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에서 자주 갔던 헌책방이 너무 좋아서 호스텔 스탭에게 혹시 트빌리시에서는 헌책방이 없는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헌책방이 어디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Mtkvari 강 다리 그너에 가면 오래된 물건들을 파는 시장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책도 팔 것이라고 알려주었어요.
Mtkvari 강.
황금빛 첨탑이 반짝 거리는 교회는 츠민다 사메바 대성당 Tsmunda Sameba Cathedral 이고, 파란색 돔이 있는 건물은 그루지아의 대통령궁이라고 해요.
예레반과 바쿠에서는 도심에서 강을 볼 수 없었는데, 트빌리시는 도심 한가운데 강이 흐르고 있어서 서울과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탁 트인 느낌이 들었어요.
다리를 건너니 호스텔 스탭이 말했던 곳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가 있었어요.
길을 따라서 공원 넓은 부지에 각자 자기가 가져온 물건들을 펼쳐놓고 팔고 있었어요.
대부분 소련 시절의 동전이라던가 훈장, 그릇 등 잡동사니나 골동품이었어요.
과거 소련에 속해있던 나라들에서도 대부분 볼 수 있는 것인데다가 물건도 거의 다 자질구레한 수준이라서 그닥 살만한 것은 없었어요.
우리는 대충 보다가 트빌리시의 중심가인 루스타벨리 거리로 향했어요.
자유 광장 Liberty Square.
여행 초반 트빌리시 왔을 때부터 몇 번이나 보았던 곳이예요.
과거에 이 곳은 레닌 광장이었다고 해요.
현재에는 성 조지 St. George 의 황금 동상이 세워져 있지만, 당시에는 레닌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고 해요.
광장 근처에 길을 건널 수 있는 지하도가 있는데, 지하도 입구 바로 옆 건물 안쪽에 환전소가 하나 있었어요.
이곳에서는 아제르바이잔 마나트와 아르메니아 드람을 환전해줘요.
저도 남은 아제르바이잔 65마나트를 환전해서 130라리를 받았어요
그루지아 국회.
카슈베티 교회 Kashveti Church.
루스타벨리 거리에서 바로 보이는 대로변에 위치해있어요.
처음 이 자리에 교회가 세워진 것은 6세기인데, 현재의 교회는 1910년에 지어졌다고 해요.
교회를 둘러보이는데, 교회 한켠에 있는 수돗가에서 사제분이 물을 마시고 계셨어요.
우리도 목이 말라서 마셔도 되나 고민하고 있는데, 사제분께서 우리를 보시더니 친절하게 병에 물을 담아주셨어요.
보통 외국 여행할 때는 탈이 날까봐 생수를 마시지만, 어차피 아르메니아에서도 그냥 마셨고 그루지아에서도 별 걱정 안 하고 수돗물을 그냥 마셨어요.
그루지아는 세계적으로도 물이 좋기로 유명해서, 와인과 함께 생수는 그루지아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일 정도예요.
교회에서 나온 물이니 나름 성수라는 생각이 들고, 물값도 절약할 겸 트빌리시에 있는 동안 매일 이 교회에 와서 물을 떠갔어요.
루스타벨리 거리.
처음에 우리가 트빌리시에 막 도착해서 버스와 마슈르트카를 타고 가면서 다 본 곳이었어요.
당시에는 '트빌리시는 참 예쁘고 볼 거 많은 도시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트빌리시의 중심거리.
루스타벨리 역 근처쯤 가니 관광 기념품을 늘어놓고 파는 벼룩시장이 있었어요.
뿔로 된 컵은 그루지아의 전통 와인잔이라고 해요.
여기에 와인을 담아놓으면 바닥에 내려놓을 수가 없기 때문에 받자마자 바로 원샷을 해야했다고 해요.
아르메니아에서는 정말 예쁜 가념품들이 넘쳐나서 기념품 고르는데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출국지를 예레반으로 잡을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에 반해 그루지아에서는 정말 '이건 꼭 사야해!' 라고 시선을 잡아끄는 게 별로 없었어요.
수제로 만든 칼 같은 건 조금 탐이 나기도 했지만 총포류는 반입이 까다로워서 세관에 잡힐 수도 있고, 뿔로 된 와인잔은 가져가다가 깨지거나 긁힐 거 같기도 하고 내부에도 먼지가 앉아서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그저 사진 엽서 몇 장과 마그네틱을 샀어요.
다시 자유 광장으로 돌아와서 호스텔에서 추천해준 식당을 찾아 돌아다녔어요.
하지만 공사 중인데다가 주소 체계가 바뀌었는지 인포메이션에 물어봐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아무 식당에 들어가서 낀깔리를 주문했지만, 바투미에서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어요.
냉동실에 얼려둔 것을 해동을 했는지 육즙도 별로 없고, 고기 냄새도 너무 심했어요.
저녁을 먹고 나니 왠지 기분도 좋아지고,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낮에는 너무 더워서 금방 지치는데, 밤에는 공기가 선선해서 그래도 덜 피곤해서 돌아다닐만 하거든요.
친구는 낮에 다리를 건너면서 본 황금 첨탑의 교회를 가자고 했고, 저는 알았다고 했어요.
하지만 그 말이 실수였어요.
가까워보이던 교회는 생각보다 꽤 멀리 있었고, 언덕을 한참이나 올라가야 했어요.
길도 잘 모르는데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도 걱정되고, 무엇보다도 발이 너무 아파서 서 있을 때조차 통증이 느껴졌어요.
아침 일찍부터 돌아다니라 피곤한 상태에 길도 잘 모르고, 트빌리시에 며칠간 머무를 생각이니 나중에 다시 와도 될 거 같아서 친구에게 돌아가자고 했어요.
하지만 친구는 마치 내일 떠나는 사람처럼 꾸역꾸역 가자고 우겨대었어요.
츠민다 사메바 대성당 Tsmunda Sameba Cathedral.
트빌리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예요.
우리가 대성당에 도착했을 때는 밤 9시가 훨씬 넘은 시간이었지만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미 둘 다 기분이 완전히 상한 상태라서 성당을 대충 둘러보고, 오는 길에 대판 싸웠어요.
호스텔에 돌아와서 보니 다리를 퉁퉁 부어 있었고, 발에는 온통 물집이 잡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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