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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을 자고 일어나 차를 마시며 론니플래닛을 뒤적거렸어요.


"오늘은 어디 가지?"


아제르바이잔은 특별한 일정을 세우고 온 것도 아니었고, 작년에 왔을 때 가보지 않은 곳을 가보고 싶었어요.

한참을 뒤적이다가 발견한 곳은 '테제 바자르'.


"여기에 가면 캐비어를 쌓아놓고 파는 것을 볼 수 있대!"


철갑상어의 대부분이 카스피해에 서식하기 때문에 캐비어는 아제르바이잔의 대표적인 특산물 중의 하나예요.

바쿠에서는 철갑상어로 만든 케밥도 먹어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들었어요.

그렇게 비싸다고 하는 캐비어를 살 수는 없더라도 파는 것을 구경해보고 싶었어요.

어느 나라를 방문하든 그 나라의 시장을 방문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고요.


호스텔 주인 언니에게 테제 바자르 가는 방법을 물어보았어요.


"테제 바자르 어떻게 가요?"

"거긴 뭐하러 가게?"

"구경하러요."

"테제 바자르 말고 세데렉 바자르 가. 거기엔 모든 게 다 있어.

테제 바자르는 청과물 빼고는 별거 없어."


주인 언니는 테제 바자르는 그냥 평범한 시장이라면서 세데렉 바자르를 가라고 자꾸 권했어요.

저와 친구는 그냥 알겠다고 하긴 했지만, 마음은 이미 테제 바자르를 가기로 굳어진 상태.

호스텔에서 가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어떻게 찾아가나 걱정이 되지는 않았어요.


여행을 다니면서 말이 통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이점이예요.

말이 잘 통한다고 해서 무조건 여행을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 안 통한다고 해서 여행을 실패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말이 통하면 낯선 곳에 가더라도 자신감이 생기지요.

이번 여행지인 아제르바이잔과 투르크메니스탄은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통하는 나라였어요.

더군다나 바쿠는 이전에 한 번 와봐서 지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던 곳이고, 지도도 있으니 어딘가를 찾아가는 게 두렵지가 않았어요.


뭄 옆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오는 버스마다 테제 바자르를 가는지 물어보았어요.

95번 버스가 테제 바자르를 가지는 않지만, 근처에 있는 '헤이데르 알리예프 사라이'를 간다기에 그곳까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어요.



'헤이데르 알리예프 사라이 Həydər Əliyev Sarayı'는 바쿠의 대표적인 공연장이예요.

1970년대에 건설되어 당시에는 '레닌 사라이'로 불렸지만, 2003년 이후에는 아제르바이잔의 전 대통령인 '헤이데르 알리예프'의 이름을 붙였다고 해요.

2003년은 헤이데르 알리예프 대통령이 서거한 해인데, 그 이후 아들인 '일함 알리예프'가 대통령직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서 이름을 붙이지 않았나 해요.







테제 바자르 Təzə bazar는 헤이데르 알리예프 사라이에서 그닥 멀지 않고, 세메드 부르군 Səməd Vurğun거리를 따라 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찾기도 쉬워요.

하지만 길이 꽤 경사가 있는 언덕길이라서 올라가기 좀 힘들었어요.

길 근처에는 주로 1회용 플라스틱 및 은박 그릇을 도매로 파는 가게들이 많았어요.



테제 바자르 도착.

우리의 목적은 캐비어.

열심히 캐비어와 철갑상어를 찾아서 돌아다녔어요.




캐비어가 없어!!!!!


시장을 돌아다녀 보았지만 캐비어는 볼 수가 없었어요.

생선과 관련된 흔적인 저 간판 하나와 가게 하나 뿐.

가게에서도 말린 혹은 튀긴 것으로 보이는 생선 뿐이었고, 날생선은 없었어요.

더운 여름에 상온에서 파는 것이니 날 생선이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어요.



또 한가지 안 사실은 테제 바자르에는 전기제품을 파는 곳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호스텔 주인 언니의 말대로 먹거리를 많이 팔기도 하지만, 한쪽에는 전기 기계 및 부품들을 파는 철물절 비슷한 가게들과 대장간들이 즐비해있었어요.


원래 목적인 캐비어 보기는 실패했지만, 이왕 시장에 왔으니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테제 바자르는 그닥 큰 시장은 아니었지만, 아기자기하고 그럭저럭 볼만 했어요.



향신료와 차를 파는 가게.

신기해서 쳐다보니 인자하게 생긴 할아버지가 찻잎을 조금 주며, 냄새를 맡아보라고 했어요.

흔히 알고 있는 녹차나 홍차가 아니라, 박하 비슷한 향기가 났어요.

그 외에도 국화라든가 차를 우려마시는 말린 식물들들 팔고 있었어요.

평소에 차를 좋아하고 즐겨마시는 저는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일단 지나쳤어요.



다양한 피클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피클을 바구니 같은데 쌓아놓고 수시로 식초물을 뿌려가면서 파는 경우도 많아요.

저는 피클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를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장을 보러 갈 때 그 근처를 피해가거나 숨을 쉬지 않고 빨리 지내갔는데, 이곳에서는 유리병에 밀봉해놓아서 피해다닐 필요가 없었어요.



"이거 곶감 아니야?"


친구가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파는 가게의 한 쪽을 가리켰어요.

정말 곶감과 비슷하게 보였어요.


"이거 뭐예요?"

"후르모."


아저씨가 시식을 해보라고 하나를 주었어요.

영락없는 곶감 맛이었어요.

곶감은 한국만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제르바이잔에 곶감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어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란 지역은 감을 말려서 먹는 문화가 있다고 해요.

아제르바이잔은 이란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역사적으로도 이란과 문화적으로 교류를 많이 했기 때문에 곶감을 먹는 것 같아요.


"우리 이거 사자."


며칠간 굶다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먹었기 때문인지 둘 다 전날부터 설사를 했어요.

1kg에 6마나트(약 9천원)이니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간식 겸 약이라고 생각하고 500g을 샀어요.

견과류를 좋아하는 친구는 소금을 뿌린 피스타치오와 아몬드도 조금 샀어요.

견과류 자체가 가격이 비싸기도 하지만, 물가 저렴한 우즈베키스탄에 있다가 아제르바이잔에 오니 물가가 매우 비싸게 느껴졌어요.



"고양이가 자기 몸만한 뼈를 뜯어먹고 있네!"



"저 고양이는 오드아이야!"


아제르바이잔에는 고양이가 정말 많아요.

길고양이도 사람들의 손을 많이 탔는지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오히려 쓰다듬어 달라고 부비적거리는 경우도 많아요.

평소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저는 오드아이 고양이가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쓰다듬었어요.

고양이는 낯선 손길이 귀찮다는 듯이 적당히 받아주다가 도망갔어요.




과일 시장에서는 질이 좋은 각종 과일들이 쌓여있었어요.

상인들은 너도나도 시식을 권했어요.

과일은 질도 좋고, 달았어요.



그 중에 제 눈에 띈 것은 이 푸른 자두.

처음 봤을 때는 녹색에 딱딱해서 덜 익을 것을 왜 팔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이게 다 익은 상태이며 원래 그 상태로 먹는 것이라고 했어요.

하나 집어 맛을 보는데, 입 안에 신 맛이 가득 퍼졌어요.

신 것을 전혀 못 먹는 친구도 맛이 궁금하다며 혀만 잠시 대보고는 바로 꼬리 내리고 도망갔어요.





시장을 나와서 시장 주변을 걸어다녔어요.





테제 바자르는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관광 지구에서는 좀 떨어져 있었어요.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이쳬리 쉐헤르와 그 인근은 리모델링을 이미 끝나서 으리으리한 건물들 투성이지만, 일반 사람들이 사는 곳에는 아직 허름하고 낡은 건물들이 즐비했어요.

마치 타워팰리스와 그 옆에 있다는 달동네 마을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아마 바쿠가 리모델링을 하기 전에는 이랬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 외곽지로 벗어나면 낡고 오래된 건물이 많겠죠.

시장 뒷골목을 걸으면서 '양극화'에 대해서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다시 걸어서 '헤이데르 알리예프 사라이'로 내려왔어요.

앞에는 '헤이데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의 동상과 함께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요.

저와 친구는 그 근처의 벤치에 앉으려고 했지만, 그늘에 있는 벤치에는 사람들이 전부 앉아있었어요.

그나마 햇볕이 덜 드는 벤치를 찾아서 앉아서 사온 것들을 까먹기 시작했어요.

곶감은 비싼 돈 주고 샀더니 맛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벌레가 너무 많아서 먹는 게 반, 버리는 게 절반이었어요.

그나마 벌레도 먹는 유기농일 거라는 거에 위안을 삼았어요.

친구는 청설모처럼 피스타치오와 아몬드를 까먹었고, 시장에서 사온 견과류를 그 자리에서 전부 먹어치웠어요.


우리는 천천히 걸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어요.




아제르바이잔 국립 은행.



아제르바이잔 국립 도서관.

안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괜히 번거로울 것 같아서 들어가진 않았어요.

구소련 지역의 국립 도서관은 들어가는 것 자체도 까다롭고, 우리나라처럼 책들을 전부 진열해서 원하는 대로 뒤져서 보는 시스템이 아니라 직원에게 이름을 적어서 줘야 책을 서고에서 꺼내서 가져다주는 시스템이에요.

입구에서부터 가방이니 옷이니 두고 가야하기도 하는 경우도 많고요.



사힐 지하철역과 쇼핑센터.

안이고 밖이고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눈 앞이 팽팽 돌아갈 지역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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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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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곶감문화가 다른 나라에도 있다니 +_+ 신기방기~~ 동네 모습은 얼핏보면 한국이랑 비슷해보이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감사해요! 아 놀러가고 싶당 ㅜㅜ

    2013.02.05 09:24 [ ADDR : EDIT/ DEL : REPLY ]
    • 우즈베키스탄만 해도 홍시는 있어도 감을 말려먹지는 않거든요.
      한 우즈벡인이 '이란에서는 감을 말려먹는다'고 나중에 이야기해줘서 알았어요.
      저도 당시에 보면서 참 신기했었네요ㅎㅎ

      2013.02.05 14:51 신고 [ ADDR : EDIT/ DEL ]
  2. 오랜만에 놀러왔어요 댓글타구요 ㅋㅋㅋ
    히티틀러님도 여자셨군요?!
    왜 댓글 남기는 사람들을 다 남자라고 생각하는걸까요 저는?? ㅋㅋㅋ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아제르바이잔 사람 한국어 가르쳐주는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ㅎ
    아제르바이잔은 어떤가요?? ㅋ

    2013.02.06 03: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는 여자예요.
      제 블로그 방문하시는 분들도 전부는 알지 못하지만, 대부분 여자분이시고요ㅎㅎㅎ

      아제르바이잔 사람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셨다고요?
      한국에 있는 아제르바이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정말 독특한 경험을 하셨네요.
      저도 그런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네요.

      2013.02.07 16:50 신고 [ ADDR : EDIT/ DEL ]
    • ㅋㅋ 학교에 교환학생들이 많았는데, 교환학생중에 아제르바이잔 사람이 있었거든요. 뭐 원해서 된건 아니지만, 지원했는데 아제르바이잔 학생이 할당되어서 ㅋㅋ 근데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ㅠ

      2013.02.08 22:42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