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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9 말레이시아[完]

여자 혼자 말레이시아 여행 - 06. 1/18 헤나 타투, 시계탑, 포트 콘월리스

by 히티틀러 2019.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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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콩시를 나오니 어제 지나쳤던 아르메니안 거리 Lebuh Armenian 이다.

바로 옆골목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입구가 있는데, 어제 지나칠 때도 못 봐고 그냥 잔디밭으로 무단침입했던 것이다.

그래도 '나만 이러지는 않겠지' 라고 스스로 자기합리화했다.



많고많은 조지타운의 벽화 중 가장 유명한 벽화인 자전거 타는 남매도 바로 옆에 있었다.

분명히 여기 어제 지나갔던 길인데, 난 도대체 뭘 봤던 것일까.




헤나 타투!!



원래 목적인 환전을 하러 가려는데, 헤나를 하는 노점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말레이시아에서 꼭 하고 싶엇던 것 중 하나가 헤나 타투였다.

헤나를 즐겨하는 인도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 헤나해주는 곳이 없을 리가 없다.

가격도 저렴해서 5링깃(약 1,400원) 부터 시작해서 어려운 도안일 수록 가격이 비싸진다.

어차피 탕진잼하러 온 여행인데, 하고픈 거 싹 다 해봐야지.

도안책을 쭉 보면서 그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골랐다.



인도인 언니가 솜씨좋게 슥슥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며칠 뒤에 타이푸삼 축제라는데, 당신도 거기 가나요?"

"네, 갈 거예요."

"타이푸삼 축제 보려면 어디로 가야해요?"

"워터폴 힐 템플 Waterfall Hill Temple 이라는 곳에서 하는데, 10번 버스 타면 되요."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도심 외곽에 있는 바투동굴 Batu Cave 에서 타이푸삼 축제를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페낭에 대해서는 딱히 정보가 없었다.

한국어로 된 건 당연히 없고, 구글링을 해봐도 사원 이름이 조금씩 달라서 어디로 가야할지 좀 긴가민가했는데, 역시 인도인이라서 한 번에 바로 알려주었다.



5분 남짓 만에 헤나가 완성되었다.

약간 어려운 도안이라 8링깃 (약 2,300원) 을 줬지만, 인도 느낌이 물씬 나서 마음에 들었다.

어제 산 인도 치마까지 입고 있으니 볼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인도 사람이 된 기분이다.

힌디어라도 해야 하나?

문제는 내가 아는 힌디어는 '둠 빠갈 호 가야 (너 바보니?) ' 밖에 없다는 거다.

인도영화에서 하도 많이 나와서 알게 된 문장인데, 힌디어를 전공한 지인에게 이야기했더니 "인도에서 그 말 썼다가는 외국인이 인도사람한테 욕한다면서 얻어맞을 거예요." 란다.

어느 언어든 욕을 참 의도치 않아도 빨리 배우는 거 같다.




배고파



어제 밤 9시 이후 오늘 오후 1시간 다 될 때까지 블랙커피 한 잔을 빼고는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원래 아침을 안 먹는 나도 급 허기가 느껴지면서 뭐라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어느 특정한 음식을 먹고 싶다가 아니라 아무 거라도 좋으니 입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정말로 에너지 고갈 직전이라는 신호다.

여행지에서는 한 끼도 허투로 먹을 수 없지만, 맛집을 찾아갈 여유조차 없어서 바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카페라고 되어있지만 음료와 함께 간단한 식사 류도 파는 곳이었다.



아쌈 락사


아쌈 락사 Asam Laksa 는 페낭에 가면 꼭 먹어야한다는 대표적인 국수요리이다.

아쌈 asam 은 말레이어로 '시다' 라는 뜻으로, 타마린드를 사용해서 신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육수는 고등어과의 생선과 새우 페이스트로 내기 때문에 비린내가 확 느껴진다.

숟가락 안에는 걸쭉한 소스가 같은 게 나왔는데, 국물에 풀어서 먹으라고 알려줬다.

아마 이것도 젓갈 비슷한 게 아닐까 싶었다.

말레이시아 스타일 어탕국수라고 하면 비슷하려나?

처음부터 내 취향의 음식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있었지만 페낭 대표 음식이라서 맛은 봐야한다는 생각에 먹었는데, 역시나였다.

맛 자체보다는 비린내가 견디기 힘들었다.

면만 적당히 건져먹고, 국물은 거의 손을 대지 못했다.



넛맥 주스


아침에 호텔에서 챙겨온 물이 있어서 음료는 시킬까 말까를 잠시 고민했다.

메뉴판을 쭉 훑어보는데 눈에 띄는 건 넛맥 (육두구) 주스 Nutmeg Juice 였다.



먹을 순 있을 건가



넛맥은 특유의 맛과 향이 굉장히 강렬해서 오향장육이나 족발 등을 할 때 정말 소량만 사용하는 향신료다.

그런데 그걸 주스로 만든다는 거 자체를 상상하기 힘들었다.

알고보니 넛맥은 살구처럼 동그란 과육 안에 커다란 씨가 들어있는데, 흔히 향신료로 사용하는 건 씨앗 부분이고, 주스를 만드는 건 과육 부분이었다.

맛은 예상만큼 자극적이거나 괴랄하지 않았다.

감기 걸렸을 때 배에 생강 같은 거 넣고 푹 끓인 그 즙을 마시는 거 같기도 하고, 아이스티 같은 느낌도 조금 있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환전을 하러 환전소를 향했다.

혹시나 해서 SC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도 들어가봤는데, 일반 은행에서는 한국돈을 환전하지 않는다며 바로 옆에 있는 환전소에 가면 환전할 수 있을 거라고 알려주셨다.

그런데 환전소를 갔더니 전부 문이 닫혀있다.

앞에 두어 명쯤 서있는 환전소가 있기에 무단횡단을 해서 갔더니, 아저씨가 나를 막아섰다.



"Madam,  no no.  Closed."



기도시간이라고 문을 닫았다고 했다.

얼굴이나 의상을 보니 힌두교도 같은데, 힌두교도들도 시간 맞춰 기도를 하나? 아니면 타이푸삼 축제 기간이라서 그런건가?

어쨌거나 허탈하게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서야했다.



다른 환전소가 없나 길을 쭉 걷다보니 관광객들을 위한 인포메이션 센터가 나왔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여기는 벨을 누르면 직원이 안에서 문을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이었다.



"타이푸삼 축제를 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하나요?"

"타이푸삼은 1월 21일에는 워터폴 힐 템플 Waterfall Hill Temple 에서 해요.

1월 20일 오전 6시에는 저기 리틀 인디아 Little India 에서도 볼 수 있어요."

"워터폴 힘 템플은 어떻게 가나요?"

"제티 Jeti나 콤타 Komtar 에서 버스를 타면 되요."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가 타이푸삼 축제라서 보게 되는 경우는 있겠지만, 나처럼 이 축제를 보겠다, 그것도 페낭으로 온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을 거다.

혹시나 해서 인포메이션 센터에 와서 물어봤는데, 아까 헤나해준 인도 언니가 해준 이야기와 동일한 이야기를 들었다.

덤으로 리틀 인디아에서는 전날 아침일찍부터 행사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맙다고 인사를 드린 후, 조지타운 관광지도를 하나 얻어서 나왔다.



쭉 걷다보니 시계탑이 나왔다.

빅토리아 여왕 기념 시계탑 The Queen Victoria Memorial Clock Tower 이다.

포트 콘월리스 Fort Cornwallis 의 남동쪽 요새에 위치한 것으로, 페낭의 랜드마크 중 하나이다.

1897년, 이 지역의 부호인 체 첸 옥 Cheah Chen Eok 이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60주년을 기념하여 의뢰한 것으로 , 1902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여왕의 재위 60주년을 기념한 건축물이기 때문에 높이고 60피트 (약 18미터) 라고 한다.



아직까지 시계탑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건지, 시간은 맞았다.




이왕 온 김에 포트 콘월리스 보고 가자


 

문 연 환전소 찾다보니 포트 콘월리스까지 와버렸다.

역사 유적지이다보니 입장료가 있는데, 성인 20링깃 (약 5,700원), 아동 10링깃 (약 2,850원) 이며, 현지인은 반값이다.

동전까지 지갑을 탈탈 터니까 간신히 입장료를 냈다.

포트 콘월리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오전 10시, 11시, 12시, 오후 1시, 3시, 4시, 5시, 6시에는 30분 정도 소요되는 무료 가이드 투어가 있다고 하는데, 영어와 말레이어로 진행된다고 한다.



입장 티켓 대신에 에버랜드처럼 손목에 종이띠를 둘러줬다.

입구에서 경비원에게 보여주면 그냥 통과시켜준다.

QR 코드가 있었는데 링크도 없고 왜 있는지를 모르겠다.



포트 콘월리스 Fort Cornwallis 는 잉글랜드 출신의 프랜시스 라이트 선장 Captain Francis Light 가 상륙한 곳에 세운 성채이다.

프랜시스 라이트 선장은 페낭에 오기 전 16년간 푸켓에서 있었는데, 1771년부터 페낭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영국 동인도회사 British East India Company 의 지원을 받아 1786년 8월 페낭에 도착, 점령하게 된다.

그는 1794년 10월 말라리아로 인해 사망하게 되는데, 페낭에 있는 기독교 묘지에 묻혔다고 한다.

현재는 현대적인 의미의 페낭 이라는 도시와 조지타운을 만든 설립자로, 포트 콘월리스에도 그의 동상이 있다.

포트 콘월리스라는 이름은 나중에 붙인 것으로, 인도의 벵골 Bengal 지역을 통치했던 찰스 콘월리스 Charles Marquis Cornwallis 에서 이름을 딴 것이라고 한다.



원래 포트 콘월리스는 동남아 등지에서 많이 자라는 야자수 나무로 건설한 요새였으나, 1793년부터 돌과 벽돌로 다시 지었다고 한다.

이 건설은 주로 동인도회사가 남인도 쪽에서 데려온 인도계 노동자들이 담당했는데, 현재 말레이시아에 인도계가 많이 사는 이유도 이렇게 유입된 인도계들이 정착해서라고 했다.



포트 콘월리스에는 2개의 큰 등대가 있다.

말라카에 있는 등대 다음으로 말레이시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등대로, 원래 이름은 포트 포인트 등대 Fort Point Lighthouse 였으나 나중에는 페낭 하버 등대 Penang Habour Lighthouse 로 이름을 바꿨다고 하는데, 배의 돛대 모양을 게 먼저 세워졌다.

배의 돛대모양을 한 등대는 1884년에 완성되어있는데, 깃대로도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약 12km 정도 거리에 있는 페낭힐 Penang Hill 과 다가오는 배를 중간에서 교신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다른 등대는 1914년에 세워진 것으로, 상대적으로 작아보이지만 높이가 21m나 된다고 한다.




바닷가 쪽으로는 대포가 배치되어있는데, 총 17개다.

여기에 올 때는 몰랐는데, 요새 밖은 바로 해안이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대포는 스리 람바이 대포 Seri Rambai  Cannon 라고 불리는 대포이다.

1606년 네덜란드 측이 조호르 술탄국 Johor Sultanate 에 선물한 것을 1613년 포르투갈 측이 가져가서 1795년까지는 인도네시아 자바 Java 섬에 있다가 이후 말레이시아의 쿠알라 슬랑고르 Kulala Selangor 지역으로 옮겨진 걸 1871년 영국 측이 획득하여 페낭에 배치시켜놓았다고 하니 참 파란만장하고 기구한 역사의 대표가 아닐 수 없다.

민간 설화에서는 불임의 여성이 이 대포 앞에 꽃을 바치고 기도를 하니 임신을 했다는 믿거나 말거나의 설화가 전해지면서 이 대포가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큰 바위나 나무, 혹은 위인의 묘소 같은 데에 그런 미신이 있는 건 여행다니면서면서 많이 봤지만, 쇳덩이인 대포에 이런 미신이 전해내려오는 건 신기했다.



대포 방향이 쪼오금 이상하다.

이건 물귀신 작전인가.



뜬금없지만 방공호도 있다. 

1814년에 지어진 건물로, 폭발물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일종의 창고라고 한다.



폭발 사고가 일어났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벽이 매우 두껍다.




내부는 빛도 안 들어서 어둠침침하고, 한낮인데도 을씨년스럽다.

밖은 햇볕이 쨍쨍하고 더운데, 안은 등골이 서늘하기까지하다.

철창이 되어있는 창을 통해 바깥을 보고 있자니 중죄를 저질러 감옥에 갇힌 죄수가 된 느낌이다.




여기도 물건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되었던 공간이라고 한다.

공사를 한답시고 막아놔서 그 사이로 핸드폰을 비집어 넣고 촬영했다.

인부로 보이는 사람들 몇 명이 돌아다니긴 하는데, 삼태기 같은 거 몇 개 나르는 수준이라 공사가 되긴 할까 싶다.





넓고, 잘 정비되고, 탁 트이긴 했다.

하지만 그것 뿐이다.

포트 콘월리스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요새라는 역사적인 장소이고 페낭의 대표적인 관광지라고는 하지만, 20링깃이나 내고 보기에는 좀 아까웠다.

여기저기 공사 중이라서 막아놓은 곳도 꽤 있었고, 넉넉잡아도 20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규모다.

나는 페낭에서 일정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지만, 하루이틀 일정으로 페낭을 오는 사람이라면 입장료까지 내면서 굳이 올 필요까지는 없어보였다.



아름드리 큰 나무 그늘 아래 벤치가 있기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숄더백 속에 든 건 별로 없는대도 가방 속이 엉망이라 어깨가 욱신거렸다.



가방 정리도 하고, 아까 마시다 남은 넛맥 주스를 마시면서 목을 축이고 있는데, 귀여운 손님도 찾아왔다,

1일 1냥이는 힐링~



아까 했던 헤나가 말라서 슬슬 보풀이 일어난다.

손톱으로 살살 긁어서 헤나 부스러기를 벗겨내었다.




헤나 완성!



손은 안 예쁜데, 헤나는 인도 느낌 물씬나게 예쁘게 잘 되었다.

여행 내내 손만 보면 기분이 좋았다.

헤나는 1주일에서 열흘 남짓 밖에 지속이 안 되니까 한국 돌아가기 전에 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포트 콘월리스를 나왔다.

바로 옆에는 페낭 항이 있는데, 거대한 크루스 선이 정박해있다.

신기해서 근처로 다가가니까 경찰 아저씨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구경한다고 하니 이용객 빼고는 입장이 안 된다고 해서 사진만 후딱 찍고 돌아섰다.




이제쯤은 열었겠지?



다시 환전소로 찾아갔는데, 무슨 기도할 때마다 3천배를 하는건지 아직까지 문을 닫고 있는 곳이 많았다.

한 군데 문 연 곳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환율표에 한화가 없다.


"이거 되요?'


5만원짜리 지폐를 보여주며 물어봤더니 귀찮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페낭에서 지내면서 몇 군데 환전소를 봤는데, 쿠알라룸푸르는 거의 대부분의 환전소에서 한국 원의 환율을 고시해놓은 것과 달리 페낭에서는 그런 곳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1만원권과 5만원권의 환전은 수월한 편이다.

10만원을 환전했더니 350링깃을 손에 쥐었다.

서울역 환전센터에서 환전했을 때 같은 금액을 9만 9천원 조금 안 되었는데, 말레이시아 현지보다 오히려 서울역이 더 환율이 나았다.

여기에서는 거의 1,000원 = 3.5링깃이 기본인 듯 하다.

마음의 여유는 지갑에서 나온다고, 지갑이 두둑해지니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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