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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6 쿠알라룸푸르 [完]

[말레이시아] 05. 01/18 캄풍바루 야시장,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by 히티틀러 2016.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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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지인과 다시 만났다.


"식사했어요?"


먹었지만 안 먹었다고 했다.



그녀는 우리를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한식당에 데려다주었다.



"여기는 암팡이라는 지역인데, 한국인들이 많아 살아요."



몇 번 한국에 왔던 경험이 있던 그녀는 한국에 가보기 전에 여기서 몇 번 한식을 먹어봤다고 했다.

기껏 외국까지 가서 한식을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본인 입장에서는 우리를 배려한다고 한식당에 데려다준 것일텐데 안 먹을 수가 있나.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인데, 말레이시아 정부로부터 할랄 인증을 받은 곳이라고 한다.



특이하게 제일 먼저 흰죽이 나왔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주문하니 밑반찬이 나온다.

김치나 오이무침처럼 한국에서도 흔하게 먹는 반찬도 있지만, 처음 보는 야채로 만든 무침도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나오는 야채를 가지고 한식 스타일로 요리한 것 같았다.

식감이나 맛이 낯설기는 했지만, 그래도 맛이 괜찮았다.



김밥


그닥 부담없고 무난한 메뉴를 고르다보니 선택한 음식이 김밥이었다.

단무지가 없고, 데리야키소스와 마요네즈가 들어가서 우리가 흔히 먹는 김밥 맛이라기보다는 캘리포니아 롤 같은 맛이었다.

사장님 말씀으로는 가격이 너무 싸서 거의 이문이 남지 않기 때문에 한국 김밥과는 맛이 좀 다를 거라고 했다.

김밥 가격이 8링깃(약 2천원)이니 비싼 한국 재료를 다 사용할 수 없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할만 했다. 



테 타릭


테 타릭 Teh tarik 은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밀크티이다.

말레이어로 테 teh 는 차를, tarik 은 당기다 라는 뜻이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중국집에서 주둥이가 긴 주전자로 차를 따라주는 것처럼 이 차를 만들 때 두 개의 컵을 이용해서 양쪽으로 계속 부어가면서 만드는데 그 모양이 죽죽 잡아당기듯이 따라붓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과정을 여러번 해야 거품이 보글보글 잘 생기고, 부드럽고 맛있는 테 타릭이 된다고 한다.

맛은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여기에 타피오카만 넣으면 딱 공차의 블랙버블티 맛일 거 같다.











식사를 마치고서는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어제 아이스카창이랑 헷갈려서 아이스꼬송을 시켰는데, 얼음물이 나와서 당황했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배를 잡고 웃어댔다.

외국인이니까 할 수 있는 실수니까.

그녀 또한 조만간에 일 때문에 한국에 다시 갈 계획이라고 해서 이런저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중에 올 때 길이라도 대강 알아두면 다니기 더 수월하지 않겠어요?"


식사 후에 어딜 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했고, 그녀는 우리에게 쿠알라룸푸르 이곳저곳을 드라이브 시켜주었다.

그 유명한 쿠알라룸푸르의 교통 체증 또한 경험할 수 있었다.

듣던 말대로 쿠알라룸푸르의 교통체증은 심했다.

차라리 걸어가는게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암팡파크부터 KLCC 지역까지 그렇게 마천루가 많은데, 도로는 고작 2차선, 4차선 수준이니 그 교통량을 감당할 수가 없어 자연스럽게 막히게 되는 거 같았다.





"여기는 캄풍바루 라는 곳이예요. 여기서는 말레이시아 전 지역의 음식을 먹을 수 있어요."



쿠알라룸푸르에서 야시장은 부킷 빈탕 쪽에 잘란 알로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도 야시장이 열린다고 한다.

사람들을 보니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어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 같았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온갖 음식점도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이 즐비했다.

말레이시아는 13개의 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역마다 기후 조건이며 자연환경이 천차만별이라서 각 지역마다 음식들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고 하는데, 이쪽에서는 말레이사아 왠만한 지역의 음식들을 전부 맛볼 수 있다고 했다.



그녀는 우리를 한 음식점으로 데려갔다.



"어제 갔던 곳은 페낭 penang 식이었으니, 오늘은 클란탄 kelantan 지역 음식을 먹어봐요."



클란탄 주는 말레이시아 동북부 해안가에 위치해있는데, 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기 때문에 태국식 요리법이 많이 섞여있다고 했다.

실제로 메뉴를 보니 팟타이나 톰얌 같은 태국요리도 판매하고 있었다.

다 처음 들어보는 메뉴라서 뭘 먹어야하나 고민하고 있으니, 그녀가 적당한 요리 몇 가지를 추천해주었다.



"음식은 저기에서 가져오면 되요."


음식은 자리로 가져다 주는게 아니라 뷔페처럼 죽 진열된 곳에서 담아오는 시스템이었다.

뭘 담아야하는지 몰라서 그녀가 앞까지 데려다서 하나하나 알려주었다.



나시 다강


내가 고른 음식은 나시 다강 Nasi dagang.

말레이어로 나시 Nasi 는 밥, 다강 dagang 은 무역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코코넛 밀크를 넣어 만든 밥에 생선 커리, 완숙 달걀, 삼발소스 등을 곁들여먹는 음식인데, 클란탄이나 트렝가누 같은 말레이시아 동북부 지역의 아침 식사로 잘 알려져 있다고 한다.

특히, 라마단이 끝남을 기념하는 '이드 알 피트르' 라는 이슬람 명절 때 아침 식사로 많이 먹는다고 한다.

생강이 들어간 밥에 생선이나 치킨커리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는데, 당연히 치킨을 골랐다.

카레를 조금 많이 넣은 닭볶음탕 비슷한 느낌이다.


밥을 먹고 있는데, 사람들이 자꾸 나와 친구에게 뭐라고 말을 건다.


"Saya orang korea (저는 한국인이에요)."


그러면 사람들이 놀란다.

말레이시아 여행하면서 느낀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우리를 외국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라는 점이었다.

앞에서 여러 번 언급했다시피 말레이시아에는 화교들이 많이 산다.

말레이시아 인구의 1/4이 화교다.

게다가 누가 봐도 '나 말레이 사람이오,' 라고 생긴 사람과 어울려다니니 사람들이 으레 '여기 사는 화교구나.'라고 지레짐작해버리는 것이다. 

아예 외국인 관광객들이 빠골빠골 몰려가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현지인 취급을 받고 다녔다. 



밥을 먹고 있는데, 지인도 그렇고 주변 현지인들 중에서도 숟가락이 아닌 손으로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면이나 탕 종류 아니면 손으로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저렇게 먹으면 맛이 색다른가?"


나도 손으로 먹기에 도전했다.

손가락으로 밥을 떠서 입 안으로 밀어넣는 간단한 일인데도 그게 쉽지가 않다.

안그래도 근기없는 쌀이 커리까지 적셔져있으니 밥을 손에 올리는 것 자체가 일이었다.

입으로 밀어넣기도 쉽지 않아서 손가락에 밥알이 남는다.

한 번 먹을 때마다 손가락을 빨아야하는 건 덤.

현지인들은 손가락만 이용해서 싹싹 잘 먹는데, 나는 무슨 담 결린 사람처럼 누가 봐도 어색하다.

주변사람들도 다 쳐다봐서 조금 부끄럽지만, 다 먹고 나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이것도 먹어봐요."


지인이 잠깐 밖에 나가더니 바나나잎 뭉치를 수북히 가지고 왔다.



오탁오탁


바나나잎을 벗기니 붉은색 반죽 같은게 들어있었다.

혹시나 매울까봐 망설이고 있으니 안 맵다고 해서 일단 한입 베어물었다.

색깔로 봐서는 고기같았는데, 생선맛이 났다.


"이게 뭐예요?"

"오탁오탁 otak otak."


생선 살을 으깬 후 바나나잎에 싸서 구운 요리로, 우리나라의 어묵과 비슷한 요리이다.

말레이시아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서도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인도네시아 여행할 때 먹어본 적이 있다.

먹고 배탈이 나긴 했지만.

그 때는 색깔도 하얘서 딱 어묵 맛이었는데, 이건 진짜 생선 먹는 맛이 났다.

계속 까먹고 있으니 그녀가 나를 재미있게 바라봤다.



수박주스


음료로는 수박 주스를 마셨다.

별 거 없는데, 왜 한국에서는 이 맛이 안 나는지 모르겠다.



밖에 나오니 숯불에 오탁오탁을 굽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밖 거리에도 이것저것 간식거리를 파는 노점들이 많았다.



"저것도 오탁오탁이에요?"

"아니, 저건 다른 거예요. 찹쌀로 만든 디저트예요."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몇 개를 샀다.



길을 걷다가 말레이시아 전통 디저트 가게가 나왔다.

알록달록한 색이 시선을 확 끌었다.


"이것도 먹어봐요."


그녀는 아주머니랑 뭐라고 얘기하더니 호텔에 가서 먹으라고 싸주었다.



나는 강원도 출신이라서 그런지 옥수수를 정말 좋아한다.

집에서 옥수수를 한 솥 쪄두면 내 혼자 절반을 먹을 정도이다.

참새가 방아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나도 구운 옥수수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하나 사들고 난 후에야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녀는 우리를 호텔까지 데려다주었다.

같이 다니면서 쿠알라룸푸르를 더 소개해주고 싶지만, 개인적인 일 때문에 그러지 못해서 미안하다면서 다음에 한국에 가면 만나자고 했다.

우리 또한 그녀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자공 바카르 산탄


숙소로 들어와서는 캄풍바루 야시장에서 사온 음식들을 펼쳐놓고 먹기 시작했다.

구운 옥수수는 현지어로 '자공 바카르 산탄 Jagong bakar santan' 이라고 한다.

자공 jagong 은 옥수수, 바카르 bakar 는 구운, santan 은 코코넛 밀크 라는 뜻으로, 코코넛 밀크를 발라 구운 옥수수라고 보면 된다.

옥수수에 코코넛 밀크를 발라서 달콤한데, 그 위에 소금을 덧뿌려서 조금 짭짤한 맛이 난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코코넛숯에 바로 구워서 탄맛이 많이 났다.



풀룻 빵강


풀룻 빵강 Pulut Panggang  은 찰밥 속에 코코넛을 넣고 바나나 잎에 싸서 구운 음식이다.

라오스에서 먹었던 찰밥 비슷한 음식이 아닐까 기대하면서 구입했다.

그런데 뭐가 들어갔는지 잘 모르겠지만 찝질하고 비려서 별로였다.

버리기는 아까워서 꾸역꾸역 먹었다.




쿠이


쿠이는 찹쌀을 쪄서 만든 말레이시아 전통 디저트이다.

코코넛 밀크가 들어가서 엄청 달콤하고, 찹쌀 때문에 쫄깃쫄깃해서 우리나라 떡 같은 느낌이었다.

딱 한입 사이즈로 잘라져있어서 먹기에는 좋은데, 시럽이 손에 묻거나 옷에 떨어지면 엄청 끈끈하다.


하루종일 계속 먹기만 했더니 배가 정말 터질 거 같았다.

친구는 먹은 거 소화도 시킬 겸 산책을 하자고 했다.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걷다보니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까지 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 말레이시아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에 올라가서 야경을 보는 것이었다.

관람 시간이 정해져있고 사람이 많아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가기 힘들다는 소리를 들어서 예약하려고 준비까지 다 해놨는데, 일정도 미정이고 계속 비소식만 있어서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못하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었다.

이렇게 날씨가 좋을 줄 알았으면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전망대 예매할 걸 후회가 되었다.



말레이시아 공공은행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인근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다가 조명을 잘해놓아서 밤늦은 시간까지 사람들이 많다.

은행 건물인데도 조명을 잘헤놓으니 꽤 그럴싸해보인다.




얼핏 보고 변기들이 쭉 늘어선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분수 장치인데, 작동하지 않는 중이었다.
돌아다니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자정이 가까워져있었다.
소화도 어느 정도 된 상태라서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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