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화과왕은 단골까지는 아니더라도 제가 정말 아끼는 음식점 중 하나예요.
본가로 내려오고 난 이후에 여기 음식이 종종 생각나곤 했는데, 이쪽에는 양꼬치집이 변변치 않아서 계속 그리워만 하고 있었어요.
일 때문에 서울에 간 김에 친구와 만나 동북화과왕에서 나름의 만찬을 즐기기로 했어요.
기차 타기 전부터 '동북화과왕 간다' 는 생각에 가슴이 선덕선덕하더라고요.
동북화과왕은 1호선 동대문역 6번 출구에서 도보로 3-4분 정도 거리에 있어요.
KFC 동대문점 옆쪽 골목으로 내려와서 10걸음 정도만 걸어가면 금방 보여요.
24시간 운영합니다.
밑반찬으로는 짜사이와 김치, 소금 뿌린 땅콩이 제공됩니다.
일단 양꼬치부터 지글지글 구웠습니다.
여기 처음 왔을 때는 자동으로 구워주는 기계가 없어서 손님들이 각자 알아서 구워먹어야했어요.
이번에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직원분이 자동 기계가 있다면서 작동시켜주셨어요.
잘 구워진 양꼬치는 위에 올려놓고 있다가 기름이 살짝 빠지면 먹으면 됩니다.
양꼬치가 가게마다 만드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데, 동북화과왕은 고기-지방-고기-지방 이런 순서로 꿰기 때문에 좀 기름기가 많은 편이에요.
향신료도 강하게 쓰는 편이고요.
하얼빈 맥주
양꼬치에는 빠질 수 없는 맥주도 한 병 주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칭따오 맥주보다는 하얼빈 맥주가 좀 더 진하고 맛있는 거 같아요.
마실 때는 좋았는데, 추운 날씨에 떨다가 맥주를 마셨더니 술기운이 확 올라서 나중에 고생했네요.
꿔바로우
오랜만에 꿔바로우도 시켰어요.
동북화과왕은 메뉴판이 거의 노래방 책자 수준으로 두껍다보니 의외로 꿔바로우 같은 기본적인 메뉴는 잘 안 시키게 되더라고요.
요즘엔 꿔바로우가 워낙 인기가 많고, 많이 알려져서 파는 음식점도 많은데, 가게마다 맛이 다 달라요.
꿔바로우를 찹쌀 탕수육으로 번역하다보니 새콤달콤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은데, 동북화과왕은 단맛이 적고 신맛이 좀 강해요.
중국 식초를 사용하는지 식초의 톡 쏘는 향이 강한 편이라서 어색하게 느끼시는 분도 있을 수 있어요.
대신 그닥 달지 않기 때문에 물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어요.
거의 10여년 전에 처음 꿔바로우를 먹을 때만 해도 참 낯설고 힘들었는데,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 거 보면 사람 입맛이 참 많이 변하는 거 같아요.
즈란 양고기 볶음
제가 제일 먹고 싶었던 음식이에요.
대림이나 건대 같은 쪽에는 파는 데가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양꼬치 음식점에서는 안 팔거든요.
얇은 썬 양고기에 고춧가루와 즈란 (커민)을 넣어서 센 불에 휙휙 볶은 음식인데, 즈란의 향이나 맛을 낯설어하시는 분은 못 드시지만 저처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중독성 최고인 음식이에요.
맨밥에 이거만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고, 특히 술이랑 같이 먹으면 술이 쭉쭉 들어가요.
예전보다 불을 약하게 쓰시는지 바짝바짝한 식감이 좀 덜하긴 했지만, 그래도 즈란 양고기 볶음을 먹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오랜만에 동북화과왕 오니 정말 좋았어요.
언제 오든, 뭘 주문하든 평균 이상의 맛은 늘 나는 곳이네요.
오픈한지 10여 년은 된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는 폐업하지 않고 오래 오래 영업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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