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잔다고 잤는데, 눈을 뜨니 오전 9시였다.
오래 잔 건 아니지만, 침대가 푹신해서 낯선 잠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잤다.
밥 먹으러 가자!
비가 온다던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날씨는 아주 화장했다.
화장하다보니 햇살이 너무 강해서 더울 지경이었다.
아침식사를 할 장소는 바로 맥도날드!
내가 햄버거를 워낙 좋아하니 외국은 어떤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여행 오기전부터 꼭 먹어야겠다고 벼르던 메뉴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슬림들이 많이 사는 국가답게 말레이시아에서는 맥도날드도 할랄이다.
맥도날드 입구에 붙어있던 안내문.
애완동물 반입금지, 흡연까지는 이해가 가는데 두번째 줄은 왠지 웃겼다.
왼쪽은 헬멧 착용금지인거 같은데 맥도날드 안까지 헬멧을 쓰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고, 오른쪽은 뭔지 잘 모르겠다.
외부음식 반입금지를 저렇게 표시한건가?
부부르 아얌
말레이시아 맥도날드에서는 모닝메뉴로 닭죽을 판다.
현지어로는 '부부르 아얌 Bubur ayam' 이라고 부르는데, 부부르 bubur 는 죽, 아얌 ayam 은 닭이라는 뜻으로 현지어로도 닭죽이다.
가격은 5링깃 (약 1500원)으로 닭죽에 스몰 사이즈 커피나 차도 하나 선택할 수 있다.
맛은 우리나라에서 먹는 닭죽이랑 똑같다.
간도 적당하고, 참기름도 주기 때문에 진짜 한식을 먹는 기분이다.
향신료향이 강하고 맛도 자극적인 현지 음식이 입에 잘 안 맞으신 분들이나 외국 음식을 낯설어하는 노인 및 어린아이들에게도 정말 딱일 거 같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 메뉴가 없을까?
우리나라 맥도날드에서도 아침에 죽을 판다면 자주 사먹을텐데.
애플 파이
우리나라에는 없는 애플파이도 하나 주문했다.
말레이어로 pal 은 파이, epal 은 사과라는 뜻이다.
인도네시아어와 말레이시아어는 둘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여행을 다녀보니 말레이시아가 인도네시아어보다 영어 단어를 더 많이 차용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음' 이라는 단어도 인도네시아에서는 '에스 es' 라고 하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아이스 ais' 쓴다.
종이곽을 개봉하면 한뼘 정도 길이의 파이가 나온다.
하나만 시켜서 반씩 둘이 나눠먹기로 했다.
파이 안에는 설탕과 계피에 졸인 사과조각이 들어있어서 진짜 사과파이 먹는 느낌이 들긴 한다.
하지만 난 계피향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서 태국에서 먹었던 콘파이가 더 맛있었다.
전날밤 걸었던 길을 다시 걸어 KLCC로 향했다.
똑같은 길인데도 맑은 낮에 보는 느낌은 또 달랐다.
그러나 낮에 보니 어제보다 더 여의도 같았다.
목적지는 전날 밤 갔다가 빵만 먹고 온 수리아 KLCC 몰.
그러나 우리의 목적인 쇼핑이 아니라 '키노쿠니야 Kinokuniya' 라는 서점이었다.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그 나라 서점은 꼭 들리는 편이다.
아마존을 통해서야 구입할 수 있는 그나라에 대한 안내서라든가 영어로 된 여행회화책을 사두면 여행하는 내내 꽤 유용하기 때문이다.
또 내가 수집하는 사진 엽서의 경우에도 관광지에는 없어도 서점에 가면 구할 수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원래 특별히 목적이 없어도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등을 들러보는 나로서는 그냥 어떤 책이 있나 보는 것만으로도 큰 재미이기도 하다.
말레이시아에도 진열되어 있는 뽀로로.
이 책은 대체 무슨 내용일까?
디자인으로 봐서는 로맨스 소설 종류일 거 같은데, 꽤 좋은 위치에 진열되어있었다.
무슨 내용인지 뒤져보고 싶어도 말레이어로만 쓰여있어서 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혹시 외국인을 위한 말레이어 교재 있나요?"
"아뇨, 없어요."
나름 이 지역에서는 크다는 서점이라서 teach yourself 나 colloquial 시리즈 정도는 한 두권 있을 줄 알았는데, 영 쓸만한 교재가 보이지 않았다.
여행회화책도 없는 것 같았다.
"혹시 이 근처에 다른 서점 없나요?"
"여기 맞은 편에 에비뉴 K (Avenue K) 라는 쇼핑몰이 있는데, 거기에 popular book 이라는 서점이 하나 더 있어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워낙 그 건물이 그 건물 같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지나오면서 본 건물이었다.
수리아몰도 중국 설 분위기를 많이 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는 울긋불긋 알록달록하니 아주 대놓고 설날을 축하하고 있다.
올해가 원숭이의 해라고 해서 아예 천장에 손오공 한 마리를 매달아놓았다.
에비뉴 K 도 꽤 큰 쇼핑센터였지만, 워낙 크고 화려한 수리아몰을 먼저 봐서인지 그렇게 눈에 확확 들어오진 않았다.
건물 내에 서점이 하나 뿐이나, popular book 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 비슷비슷한 책들 뿐, 내가 찾던 책은 여기에도 없었다.
우리나라 대형서점들처럼 컴퓨터로 직접 한 번 검색해보고 싶었지만, 말레이시아는 아직 그런 시스템까지는 없는 것 같았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
몇 번 다녀왔다고 어느새 익숙해졌다.
원래 공항에서 현지 유심을 사려고 했지만 헤매다보니 아직까지 유심을 사지 못했다.
친구의 지인과 연락을 하려고해도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호텔을 벗어나는 순간 먹통이었다.
호텔 컨시어지 직원에게 물어보니, 뭘 물어보든 무조건 암팡파크 몰로 가라고 한다.
"프리페이드 유심칩 사고 싶어요."
"암팡파크 가세요."
"옷 세탁하고 싶은데, 근처에 세탁소 있나요?"
"암팡마크 가세요."
"사려는 물건이 자야 슈퍼마켓에 없는데, 근처에 다른 슈퍼마켓 없어요?"
"암팡파크 가면 있어요."
이런 식이었다.
오후에 지인과 다시 만나기로 한 터라 멀리 다른 곳에 갈 수는 없고, 유심칩도 급해서 암팡파크몰에 다녀오기로 했다.
어차피 내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육교 하나면 건너면 된다.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통신사 중 하나인 Hotlink 간판이 붙어있는 가게에 무작정 들어갔다.
"여기서 프리페이드 심 살 수 있나요?"
"네, 골라보세요."
가게에서 일하던 청년은 심카드 뭉치를 건네주고, 원하는 번호를 고르라고 했다.
"탑업도 따로 해야하나요?"
"여기서 같이 해드릴 수 있어요."
그는 인터넷 요금제 리스트를 죽 보여주었다.
남은 일정은 4일, 1주일간 900M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10링깃짜리 요금제를 골랐다.
프리페이드 심카드 25링깃, 탑업 10링깃을 합쳐서 35링깃과 핸드폰을 주니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일처리를 다 해주었다.
3G이긴 했지만, 속도는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
이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속이 다 후련했다.
심카드까지 사고나서 암팡파크 쇼핑센터 안에 있는 밥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점심시간 대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았는데, 관광객들은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 현지인들인 거 같았다.
메뉴도 영어로 되어있고, 사진까지 다 있어서 고르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박소
인도네시아 여행할 때 꼭 먹고 싶었던 음식인데, 제대로 먹어보지 못해서 늘 아쉬움이 많았던 음식이었다.
'말레이시아도 박소를 먹는구나.' 싶어서 주문했는데,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그거 인도네시아 음식이야.' 라고 딱 잘라말한다.
맛은 완자가 들어간 국수맛인데, 역시나 약간의 비린맛과 커리향이 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거북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친구가 주문한 아삼 락사를 주문했는데, 꼬릿꼬릿한 생선 삭는 비린내가 진동을 한다.
원체 생선비린내를 싫어해서 해산물은 잘 안먹는데, 내가 먹는 게 아님에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비린내가 심하다.
전날 먹었던 락사는 참 맛있었는데, 역시 현지인들이 먹는 오리지널은 외국인이 감히 따라하는 게 아니다.
망고 드링크
동남아는 과일드링크를 시키면 당연히 생과일을 갈아넣은 걸쭉한 스무디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망고 주스 가루를 탄 건지, 그냥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 같은 묽은 주스가 나와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암팡파크 쇼핑센터에는 옷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남자들의 옷은 전통 의상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다른 점이 없는데, 여자들의 의상은 이슬람 스타일에 맞추어서 몸을 전부 가리는 스타일이다.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느끼는 점 중의 하나는 '동남아시아 여자들은 참 대단하다' 라는 점이었다.
중동이나 중앙아시아 지역의 여성들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가리고 다닌다.
하지만 그 지역은 햇살이 강한 대신에 기후가 건조해서 펑퍼짐하게 가려서 몸에 그늘을 만들어주는게 더 시원하다.
당장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사막지역에 보내놓으면 머리에 신문지라도 하나씩 다 뒤집어 쓰고 온다.
그런데 동남아는 기온도 높은데다가 날씨 자체도 엄청 습하다.
몇 걸음만 걸어도 땀이 삐질삐질 나는 그곳에서 긴옷으로 감고 다니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긴 팔에 긴 옷 입고 잘 다녔던 나도 말레이시아에서는 땀때문에 몸에 쩍쩍 들러붙는 옷이 참 불편하게 느껴졌다.
암팡파크 몰 내에는 푸드코트도 있다.
중국 음식부터 인도음식, 말레이 음식까지 다양한 음식들을 파는데, 마치 광화문 인근 음식점 점심시간들처럼 직장인들이 바글바글하다.
친구는 여기에서도 음식을 먹어보자고 했지만, 배가 부르기도 했고 워낙 정신이 없어서 뭘 먹더라도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거 같아서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암팡파크 쇼핑센터 3층에는 세탁소가 하나 있다.
친구가 빨래 세탁을 맡기고 싶어해서 한 번 들어가 봤는데, 남인도 출신인 듯한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다.
호텔에 맡기는 것보다 세탁비도 저렴하고, 다음날이면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파인애플맛 아이스크림콘
다시 맥도날드에 들렀다.
아침에 맥모닝을 먹으러 왔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안 파는 파인애플맛 아이스크림콘을 파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가격은 2링깃 (약 600원)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다.
기대했던 것처럼 파인애플 생과일 맛은 아니었고, 롯데샌드 파인애플맛 속의 크림을 얼려놓은 것 같은 맛이었다.
그래도 아이스크림을 위에만 살짝 올려준 게 아니라 속까지 아이스크림을 꽉꽉 채워줘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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