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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18 부산 [完]

[부산] 04. 10/8 넷째날 - 해동용궁사 (1)

by 히티틀러 2018.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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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여행의 목표 중 하나는 '멀리 가보기' 였다.

영화를 보는 건 물론 즐거웠지만, 영화 시간에 쫓겨 갔다가 '찍고만 오는 식의 관광'을 한 건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그래서 오늘은 오후 7시에 영화 한 편만 예매해놓고,  최소 반나절은 여행다운 여행을 해볼 생각이었다.

부산에 오자마자 태풍 콩레이에 후두루챱챱을 당해서 걱정했으나, 다행이 날이 좋았다.

딱 어딜 가야겠다 라고 정해둔 건 아니었지만, 가고 싶은 곳 리스트를 몇 군데 적어두었다.



감천문화마을&아미비석문화마을 -> 산길

범어사 -> 지하철 2번 환승해서 버스터미널까지 가야함

김해 글로벌푸드타운 -> 이동시간이 김 (왕복 3시간+a)

해동용궁사 -> 당첨!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께 여쭤봤더니, 해운대전통시장에서 해동용궁사로 바로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편도로 30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반나절 코스로 딱 괜찮을 거 같았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아침은 먹지 않고, 근처에 있는 옵스 베이커리 해운대점을 찾았다.

2년 전 부산에 왔을 때 우연히 들렀는데, 여기 슈크림빵이 너무 맛있어서 이번에도 꼭 들러보고 싶었다.



베이커리에서 커피도 팔고, 몇 개 안 되긴 하지만 테이블도 있어서 먹고 갈 수도 있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왕슈크림과 고구마 타르트, 말차롤, 마스카포네 푸딩을 골랐다.

양이 얼마 안 되어보이는데, 상당히 배가 불렀다.

가격도 왠만한 밥값 이상.

어차피 아침 겸 점심이기도 하고, 포장해가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조금 배가 불러도 천천히 다 먹었다.

이것저것 골라봐도 역시 슈크림빵이 제일 맛있었다.



참고 : 부산 해운대 맛집 - 옵스 Ops 해운대점




해운대시장 정류장에서 100번 버스를 탄 다음 '용궁사국립수산과학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고 한다.

'부산버스' 어플을 이용하면 현재 버스 위치를 알 수 있는데, 1-2분 남짓 기다리자마자 바로 버스가 왔다.



사장님의 말씀과는 달리, 실제로는 20분 정도 걸린 거 같다.

내려서 버스를 타고 온 방향으로 온 방향으로 몇 분만 걸어간 후, 좌회전해서 따라가면 된다.

간판도 큼직한데다 같은 정류장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목적지가 동일하기 때문에 길을 잃거나 헤멜 염려는 없었다.



해동용궁사 가는 길이라고 도로명도 '용궁길'이다.

왠지 이 길을 따라가면 용왕님도 만나고, 간도 털릴 거 같은 느낌이다.



도로를 따라서 10여분 남짓 걸었다.

햇살이 좀 따갑긴 했지만, 길 양쪽으로 나무들이 심어져서 그냥 산책길로도 좋았다.



해동용궁사 입구 도착.

워낙 유명한 사찰이라 입장료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차요금 받는 거 빼고는 무료였다.

우리나라의 어느 관광지나 그렇듯이 입구에는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있었는데, 역시나 살 건 없었다.

여행가면 자질구레한 기념품 사오는 걸 좋아하는데, 우리나라는 전국 어디를 가든 파는 게 다 똑같다.

뭔가 그 지역의 특색이 느껴지는 제품이라던가 시즌 한정 제품이라던가.. 이런 걸 개발할 수는 없는 걸까?

내가 한국인이라 익숙해서가 아니라 외국인이라도 마찬가지일거다.

그러니 다들 한국 여행오면 로드샵 가서 화장품만 싹쓸이하지.




길 양쪽으로 돌로 만든 십이지신상과 관음상, 돌거북이 등이 죽 늘어서있다.

딱히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사진 찍는 스팟인 듯 했다.



집을 잘못 찾아오신 돌하르방도 있었다.



절 입구에는 월정사 8각 9층 석탑을 연상하게 하는 높고 화려한 석탑이 서있었다.

교통안전기념탑이다.

무려 앞에는 타이어도 하나 세워져있었다.

일본 여행 갔을 때 유명한 어느 절에서 교통안전 부적을 하나 사본 적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이와 관련된 곳을 본 건 처음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이라고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해동용궁사로 간다.



용궁사라고 기둥도 용 문양으로 되어있는데, 용이 허접해도 너무 허접하다.

이무기에서 용으로 변신하는 과정 중에 버퍼링이 생겨서 오류났나보다.

슬로베니아 류블라나 여행을 갔을 때 용다리가 유명하다고 해서 가봤더니 용이 너무 작고 왜소해서 저게 뭐냐며 낄낄거렸는데, 그건 양반이었다.

어차피 새로 지은 건물 같은데 이왕 지을 거면 좀 있어보이게 만들 것이지, 없느니만 못한 용이었다.



득남불.

'포대화상' 이라고 하는 중국 선승으로, 이 모습처럼 몸집이 크고 배가 불룩하게 나왔다고 한다.

항상 커다란 자루를 둘러 메고 지팡이를 짚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시주를 구하거나 시대나 인간사의 길흉을 점쳤다고 한다. 

득남불의 배나 코를 만지면 아들을 얻는다는 이야기가 있다던데, 다들 얼마나 만졌는지 배가 반질반질하다.



돌로 된 길과 건물, 옆으로 드리워진 대나무길.

다른 사람들의 해동용궁사 포스팅엣 보던 바로 그 풍경이었다.

마치 중국 무협 영화에 나오는 장소 느낌이 물씬 나는게, 왠지 걷는게 아니라 슈슈슈슈~ 하면서 중력을 거슬러 날아다녀야할 거 같다.

평일 낮시간인데도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아무도 안 나온 컷을 정말 어렵게 건질 수 있었다.



부처님 머리가 덩그라니 잘라져서 박제되어 있는 모습은 태국 같은 곳에서는 몇 번 봤지만,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보는 광경.



한자가 왜 저 모양이야!



세번째 글자가 门 은 '문 문  門' 자의 간체자 표기이다.

요즘 동대문이나 명동 같이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에서 한자 표기를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번체자 표기 대신 중국 본토에서 사용하는 간체자 표기로 번경해놓은 걸 여러 번 보았다.

그걸 볼 때마다 솔직한 심정으로 상당히 불쾌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우리나라 관광업에 끼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번체 표기는 우리의 전통 중 하나인데,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나 관광 시설도 아닌 지하철의 표기를 바꾸는 건 정체성도, 줏대도 없는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한국에 올 정도의 중국인이라면 번체를 쓰지는 못해도 무슨 글자인지 알아는 본다.

설령 모르더라도, 외국어도 아닌 자기네 나라에서 쓰는 문자인데 외워야하는 게 맞고.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닌 부분일지라도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써야하는게 아닐까 싶다.





108장수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번뇌사 소멸해서 장수한다고 한다.

실제로는 다니다보면 무릎이 쑤시고 다리가 아파서 다른 생각을 잊게 되는 게 더 큰거 같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햇살이 살짝살짝 스치는 대나무숲이었는데, 조금씩 내려갈수록 바다와 절이 보이기 시작했다.



멀리에서 볼 때는 아름다운 바다가 가까이에서 보니 쓰레기인지 부유물이 잔뜩 떠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이라고 붙여놓은 패기가 좋다.



해동용궁사는 우왕 2년인 1376년, 공민왕의 왕사인 나옹대사에 의해 창건된 절이라고 한다.

나옹대사가 불법을 구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현재의 해동용궁사 자리에서 지새를 보고 신령스러운 곳이라고 여겨서 토굴을 짓고 수행 전진을 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화재로 인해 소실되었다가 1930년대 초 통도사의 운강스님이 보문사로 중창했고, 1970년대에 해동용궁사로 개칭했다고 한다.



오전 11시 즈음이었는데, 안에서는 불공이 한창이었다.

수능이 한 달 남짓 밖에 남지 않았을 때라 그런건지, 원래 사람이 많이 찾는건지 평일 낮시간인데도 신도분들이 좀 있었다.



옆에는 아까 득남불의 주인공인 포대화상이 황금빛을 번쩍거리면서 앉아계신다.

아예 포토존으로 만들어놓은 듯 했다.



대웅전의 왼편으로는 용궁단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사찰들은 산 속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산신을 모시는 산신각이 있는데, 해동용궁사는 바로 바닷가 옆이라 산신 대신 용왕을 모시는 용궁단이 있는 셈이다.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곳도 있다.

긴 국자로 물을 떠서 세 번 끼얹으면 된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생각에 나도 줄서서 기다려서 물 뿌리고 왔다.



'원통문' 이라고 쓰여진 곳으로 사람들이 계속 들어가고 나온다.

대체 뭐가 있는지 궁금해서 나도 따라들어가봤더니, 울퉁불퉁한 돌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언덕길 걷기 싫어서 여기 온 건데, 왠지 모르게 계속 계단만 올라가는 이상한 기분이다.



꼭대기에는 해수관음대불이 있었다.

바다에 있는 관세음보살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관세음보살은 바닷가 외로운 곳에 살면서 용을 타고 회현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관음신앙은 해안지역이나 섬을 중심으로 형성되어있고, 3대 관음성지 또한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해동용궁사 등 바닷가에 위치한 사찰이다.

해동용궁사의 해수관음대불은 불기2542년인 1998년에 세워진 것으로, 단일 석재로는 한국 최대의 석상이라고 한다.



해수관음불 뒤에도 나한상들이 옹기종기 세워져있다.



발 아래는 여전히 사람들이 바글대지만, 탁 트인 바다와 절이 어우러지는 경치가 참 장관이었다.

굳이 해수관음불이 아니라도 이 풍경을 보기 위해서 돌계단을 걸어올라오는 보람이 있었다.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올라갈 때는 '그냥 힘들다' 라는 생각뿐이었는 내려갈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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