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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9 말레이시아[完]

여자 혼자 말레이시아 여행 - 03. 1/17 응푹통 사원

by 히티틀러 2019.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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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조지타운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역시나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아슬아슬했다.

자동차는 그래도 괜찮은데 오토바이는 차 사이 좁은 공간을 슝슝 지나가니 혹시나 부딪칠까 조마조마했다.



조지타운 자체가 페낭의 중심지이자 주요 관광지이다보니 곳곳에 관광명소로 가는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화살표들이 세워져있었다.



그럼 뭐해, 길을 못 찾는데



공항에서 버스 타고 오면서 쭉 한 바퀴 돌아봤으니, 조금 걷다보면 대강이라도 지리감을 익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여기가 이 골목 같고, 저기가 그 골목 같았다.

도로명을 보면 처음 온 곳인데 아까 지나왔었나? 싶고, 그렇게 뱅뱅 돌다보면 나는 어느새 원점으로 와있었다.

구글맵을 보면서도 방향 자체가 구분이 가질 않았다.



걷다보니 어느 사당을 발견했다.

응푹통 사원 Ng Fook Thong Temple 사원으로, 광동지역협회 Cantonese Districts Association 에서 운영한다고 쓰여있었다.

유명한 장소인지 뭔지는 모르겠고, 계속 헤매다보니 덥고 힘들어서 다리쉼이나 할 겸 안으로 들어갔다.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았다.







응푹통 사원은 1898년에 청켕퀘 Chung Keng Kwee (鄭景貴) 라는 광동인 부호가 세웠다고 한다.

원래 장소는 '블루멘션 Blue Mansion' 이라고도 알려져있는 페라나칸 멘션 Peranakan Mansion 인근에 위치해있었지만, 이후에 현재의 위치인 출리아 거리 Chulia street  쪽으로 옮겼다고 한다.

조지타운에는 워낙 중국 스타일의 도교 및 불교 사원부터 힌두교 사원, 이슬람 모스크, 성당과 교회까지 종교시설이 넘쳐나다보니 여기 같이 작은 사원 같은 건 아는 사람도, 찾아오는 관광객들도 거의 없는 듯 하다.

일하시는 분들 빼고 관람객은 나 혼자 뿐이었다. 

중국 남부 지역에서 데려온 장인들의 화려한 솜씨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무슨 공사중인건지 여기저기 먼지투성이이고 영 어수선했다.



대충 둘러보고 나가려는데, 어디선가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뿅하고 나타났다.



옆에 낯선 사람이 서있는데도 둘이서 한참을 투닥투닥거린다.

여기 고양이는 아예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는 거 같았고, 오히려 발치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그러다 한 마리는 시원한 바닥에 늘어져서 냉찜질을 하고 있고, 다른 한 마리는 어디론가 뽈뽈 걸어갔다.



시선을 쭉 따라가보니 제단 아래 바닥에도 향을 피우고 신위를 놓아 작은 제단을 만들어놓았는데, 컵에 머리를 박고 물마시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만들어놓는 게 전통인지, 아니면 고양이들을 배려해서 만들어놓은 건지를 잘 모르겠지만 정말 귀여웠다.

고양이도 같이 공양을 드리는 거 같기도 하고.



사원 입구 옆 건물에는 이런 벽화가 그러져있다.

페낭 조지타운의 유명한 볼거리 중 하나는 벽화이다.

하지만 딱 '벽화거리' 라는 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다 보니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유명한 벽화 몇 개만 인증하듯 찍고 가는 거 같다.

관광청 등에서 나온 지도 중에서는 벽화의 종류와 위치만을 따로 표시해둔 것도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런지 묵고 있는 호텔 옆 건물에도, 사원 옆에도 벽화가 있지만, 이 정도는 그냥 지나가면서 보는 정도. 





힌두교 사원인 스리 마하마리암만 사원 Sri Maha Mariamman Temple 부터 인도스타일 옷을 파는 가게, 뱅글 bangle 팔찌와 빈디 Bindi 스티커 (미간에 찍는 점) 을 파는 가게 등 인도 느낌이 물씬 난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힌두교 축제인 타이푸삼을 보기 위한 것이었기에 최소 1번 이상은 다시 올 곳이었다.



인도영화 DVD와 음악 CD를 파는 락쉬미 라는 가게도 있었다.

한때 인도영화에 빠져서 어림잡아서 100편 이상 본 사람이라서 호기심이 생겼다. 



가게 밖에 붙어있는 영화 포스터들을 쭉 훑어보았다.

인도는 워낙 땅이 넓고, 언어가 다양해서 영화도 지역별로 제작되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인도영화 혹은 '볼리우드 영화 Bollywood film'  이라고 불리는 영화는 인도 북부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힌디어 영화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페낭에 사는 인도 사람들은 타밀 Tamil 계를 중심으로 한  남인도 사람이다보니, 영화도 다 남인도에서 제작된 영화들이었다.

연어 뿐만 아니라 배우들도 다 다르다보니 완전 생소했는데, 그 중 '싱감 Singam' 이라고 내가 본 영화 한 편이 있어서 괜히 반가웠다.



관공서도 나왔다.

Majlis 가 아랍어로 의회라는 뜻이라서 시 의회인가 싶었는데, 마즐리스 반다라야 Majlis Bandaraya 는 시청 City Hall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즉, 페낭 시청, Majlis Bandaraya Pulau Pinang 을 줄여서 MBPP 라고 표기하기도 한다고 한다.

재미있었던 건 페낭을 Penang 뿐만 아니라 Pinang 이라고 표기하는 경우가 참 많았다는 점이다.

아예 페낭 주(州) 의 공식 지명은 앞에 섬이라는 뜻의 '풀라우 pulau' 까지 붙여서 '페낭 섬 Pulau Pinang' 이다.

현지인들이 발음할 때 페낭 보다는 거의 피냉, 피낭에 가깝긴 했지만, 공식 표기까지 그렇게 쓴다는 건 여기 와서 알았다.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일단 바다 방향으로 걸었다.

무작정 걷다가 우연히 사진엽서만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여행 갈 때마다 그 지역의 사진 엽서들을 모으는 터라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했다.

감성적인 풍의 사진 엽서들이 예쁘긴 했지만 내가 찾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둘러보다 하나만 구입했다.

주인 분께서는 중국계 화교인 듯 했는데, 나를 보더니 중국어로 가격을 이야기해줬다.

중국어 숫자는 알아들을 수 있어서 돈을 건네면서 이야기했다.



"저는 중국어 몰라요."

"미안해요. 중국 사람인 줄 알았어요."



3년 전 말레이시아 여행 당시에도 동일하게 경험했던 일이다.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20%가 중국계이다보니 비슷한 얼굴을 가진 사람을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오는 중국계 관광객들 중에서도 알고 보면 중국, 홍콩, 대만 등이 아닌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에 사는 화교출신들이 상당한 편이기도 하다.

나름 몇 마디 익혀간 말레이어로 무언가 물어보면 현지인 취급받기 십상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중국인 관광객이구나' 라고 생각해버리는 거 같다.

더군다나 페낭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정말 많은 데 비해 한국인들은 거의 못 봐서 더욱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이번 여행내내 중국인이라는 오해를 받고 다녔다.

 





바닷가 쪽으로 가까이 오니 벽화들이 꽤 눈에 띄었다.

특히 마지막에 어린아이 둘이 그네를 타고 있는 벽화나 자전거 타는 벽화는 꽤 유명해서 기다렸다가 인증샷 남기는 사람이 1-2명씩 있었다.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전날 밤비행기를 타고 오느라 잠을 설친 탓인지 더운 이곳 날씨에 아직 적응을 못한 탓인지, 얼마 돌아다니지도 못했는데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늘어졌다.

여행은 다리가 후들거릴 때가 아니라 가슴이 후들거릴 때 떠나야한다고, 한 해가 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걸 실감났다.

다시 한 번 찬물에 샤워를 하고, 에어컨에 몸을 식혔다.

피곤이 솔솔 몰려온다.



나도 모르게 쓰러져서 까무룩 잠이 들어버렸다.

창 밖을 보니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비오면 나가서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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