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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6 쿠알라룸푸르 [完]

[말레이시아] 03. 1/17 쿠알라룸푸르 KLCC

by 히티틀러 2016.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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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구경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부슬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긴 햇지만, 우산 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멀리 가지는 않더라도 잠시 밤산책을 즐기고 오기로 했다.



내가 묵고 있는 숙소인 더블트리 바이 힐튼 호텔은 LRT '암팡파크 Ampang Park' 역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있는 KLCC 역과는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인데, 충분히 걸어서 다녀올 수 있는 정도의 거리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머물고 있는동안 나는 거의 매일 KLCC에 다녀오곤 했다.

처음 숙소를 검색할 때는 KLCC 가 뭔가 했더니 Kuala Lumpur City Center 의 약자라고 한다.





뭔가 낯이 익다



암팡 거리 Jalan Ampang 을 따라 걸어가고 있는데, 왠지 모르고 풍경이 낯설지가 않다.

어디서 느껴봤더라 하고 고민하다가 생각났다.

여의도.

딱 여의도를 걷는 느낌이었다.



쿠알라룸푸르의 상징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정말 어디서 보더라도 눈에 확 띄었다.

피곤했지만 막상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를 보고 나니 거기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걸었다.



드디어 도착한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앞.

영화나 다른 사진으로 볼 때는 그냥 저런 건물이 있나보다 싶었는데, 막상 앞에 서보니 나도 모르게 위압감이 들 정도로 거대한 건물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참 스댕(?) 스러웠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라는 이름이 너무 길어서 여행 내내 그냥 '스댕 타워'라고 부르고 다녔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옆에는 수리아 몰 Suria mall KLCC 이라는 큰 쇼핑센터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던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온 기분이었다.

말레이시아에는 화교가 많이 살아서 'Chinese New Year'라고 부르는 구정도 기념한다.

이 때가 설 연휴 2주 전이라 붉은 색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수리아몰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밤 9시 반이 넘었던 시간이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거나 영업을 종료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국에도 있는 프렛즐 가게인 앤티앤스 Auntie Anne`s 에서 빵 하나를 샀다.

안에 소시지와 치즈가 들어있는게 짜고 기름지다.

앉아서 빵 하나를 먹고는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원래는 구경도 하고, 수리아몰에 슈퍼마켓이 있다길래 구경도 하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빵 먹으러 온 셈이 되었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비가 그치고, 안개가 자욱하게 껴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는 늘 맑은 날이었는데, 안개가 껴있으니 느낌이 색달랐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꼭대기 부분 또한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왠지 저 꼭대기에는 암흑대왕 드라이어스라도 살고 있을 거 같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24시간 문 여는 식당을 보았다면서 거기서 뭐라도 먹고 가자고 했다.

새벽 비행기부터 배앓이를 했던 터라 또 탈이 날까 걱정했지만, 가볍게 맛만 보고 가자기에 안으로 들어섰다.




"이거 있나요?"

"없어."

"이거는요?"

"그것도 없어."



대체 있는 메뉴가 뭐야.

진열되어 있는 음식이 몇 종류 있긴 했지만. 이제 갓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우리는 어떤 음식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말도 안 통해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



나시 르막


"Dua nasi lemak. (나시르막 2개)"


결국 주문한 건 그나마 이름을 아는 나시르막이었다.

그러니 데우지도 않은 삼각김밥 같은 걸 하나 툭 던져주었다.



바나나잎 포장을 푸니 밥과 삼발소스, 멸치조각 몇 개와 계란 반쪽이 들어있다.

현지인들이 먹는 나시 르막은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었다.

밥은 차갑고, 삼발소스는 맵고 아렸다.

더군다나 날씨가 덥다보니 입맛이 뚝 떨어진 상태라서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결국 반쯤 먹다가 말았다.


"음료수는 뭐 마실래?"


메뉴를 보니 흔한 콜라나 스프라이트 같은 메뉴는 없고, 말레이어로만 잔뜩 쓰여있었다.

뭘 마실까 고민하는데, 메뉴에서 'ais kosong' 이 눈에 띄었다.


아이스 꼬송 Ais kosong?


여행 전 말레이시아 관광청에서 받아왔던 음식 자료에 비슷한 이름이 있다는 게 생각났다.



"나는 아이스 꼬송 마실래."





이게 뭐지?


종업원이 가져다 준 건 물 한 잔이었다.

뭔가 이상했지만, 말이 안 통해서 물어보기도 힘들었다.

맹물이라도 덥고 목말라서 벌컥벌컥 마시고 싶었지만, 생수도 아니고 괜히 마셨다고 속 내용물을 다 확인할까봐 무서워서 대강 입만 헹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생각했던 건 '아이스 카창 Ais kacang' 이라는 말레이시아 디저트였고, 'ais kosong' 은  얼음물이라는 뜻이었다.



갔던 길을 되돌아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방 안에 들어서니 씻기조차 귀찮을 정도로 피로가 몰려왔다.



"내일 말라카 가야하나."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밤에 KLCC 지역을 전부 돌아본 후, 둘째날에는 아침 일찍 말라카로 넘어가서 구경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친구의 지인을 만나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서 KLCC 관광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너무 피곤했다.

말라카를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면 새벽같이 일어나서 출발해야하는데, 몇 시간이라도 푹 자고 싶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잠도 제대로 못 자가면서 돌아다녀야하나.

내가 보고 싶었던 건 말라카 야경인데, 이번 여행에는 야경을 못 보고 올텐데.'


머리 속은 말라카를 가지 않으려는 온갖 핑계로 가득찼다.

친구도 내가 말라카를 가보고 싶다고 해서 일정에 넣었지, 굳이 가고 싶어하지 않아하는 눈치였다.



"그냥 말라카 가지 말자."



결국 여행 기간 내내 쿠알라룸푸르에서만 보내기로 결정했다.

'언젠가 또 말레이시아에 올 기회가 있겠지.' 라는 뻔한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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