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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9 말레이시아[完]

여자 혼자 말레이시아 여행 - 05. 1/18 페낭 체 콩시

by 히티틀러 2019.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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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잤다



눈을 떠보니 오전 10시.

원래 계획은 8시 무렵 일어나서 패스트푸드점으로 모닝 메뉴를 먹을 생각이었지만, 알람도 못 듣고 푹 자버렸다.

말레이시아 패스트푸드점의 모닝 타임이 몇 시까지는 모르지만, 우리나라가 10시~10시 반이니까 지금 씻고 나가도 늦었다.

그나마도 귀찮아서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머리를 감고 나왔더니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신가요?"

"객실 청소 하실 건가요?"



10시부터 룸 메이크업 Room Make-up (객실 청소) 시간인데, 그 시간까지 나가지도 않고 DND (Do Not Disturb, 방해하지 마시오) 알림도 걸어놓지 않아서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물어보고 있는 중이었다.

당황스러웠지만 수건만 교체해달라고 하고 빨리 내보냈다.



호텔에 비치된 커피를 마시면서 일정을 고민했다.



"근처에 환전소는 어디 있나요?"

"비치 스트리트 Lebuh Pantai 를 쭉 따라가면 스탠더드차타드 은행이 있는데, 그 근처에 환전소 많아요."



10만원을 환전해왔는데, 하루만에 다 써버렸다.

돈을 펑펑 쓴 건 아닌데, 보증금이며 관광세내고 치마 사고 하니 수중에 남는 돈이 별로 없었다.



오전 11시, 느지막이 호텔을 나섰다.


2블록 즈음 걸어갔는데, 잘 관리된 게 딱 봐도 주요 관광지인 느낌이 나는 장소가 나타났다.

체 콩시 Seh Tek Tong Cheah Kongsi 다.



들어가고 싶은데, 바리케이트로 입구가 막아져있고 티켓을 구입해야만 입장이 가능해야하다는 알림이 붙어있다.

눈 앞에 보이는 건 넓디넓은 잔디밭 뿐, 티켓부스 같은 장소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하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근처로 인상좋아 보이는 화교 아저씨들 무리가 다가왔다.

그 분들도 여기를 입장하려는 건지, 관심을 가지시는 거 같아보였다.



"혹시 티켓을 어디서 사는지 아세요?"

"그냥 들어가요. 들어가면 표 파는 사람이 알아서 나오겠지."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이었다.

바리케이드를 넘고 잔디밭을 가로질러서 안으로 들어갔다.




아까 아저씨들 말씀대로 경비원이 다가와서 티켓을 사용했다고 알려주었다.

입장료는 10링깃 (약 2800원).

진녹색의 동그란 건 스티커로, 티켓을 구입한 건지 여부를 구분하기 위해 옷이나 소지품에 붙이라고 했다.

오픈 시간은 월-금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토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이다.



체 콩시 Cheah Kong 는 체 謝 씨 가문의 가족 사당으로, 체 씨 가문은 중국 남부 푸젠성의 호키엔 Hokkien 민족 출신이라고 한다.

페낭에는 호키엔 출신 가문 사당이 5개가 있는데, 쿠 콩시 Khoo Kongsi 와 함께 대표적인 가족 사당이다.

2층 건물인데, 화려하고 가장 큰 본관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별관이 연결되어 있는 구조이다.

1810년에 처음 건설되었지만, 현재의 모습은 2015년 리모델링을 마친상태라고 한다.



본관 오른쪽 건물부터 관람하기 시작했다.




안쪽에는 책걸상들이 놓여져있고, 학교처럼 꾸며져있었다.

정확히 무슨 시설인지는 모르겠지만, 쑨원 Sun Yay Sen 과 연관이 있는 거 같아보였다.

쑨원은 중국의 민주화를 위한 혁명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해외에 사는 화교들의 지원을 많이 받았는데, 그 중에 말레이시아 화교들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1910년 가족과 함께 페낭으로 이주해서 활발한 활동을 했는데, 그래서 페낭에는 쑨원 박물관을 비롯해서 쑨원과 관련된 장소들을 기념하는 탐방로도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옆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의 안쪽에는 청수조사 Cheng Chooi Chor Soo 淸水祖師 와 관우 Kuan Kong 關公 이 모셔져있다.

관우는 중국인들 사이에서 신으로 모셔지는 건 유명하고, 청수조사는 아플 때 병을 낫게해주는 존재라고 한다.

신으로 모시는 건 좋은데, 옆에 참수한 거와 같은 목이 4-5개씩 대롱대롱 꽂혀있는 건 좀 징그러웠다.





그 외에는 그 당시 썼을 법한 생활용품들을 진열해놓았다.

그릇부터 옷가지, 선풍기, 화장대, 앤틱 싱가 재봉틀, 심지어 성냥까지 있어서 민속박물관에 온 거 같았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건물은 ㄷ자 형태로 되어있고, 한쪽은 본관과 이어져있었다.



방 하나에는 원탁과 의자가 놓여져있고, 관세음보살 상이 놓여져있었다.

1층에는 도교 신이 모셔져있고, 2층에는 불상이 모셔져있는 거 보면 종교의 구분이 없고 그냥 혼재되어있는 거 같다.

중국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도교 사원과 절을 외관적으로도 유사해서 잘 구분이 안 간다.




다른 방에 들어갔더니 방 안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가득 차 있었고, 식당에서 예약손님을 기다리는 것처럼 식기구들이 세팅이 되어있었다.

안내를 보니 조상신을 모시는 장소라고 한다.

차례나 제사 때 음식을 차려두고 조상이 와서 흠향을 하고 가는 것처럼 여기는 아예 상시로 차려놓는 거 같았다. 

특별한 날에는 돼지를 잡아서 올린다고 하는데, 현재는 술병은 비어있고 접시 위 과일은 전부 모형이었다.



본관 사당으로 넘어갔다.



본관은 '세덕당 世德堂 Seh Tek Tong' 으로, 체 콩시의 가장 중심이 되는 장소이자 가문의 조상을 모시는 장소다

별채의 경우는 생활공간 혹은 다용도실의 느낌이었다면 본관은 여봐란 듯이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유럽 스타일까지 혼합된 독특한 양식이라고 한다.



문에는 사천왕상이 그려져있다.



앞쪽에는 '광혜성왕 廣惠聖王 Kong Hooi Seng Ong' 이라는 한 쌍이 놓여져있고,  뒤쪽에는  조상들의 신위들이 층층이 놓여져있고, 금색으로 번쩍번쩍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반면 제단은 상당히 단촐했다.

대만도 가봤고, 베트남이나 태국 같은 곳에서 화교들의 도교 혹은 불교 사원을 가봤지만, 기본적으로 과일이나 과자, 꽃, 기름, 술이나 차 등이 올려져있었는데 여기는 향 피우는 게 고작이다.

향 인심은 좋아서 한쪽에는 향을 수북하게 쌓아두었다.



체 콩시 앞 잔디밭은 넓고 탁 트였다.

2층 밖에 안 되었지만, 바로 앞 거리의 낡은 듯한 건물과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들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왼쪽 별관으로 넘어갔다.

복도는 나무바닥이었는데, 윤기가 반들반들했다.

초등학교 다닐 때 복도가 나무였는데, 집에서 걸레 만들어서 나무바닥에 일일히 왁스칠했던 생각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애들한테 장갑도 안 주고 왜 그런 일을 시켰는지 모르겠다.





체 콩시는 조상신을 모시던 곳일 뿐만 아니라 가문 사람들의 모여서 유흥과 오락을 즐기는 장소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하루 일을 마치고 난 후 체 씨 가문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마직을 하고 아편을 피우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다른 방 하나는 사무실이었다.

영국 식민지 시절의 사무실을 재현해놓은 것으로, 1946년까지 페낭 뿐만 아니라 말라카나 싱가포르 등의 지역에 이런 사무실들이 존재했다고 한다.

빅토리아 여왕인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여왕의 사진이 떡하니 걸려있는 게 참 영국스러웠다.



다 둘러보고 1층으로 내려왔다.

오른쪽 별관 입구로 들어가서 2층을 쭉 지나 왼쪽 별관 입구로 나왔는데, 1층에도 쌍사자 석상이 서 있고 붉은색 천이 둘러져있는 방이 하나 있었다.

여기는 못본 곳이라 들어가보려고 했는데, 안에 있는 사람들은 관광객처럼 보이지 않았다.

표를 준 경비 아저씨가 계속 들락거리는 것으로 봐서 관람 장소가 아닌 여기 관리사무소로 사용하는 장소인 듯 했다.



체 콩시에 들어왔을 때에는 몰랐는데, 옆에도 별관 건물이 하나 더 있었다.

2015년 12월에 리모델링을 마치면서 오픈한, 체씨 가문의 역사 박물관이었다.





체 Cheah 씨 가문과 페낭 조지타운의 연관은 17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난와 정치적 혼란에 시달리던 중국사람들은 부와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많이 이주했는데, 체 씨가문도 그 중 하나이다.

체 씨 가문은 18세기 페낭 조지타운으로 이주해서 정착하기 시작했는데, 콩시 Kongsi 라는 장소를 통해 어려울 때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제례를 올리면서 가문 사람들의 결속력을 다지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한다.




2층도 있는데, 여기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한다.

딱히 볼거리는 없었고, 제사 같은 행사를 통해 가문 사람들이 모이면 기금을 마련하고 장학금을 주었다는 등의 활동 내역이나 사진 등이 일부 전시되어있었다.



그래도 체 콩시 건물의 사진을 비교적 가깝게 찍을 수 있는 포토스팟이었다.



다 둘러보고 난 후,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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