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시먼딩으로 돌아왔다.

원래는 저녁 식사를 한 후에 시먼 까르푸에 가서 쇼핑을 하면서 남은 돈을 다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정보다 일정이 일찍 끝나서 저녁을 먹기에는 이르기도 했고, 점심을 많이 먹었던 터라 배가 그닥 고프지 않았다.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 쇼핑을 먼저 하기로 했다.






타이베이 자체에 워낙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데다가 시먼 까르푸는 꼭 한번은 들리는 장소이다보니 곳곳이 다 한국인이다.

곳곳에서 한국어가 너무 많이 들려서 이마트에서 장보는 기분마저 들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가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많은 제품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해놓은 것처럼 여기에서도 관광객들이 많이 구입하는 제품들만 모아서 따로 코너를 마련해두었다.




대만 전통 과자나 모찌도 지인에게 선물하기 좋게 예쁘게 포장되어 판매하고 있었다.

어머니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겠다며 몇 개를 구입하셨다.



내가 관심 있는 건 차.

대만은 차 생산지로 유명한데, 마오콩에서 티백 몇 개를 산 거 빼고는 차를 구입하지 못했다.

어차피 나 같이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엄한데서 사려고 하면 바가지 쓰는 호객님이 되기 십상이다.

차라리 마트에서 사는 게 속도 편하고, 질도 어느 정도 보장된다.

아리산 우롱차와 동방미인차 티백을 구입했다.



개인적으로 환전해온 돈의 대부분을 시먼 까르푸에서 탈탈 털어서 쓰니 내것만 해도 장바구니 하나 가득이다.

계산을 하고 나오려는데 무빙워크 근처에 있는 고객 서비스 센터 같은 곳에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다는 쓰여있었다.

당일 구입 내역이 2000TWD 이상이면 5% 세금 환급 신청이 가능한데, 세관에서 그 5% 중 14%의 수수료를 내야한다고 했다.

내가 구입한 것과 어머니가 구입한 영수증을 합치니 3394TWD.

영수증과 내 여권을 함께 주니, 한국어로 된 세금환급 신청서를 발급해 주었다.



"절대 뜯지 마세요."



직원은 공항의 택스 리펀 창구에서 이 서류를 내면서 환급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구입한 제품은 타이완에서 절대 뜯으면 안 된다면서 몇 번이나 강조했다.



저녁 메뉴는 훠궈.

대만에 가면 꼭 훠궈를 먹고 싶어서 여행 전부터 부모님께 강력 주장했다.

시먼딩에 유명한 훠궈집이 몇 군데 있는데, 황지아훠궈가 가격은 다른 데 보다 좀 더 비싼 편이지만 종류가 다양하다고 해서 거기에 갈 생각이었다.

시먼 까르푸에서 호텔로 가는 길 중간 즈음에 위치해있는데, 짐이 많다보니 호텔에 먼저 들렀다 갈까 했으나 귀찮다면서 그냥 안으로 들어갔다.

1인당 가격으로 계산되는 곳이라 4명이라 이야기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동생은 배도 별로 안 고픈데다 훠궈집 안에 쫙 퍼져있는 중국 특유의 냄새가 견디기 어렵다면서 그냥 호텔로 돌아가버렸다.



"육수를 무엇으로 하실건가요?"


직원은 저 메뉴판을 가리키면서 육수를 고르라고 했다.

훠궈집에 가면 당연히 홍탕/백탕이 세팅되는 거 아니었나?

한국에서도 훠궈를 먹어봤지만, 육수를 고르라고 했던 곳은 처음이라 전혀 예상을 못했다.

게다가 메뉴판은 전부 중국어.

한국어나 영어 메뉴가 없냐고 물어봤는데, 직원은 단호하게 없다고 말을 잘랐다.



대체 뭘 골라야하지...



희고 노란 것은 글씨요, 뻘건 것은 배경이다.

한국인들도 꽤 가는 음식점이던데, 대체 어떻게 주문했는지 신기했다.

다들 중국어를 아는 것도 아니고, 직원도 영어를 몰랐다.

메뉴판만 보면서 몇 분 가량 멍 때리고 있으니 직원이 보다 못해서 다른 직원을 불러왔다.

그 직원도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고 스파이시? 커리? 머쉬룸? 씨푸드? 이 정도의 육수 이름만 간단하게 불러주었다.

가장 무난해보이는 씨푸드 육수로 해달라고 하니, 또 고르라고 한다.

1인당 육수를 하나씩 고를 수 있는 거였다.

속으로는 홍탕으로 추정되는 스파이시 육수를 고르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 못 드실 확률이 100%에 가까우므로 김치 육수와 해산물 육수, 버섯 육수로 골랐다.




정말이지 힘겨웠던 주문을 마치고, 테이블 위에 육수가 올려졌다.

부모님 앞 자리에는 김치와 해산물 육수가 반반으로, 내 앞에는 버섯 육수가 올려졌다.

자리에 앉아있으니 샐러드바에 가서 음식 먹으라고 알려주었다.

외국인이 어떻게 먹을 줄도 모르는지 걱정되었나보다.




자기가 먹고 싶은 재료를 골라서 마음껏 가져다먹을 수 있는데, 재료가 정말 다양해요.

육고기부터 해산물, 야채, 조개, 버섯 등등 종류 자체가 많은데, 고기도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내장 등등 부위별로 세분화되어있고 새우만해도 몇 종류였다.

왜 다른 사람들이 여기를 추천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음료도 탄산음료부터 차 음료, 맥주까지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

그것도 디스펜서가 아닌 시판되는 캔음료였다.



가져온 재료를 앞에서 보글보글 끓고있는 육수에 넣었다.

훠궈를 처음 드셔보신 부모님은 처음에는 비교적 안전하고 익숙해보이는 재료를 가져오시더니 점차 재미가 붙으셨는지 낯선 재료들을 한두개씩 가져오시기 시작했다.

육수가 김치와 해산물이다보니 맛도 괜찮다고 하셨다

육수가 졸아들면 직원이 와서 다시 부어주고, 다시 재료를 넣어서 끓이고 하다보니 먹다보면 굉장히 진하고 걸쭉해진다.

아버지께서 김치 육수에 내장을 많이 넣으시다보니 나중에는 거의 푹 끓인 내장탕 같았다.



디저트로는 각종 과일과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무려 하겐다즈였고, 생과일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열대과일이었다.

동생이 같이 식사를 하지 못한게 아쉬웠다.



참고 : [대만] 시먼 맛집 - 황지아훠궈 皇家火鍋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삼형매 빙수 가게에 들렀다.

동생이 먹고 싶다던 녹차빙수를 사서 숙소에서 나눠먹었다.



타이베이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뭔가 그냥 들어가기는 아쉬웠다.

워낙 미식으로 유명한 나라라 이것저것 먹고 싶은 게 많았는데, 미처 먹지 못했던 것만 생각이 났다. 

멀리 갈 수는 없고, 숙소 바로 아래에 있는 찻집에 들렸다.




내가 왜 이걸 샀지?



아까 마오콩에서 못 먹은 바오종 아이스크림이 생각나서 바오종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했는데, 뭐에 홀린 듯 나는 녹차 버블티를 주문했다.

주문하면서도 앗차! 싶었는데, 맛도 역시 앗차! 이다.

녹차 버블티니 당연히 녹차라떼 같은 데 버블을 넣어줄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뜨거운 녹차에다 버블을 넣어준 맛이었다.

그냥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걸.

아직도 그 못 먹는 아이스크림이 맘에 걸린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대만을 다시 가게 되면 꼭 먹을 거다.



벤치에 앉아서 바람 좀 쐬다가 호텔로 들어갔다.

다음날 아침 식사 이후 바로 체크아웃을 해야하기 때문에 짐을 정리했다.

아까 까르푸에서 살 때도 많이 샀다고 생각은 했지만, 짐을 싸다보니 진짜 많이 샀구나 하는 게 더 실감이 났다.

부모님의 큰 캐리어까지 빌려서 꽉꽉 채워담았다.

이렇게 타이베이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었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 ^_^)

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