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 앉아서 잠깐 다리쉼을 하고 있는데, 바로 앞에 유럽 풍의 이국적인 건물이 보였다.
누가 봐도 '나 특별한 장소야' 하는 듯 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19세기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진 카톨릭 성당인 노트르담 대성당 Notre Dame Cathedral 이었다.
호치민 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물로, 붉은색 벽돌을 비롯한 모든 자재들을 프랑스에서 들여와서 지었다고 한다
종교시설은 왠지 방해가 될 거 같아서 들어가기 조금 주저하게 되는데, 다행히 외부사람들에게도 개방되어 있었다.
현지인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자유스럽게 드나드는 것 같아서 나도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특별할 거 없이 그냥 성당이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진 유럽스타일의 건물이니 예쁘기는 하지만, 뭔가 '베트남스럽다'라고 할만한 것은 없었다.
그나마 한가지 볼만했던 것은 베트남 의상을 입은 사람들의 조각상 정도였다.
성당 한켠에는 성가대원이 연습을 하고 있는 듯 했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대강대강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다니고 있으니 성당에서 종소리가 들렸다.
가이드북을 보면 일요일에 미사를 한다고 하던데, 내가 방문했던 날이 마침 일요일.
미사를 시작하는 듯하여 밖으로 나왔다.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는 성모마리아상도 세워져있다.
성모마리아의 발 아래 옹기종기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왠지 '우리의 어머니'라는 뜻의 노트르담 성당 이름에 어울리는 듯 하다.
호치민 중앙우체국
노트르담 성당에서 길 하나 건너에도 유럽풍의 건물이 하나 있는데, 호치민 중앙루페숫리가.
프랑스 식민지 시절은 1890년대에 지어졌으묘, 에팔탑을 건설한 건축가인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했다고 한다.
시간이 늦어서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하지만 다행히 입구가 문이 아니라 쇠창살로만 잠겨 있는 상태라서 밖에서라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베트남에서 가장 큰 우체국이라고 하더니 정말로 넓고 화려하다.
밖에서 얼핏 보기에도 이정도인데, 안에 들어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꽤 볼만 했을 거 같다.
누가 베트남 아니랄까봐 역시 여기도 건물 정가운데에 위치한 호치민의 사진이 눈에 띈다.
우체국 안쪽에는 나무로 된 앤틱 스타일의 부스가 몇 개 있다.
원래는 공중전화로 사용했다고 하던데, 핸드폰이 대중화된 지금은 ATM 부스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중앙 우체국 앞에서 보는 노트르담 대성당.
여름밤이라서 그런지 낮보다 한껏 선선해진 날씨에 사람들이 많이 밖으로 나와서 밤산책을 즐기고 있다.
그들에게 간식거리를 파는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띈다.
조그마한 화로에 전병 같이 얇은 피를 굽고, 그 안에 여러가지 소를 넣어서 만드는 거 같았다.
예전에 여행했던 하노이나 후에, 호이안 지역에서는 못 본 거 같아서 궁금하기도 하고, 현지인들도 많이 사먹길래 저도 하나만 사먹었습니다.
이름을 물어보지 못해서 정확히 어떤 음식인지는 잘 모른다.
얇은 피는 바삭바삭하고, 속에 든 내용물은 짭자름했다.
맥주가 있다면 같이 먹어도 괜찮을 거 같았지만, 그냥 먹기에는 살짝 짜고 퍽퍽했다.
전날 공항에서 노숙해서 피곤하기도 하고, 다리도 아파서 슬슬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여긴 뭔데 이렇게 사람이 많지?"
어차피 벤탄 시장 쪽으로만 가면 숙소를 찾아갈 수 있기 때문에 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고 있었는데,갑자기 사람이 바글바글거리는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인민위원회 청사
"여기가 그 유명한 인민위원회 청사구나!"
가이드북을 뒤져 지도를 확인하고 나서야 알았다.
호치민을 대표하는 장소지만 볼 시간이 없을 듯하여 포기하고 있었는데, 소 뒷발로 쥐잡은 격이었다.
나 같은 외국인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특별한 곳인지 와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었다.
경찰들도 호치민 동상에 너무 가거나 의심가는 행동만 하지 않으면 크게 제지를 하지 않았다.
인민위원회 청사 앞 광장은 마치 파티장 같은 분위기였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온 가족이 함께 나와서 간식도 사먹고, 길거리 공연 같은 것도 보고, 분수도 틀어주고...
'호 아저씨의 파티타임!!!' 이랄까.
나도 더 놀고 싶었지만, 다리도 너무 아프고 피곤해서 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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