랐다.

한국에서도 못 먹어본 카레 우동을 대만에서 처음 먹어본다.

메뉴에 규동도 있길래 밥 드시라고 여기 왔더니 부모님도 카레우동 드셨다.



보이차 밀크티


지갑에 동전이 애매하게 남았다.

편의점에 다시 가서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간식들을 사면서 최대한 동전들을 다 썼다.

목이 말라 마실거리를 찾다보니 보이차 밀크티를 판매해서 구입했다.

내가 기억하는 보이차는 뭔가 태운 거 같은 맛과 향이 나는데, 그런 향이 살짝 나긴했지만 강하지 않아서 그냥 밀크티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할게 없어 스마트폰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적당히 게이트로 들어갔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출국 심사도, 짐 검사도 금방 끝났다.

밖에도 그닥 구경할 게 없었는데, 안에도 마찬가지다.

면세점도 별로 볼 게 없다.



떠나려고 하니 날씨가 화창하다.

타이베이에 머무는 기간동안 이렇게 화창한 날씨는 처음 보는 거 같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로 '타이베이의 날씨의 계모의 마음 같다' 라고 하더니, 정말 변덕스러운 날씨다.



오랜 기다림 끝에 비행기에 탑승했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공동운항인데, 티웨이항공의 비행기에 탑승했다.

기종은 대만 올 때와 마찬가지로 B737-800 편이고, 좌석은 3-3이었다.



아쉽게도 좌석은 엔진 바로 옆이었다.

소음에는 그닥 예민하지 않지만, 날개가 바깥 풍경을 전부 가려버리는게 아쉬웠다.



이제 떠나는구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은 늘 아쉽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한다는게 잘 실감이 안 난다.

이대로 다른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승객들이 다 탑승하시면 출발하겠다고 안내를 하더니 10분이나 일찍 출발했다.

비행기가 연착을 하거나 늦게 출발한 경우는 많이 겪어봤지만, 원래 예정시간보다 일찍 출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며칠동안 발발거리면서 다리에 쥐나도록 다니다가 좁은 좌석 안에만 가만히 앉아있으려니 답답했다.



2시간 조금 넘으니 서울의 풍경이 보였다.

아파트가 많은 줄 알고 있지만, 진짜 하늘 위에서 보니까 아파트 천국이구나.



오후 4시 57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5시 10분 도착 예정인데, 과속했는지 1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이렇게 4박 5일의 대만 타이베이 여행이 끝났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한국의 겨울은 뼈가 시리도록 춥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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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