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정은 므츠헤타 Mtskheta 가기.
므츠헤타는 트빌리시에서 마슈르트카로 30분 남짓 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이예요.
호스텔 스태프에게 물어보니 므츠헤타 가는 마슈르트까는 디두베 Didube 지하철역 근처에서 탈 수 있다고 했어요.
참고로 트빌리시는 우리나라처럼 버스 터미널이 여러 곳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잘 알아보고 가야해요.
디두베 역에 도착하니 마슈르트카가 바로 있었어요.
요금은 한 사람당 1라리.
버스 기사에게 돈을 주고 타는게 아니라, 창구에서 표를 사는 시스템이었어요.
므츠헤타가 종점이라길래 계속 타고 있었는데, 어느덧 사람들은 중간중간 다 내리고 저와 친구만 남았어요.
안내방송은 커녕 정류장조차도 제대로 없어서 내가 내릴 곳이 되면 알아서 내려야하는 터라 이미 지나친건지 아니면 더 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결국 기사에게 물어봤어요.
"므츠헤타?"
기사는 가다가 마주오는 마슈르트카 기사에게 뭐라고 묻더니 우리 보고 저 마슈르트카를 다라고 했어요.
알고 보니 내릴 데를 놓쳐서 다시 되돌아가야했던 것이었어요.
갈아탄 마슈르트카 기사를 우리를 오는 중간에 보았던 한 교회 앞에 세워주었어요.
아까 사람 몇 명이 내려서 조금 긴가민가했었는데, 그곳이 바로 므츠헤타였어요.
"일단 더운데 우리 뭐 좀 먹고 관광하자."
친구는 레모네이드를 시켰고, 저는 한국의 캔커피 레쓰비를 사먹어보기로 했어요.
어떻게 진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지아에서는 한국의 레쓰비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비싸요.
우리나라에서는 500원도 안 하는 가장 저렴한 커피 중 하나지만, 그루지아에서는 무려 2라리, 트빌리시와 므츠헤타 왕복 교통비와 맞먹어요.
레모네이드는 예상했던 바대로 한국에서 먹던 상큼한 레모네이드가 아니었어요.
바투미에서 먹었던 것처럼 총천연색까지는 아니었지만, 크림이 들어간 게 맛이 꼭 암바사 같았어요.
조지아에서는 조지아 커피는 안 팔았어요.
제일 처음 갔던 곳은 삼타브로 Samtavro 교회.
트빌리시로 오가는 버스 정거장 바로 옆에 있어요.
삼타브로 교회는 1130년대에 지어졌는데, 한때 므츠헤타 왕의 궁중 교회로 사용도기도 했다고 해요.
이 교회의 남동쪽 코너에는 미리안 왕과 King Mirian 과 나나 여왕 Queen Nana가 묻혀있다고 합니다.
므츠헤타 어디에서든 보이는 즈바리 교회.
즈바리 교회는 그루지아에서 가장 성스럽운 장소로 여겨지는 교회예요.
언덕 꼭대기에 있어서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가 없어서 택시를 이용해야만 갈 수 있어요.
삼타브로 교회 근처에서 택시기사들이 우리에게 접근해서 20라리에 즈바리 교회를 데려다주겠다고 흥정을 했어요.
왠지 비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자며 즈바리 교회를 가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하니 그닥 비싼 돈도 아닌데 조금 후회가 되네요.
므츠헤타 박물관.
므츠헤타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이곳에서 전시하고 있다고 해요.
이곳도 패스.
수려한 산세에다가 강까지 흐르는 므츠헤타는 정말 경치가 좋았어요.
더군다나 사람들도 많지가 않아서 조용하고, 한적하고....
트빌리시 사람들이 므츠헤타로 휴양을 많이 온다고 하더니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어요.
길거리에서 익어가고 있는 포도.
이 포도도 익으면 그 유명한 조지아 와인이 될까?
길거리에 있는 십자가와 성모상.
므츠헤타 올드 타운.
올드타운은 관광지로 개발되어 거리나 건물들이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어요.
거리에는 휴양객들을 위한 별장들이 즐비해있었어요.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뻐서 '여기서 하루 머물렀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스베티츠코벨리 성당 Svetitskhoveli cathedral.
11세기에 지어진 성당으로, 그루지아 교회 건축의 황금기의 초기 양식을 띄고 있다고 해요.
아쉽게도 이 곳은 공사 중이었어요.
성당 내부는 묘하게 사람을 압도하는 엄숙한 분위기가 돌았어요.
조지아나 아르메니아에서 성당이나 교회에 들어갈 때는 여자는 스카프로 머리를 가리고 들어가요.
깜빡하고 스카프를 호스텔에 두고 와서 머리를 가리지 못하고 그냥 들어갔더니 왠지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예배하는 사람들 가운에데서 자꾸 신경이 쓰였어요.
성당 한 곁에서는 결혼 미사를 진행하는지 사제가 결혼하는 신랑신부를 축복하고 있었어요.
그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용히 돌아본 후 성당 밖으로 나왔어요.
므츠헤타는 참 아담하고, 예쁜 시골마을 같은 곳이었어요.
나이가 좀 들어서 인생을 마감할 때 이런 곳에서 살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곳.
젊을 때 살기에는 조금 심심하긴 하겠지만요.
아경을 보며 밤늦게 돌아다니면서 봐도 좋을텐데, 트빌리시에서 너무 가까워서 이곳에 1박을 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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