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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18 부산 [完]

[부산] 05. 10/8 넷째날 - 해동용궁사 (2)

by 히티틀러 2018.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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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관음대불을 보고 나서 다시 경내로 내려왔더니 땅속에 반쯤 파묻혀진 입구가 있다.

한자를 보니 감로약수 甘露藥水, 신비한 약수터라고 한다.



사찰에 약수터가 있는 곳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반지하에 묻혀있는 건 처음이다.

완전히 내려가니 몰랐던 불상이 있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성수를 보는 기분이었다.

바가지로 떠서 한 모금 마셔보니 신기하게도 민물이었다.



"안에 동전 있다, 먹지 말자."



내 뒤에 들어온 사람이 물 안에 동전이 들어서 위생이 안 좋아보인다며 돌아나갔다.

갈거면 그냥 나갈 것이지, 나보고 들으란 듯이 큰 소리로 말할 건 뭐람.

물 한 바가지 다 마셨지만, 아무 탈도 나지 않았다.




대웅전 앞에도 3층 석탑이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고 싶었지만 막혀있기도 했고, 해동용궁사 자체가 아기자기하게 이것저것 많아서 '그냥 석탑을 만들어놨나보다'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부처님의 사진을 모셔둔 진신사리탑이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용두암과 미륵바위가 있었지만 전쟁 등을 겪으면서 폐허가 되었고, 1990년에 어느 스님이 돌조각들을 모으고 손상된 암벽을 복구해서 3층 석탑을 새로 쌓았다고 한다.

그리고 스리랑카에서 오신 스님이 가지고 온 부처님의 사리도 같이 봉안하면서 사리탑이 되었다고 한다.

들어가는 입구를 막아놓은 건 바닷가라서 안전상 이유로 그런 줄 알았는데, 엄청 중요한 장소라서 그랬던 거였다.



이제 왠만큼 구경을 다 한 거 같아 다시 돌아나왔다.



용문교 다리를 건너는데, 한쪽으로는 바다, 다른 한쪽으로는 소원성취연못이 있다.

동전을 던져서 들어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하는데, 난이도가 극상이다.

청계천에서 그 가까운 거리에 던져도 동전이 잘 안 들어가는데, 이 먼 거리에서 저 작디 작은 바구니 안으로 동전을 던져서 집어넣는게 과연 가능할까.

그 밑에 네모난 공간에 넣는 것조차도 쉽지 않아보이는데.

해동용궁사는 누구든 한 가지 소원이 이뤄지는 절이라고 하는데, 요행을 노리지 말고 열심히 살라는 큰 그림인가보다.



위에 있는 돌비석을을 보니 '용암 龍巖', 즉 용바위라고 적혀있었다.

멀리서보니 용인지 뱀인지가 바다로 나아가는 형상이다.

고등학교 때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서 용두암을 보고 '저게 무슨 용머리야!' 하면서 어이없었는데, 그거보다는 훨씬 용 같다.



다시 108장수계단을 올라갔다.

사람이 많아서 조금 올라가다 서고, 조금 올라가다 서고.. 



108계단 올라가는 길 중간 즈음에는 옆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

이쪽으로 일출 보러도 많이 오고, 동암마을은 이 지역의 유명한 바다낚시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한다.



여기에도 사당 같은 게 있어보여서 들어갔더니, 안에는 약사여래불이 있었다.

약사여래는 중생들의 질병을 낫개하고 재앙을 소멸시키고 고통을 없애주는 부처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우리나라 민중들이 널리 믿었던 신앙이다.





이쪽으로 나와야 사진포인트구나!



약사여래불을 보고 나와서 해변을 따라 걷다보니 멀리 해동용궁사의 전경이 한 컷에 들어왔다

보통 '해동용궁사' 라고 하면 대표되는 구도는 해변산책로로 좀 걸어나와야 건질 수 있었다.



돌 위에는 갈매기가 아닌 비둘기들이 옹기종기.

누가 빵가루라도 뿌려놨나?

안전상 이유로 펜스가 있어서 근처에 사람도 못 가다보니 대놓고 파티 중인가보다.



해동용궁사에서 500m 정도 가면 국립수산과학원이 나온다.

그 옆으로 산책길이 지나가기도 하지만, 국립수산과학원 내에는 아쿠아리움을 비롯한 ㅇ리나라 수산 해양에 관한 홍보관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개관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에, 입장료는 무료.

매주 월요일과 설날, 추석연휴는 휴무라는데, 내가 간 날은 월요일이라서 가볼 수는 없었다.




초입은 나무도 많고 정비된 길이지만, 조금 걷다보면 흙길이 나온다.

나무가 없다보니 그늘이 없어서 햇살이 좀 따갑긴 했지만, 조용하게 산책하기 좋았다.

용궁사 쪽에서 바글거리는 사람들도 그 근처에만 돌아다니지 여기까지는 잘 오지 않는 거 같았다.



옆으로는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가 펼쳐져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을 거면서...

순간 부산에 막 왔을 때 생각이 나면서 다시 울컥했다.

태풍이 온 게 이틀 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화창한 날씨였다.




저건 또 뭐지?



아까부터 바다 한가운데 돌무더기 위에 사람들이 올라가있는 게 신기했었다.

울타리로 막아놨는데 저긴 어떻게 올라갔지? 싶었는데, 여기만 울타리가 없이 길이 뚫려있었다.



길가 곳곳에는 자갈들을 모아서 쌓아놓은 돌탑들이 즐비하다.




돌길이라서 울퉁불퉁하고 좀 위험하긴 했지만, 여기도 포토스팟이었다.

바다도 보이고, 용궁사도 보이고, 사람은 없고... 오히려 마음껏 사진 찍기는 더 좋았다.

실제 내 사진 찍기 싫어하는 나만 빼놓고 여기 올라오는 사람들은 다들 셀카 남기기에 여념이다.

한켠에 걸터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는 커플도 있었는데, 참 낭만적으로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하얀 건물이 힐튼 부산으로, 해안산책로를 따라가면 저 호텔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기장 쪽 카페도 유명하다던데 해동용궁사 온 김에 한 군데 들려볼까 싶었으나, 아침에 먹었던 옵스 베이커리의 빵이 아직 안 꺼진 상태에 걷기가 상당히 귀찮았으므로 여기까지만 보고 발길을 돌렸다.



분명히 아까 지나온 길이었는데, 못 봤던 학업성취불도 있었다.




108장수계단으로 돌아나오니 다시 사람들이 한가득이다.

내려갈 때에는 '숲이 울창하구나' 정도만 생각했는데, 계단을 올라가면서 위로 올려다보니 풍경이 더 장관이었다.



해동용궁사 입구로 나와서 산책로로 보이는 산길이 있고, 송정해수욕장과 공수항 방향을 알리는 화살표가 있었다.

해운대로 돌아가려면 어차피 그 방향이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가보았다.




가보니 갈맷길 1코스였다.

갈맷길은 부산시에서 2009년 '걷고 싶은 도시 부산'을 선포하면서 만든, 일종의 산책길이다. 

해안길, 숲길, 강변길 등 총 9가지 코스가 였는데, 1코스는 임랑해수욕장부터 기장군청을 거쳐 문탠로드까지, 총 10시간이 걸리는 33.6km의 코스였다.


 

숨쉰 채 발견되겠네



으슥한 산길인데,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여기 지나가다가 길 잃으면 어디선가 장산범이 어흥하고 나타나든가 숨쉰채 발견될 거 같았다.

입구에서만 50m 정도 갔다가 나왔다. 



해동용궁사에서 해운대로 가는 버스는 맞은 편에 있는 용궁사·국립수산과학원 정류장에서 탈 수 있다.



이 정류장에 서는 버스인 100번, 139번, 181번 버스 해운대 해수욕장 혹은 해운대역 쪽으로 가지만 배차간격이 긴 편이라고 한다.

운이 좋았는지 도착하자마자 바로 버스가 와서 탈 수 있었다.





해동용궁사는 흔히 생각하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사찰이라기보다는 관광지에 가까웠다.

여기저기 아기자기하게 참 많았고,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는데도 나중에 보면 못 본 것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계단이 많고, 길이 울퉁불퉁해서 유모차나 휠체어 같은 게 들어오긴 어려워보였다.

대중교통이 좀 불편하다고는 하지만, 해운대쪽에서 바로 가는 버스도 있고 편도 20-30분 정도라서 딱 반나절 코스로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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