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수동에 있는 맥심 모카책방이 인기라고 해요.
전 가보진 못했지만, 유투브만 틀어도 맥심 모카책방 광고가 나와서 굉장히 친숙하게 느껴졌어요.
그 광고들 중에서 황정민씨가 나오는 편이 있는데, 책을 사러 찾아간 헌책방의 풍경이 굉장히 익숙하더라고요.
제가 종종 가던 신고서점이라는 헌책방인 걸 딱 알아봤어요.
최근 몇 년간은 가본 적이 없어서 반갑기도 하고, 오랜만에 찾아가봤네요.
신고서점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쪽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쪽으로 가는 길 중간 즈음에 위치해있어요.
광고에서는 '동대문 신고서점'이라고 나오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동대문 쪽하고는 거리가 있어요.
아마 동대문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써놓은게 아닐까 해요.
입구에 오래된 잡지들이 묶음으로 쌓여있는 모습도 여전했어요.
여긴 정말 바뀐게 하나도 없네!
천장까지 가득 차있는 빛바랜 책과 오래된 책냄새, 채 정리도 못해서 여기저기 쌓여있는 책들, 달달거리는 선풍기가 돌아가는 후덥지근할 실내까지, 제가 이곳을 처음 왔을 때 그대로의 모습이었어요.
시간의 흐름이 이곳만 빗겨간 듯 하더라고요.
자세히 보면 책장이 만화책방처럼 2중으로 되어 있고, 그 앞뒤로 책이 정말 꽉꽉 차있어요.
이 서점엔 몇 권의 책이 있는 건가, 짐작도 안 안 가요.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빼서 들고 다녀야지, 아니면 못 찾기 십상이에요.
신고서점의 특징 중 하나는 외국어 서적이 많다는 점이에요
근처에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있기 때문에 외국어가 그렇게 대중화되지 않은 1980-90년대에 출판된 외국어 교재부터 특수어 사전, 우리나라에서 보기힘든 외서까지 다양해요.
학생들이 필기한 흔적이 교재들도 곳곳에서 볼 수 있어요.
나선형의 철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어요.
폭도 좁고 꽤 가팔라서 예전부터 이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려요.
어린이들은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고 안내문도 붙어있어요.
2층도 마찬가지로 각종 책으로 가득 차 있어요.
연배가 좀 있으신 친척집에 가면 장식처럼 꽂혀있을 법한 오래된 양서들도 있어요.
저보다 더 많은 세월을 보냈을 책들이지요.
어린 시절 호기심에 꺼내면 한자가 많고, 더러는 세로쓰기가 되어 있는 책도 있어서 지레 겁먹고 포기하기도 했었는데요.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정말 눈 앞이 뱅글뱅글 돌았던 기억이 나요.
한켠에는 LP판들도 정리되어 있어요.
분류해놓은 칸막이도 오래된 파일철을 적당히 잘라다서 손으로 써서 꽂아둔 그대로더라고요.
이왕 서점까지 온 김에 저도 책 한 권 샀어요.
1984년 모스크바에서 출판된 러시아어 사전인데, 이런 책이 있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출판년도는 1984년, 가격은 6루블 50코페이카라고 쓰여있더라고요
소련이란 나라 자체도 없어졌거니와 현재의 환율로는 채 200원도 안 되는 돈이니, 그만큼 많은 세월이 지나갔네요.
여기서는 8천원에 팔고 있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사서 품에 꼭 안고 집에 돌아왔어요.
책을 샀으니, 이 책을 볼만큼 러시아어 공부를 해야 할텐데요.
몇 년전까지만해도 이런 소규모 헌책방에 가서 책 구경도 하고, 책도 몇 권 사서 오곤 했었어요.
그런데 알라딘 오프라인 중고서점이 생기고 난 이후에는 정말 단 한 번도 와보지 않았어요.
편리하고, 깔끔하고, 새 책과 다름없는 책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발길이 향하게 되더라고요.
오랜만에 신고서점을 다시 찾으니 예전의 추억을 새록새록 되새겨볼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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