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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4 베트남 [完]

[베트남] 02. 12/19 훼 신시가, Moc Vien Restaurant

by 히티틀러 2015.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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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평소에도 이동할 때 잠에 잘 못드는 편인데, 버스는 밤새 수도없이 가다서다를 반복했어요.

도착시간이 몇 시인지도 잘 모르는데다가 우리의 목적지인 훼가 종점도 아니다보니, 버스가 설 때마다 두리번거리며 어딘지 확인하기 바빴어요.

게다가 도로가 문제인지, 차가 문제인지 버스는 계속 덜컹거렸고, 몇 번은 '이거 사고 난 거 아냐?' 싶을 정도로 굉음을 내며 흔들리기도 했어요.

잠깐 잠깐 선잠을 자다보니 어느새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어요.





베트남의 아침은 일찍 시작해요.

아침 6-7시 남짓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시장은 문을 열었고, 아이들은 학교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7시가 넘어가자 거리에는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어요.


시간상 훼에 거의 도착해가고 있는 거 같은데, 길거리에서 갑자기 버스가 또 정차했어요.

워낙 가다 서다를 반복해서 그러려니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버스가 출발할 생각을 안 했어요.

밖이 꽤나 소란스러워서 내다보니 경찰들 몇 명과 버스 차장과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지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다가 급기야 경찰들이 버스 안으로 들어와서 수색하기까지 했어요.

대부분의 승객들이 외국인 관광객이라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줄도 모르고, 한참만에 버스가 출발하긴 했지만 도착할 때까지 버스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했어요.



아침 9시, 훼의 동바버스터미널 도착!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외국인 관광객을 본 사람들은 좋은 호텔이 있다, 택시를 타라면서 마구 달려들었어요.

일단 짐을 가지고 친구와 밖으로 나왔는데, 다시 오토바이 기사 두 명이 다가왔어요.


"오토바이 타요!"


숙소가 얼마나 먼지 감도 안 오는데다가 짐도 있고, 택시는 비싸도 왠지 오토바이는 타볼만 할 거 같았어요.

호텔 이름과 주소가 적힌 주소를 친구에게 주니까, 친구는 그 종이를 보여주면서 베트남인들과 얘기를 흥정을 시작했어요.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에는 흥정이 되었는지, 오토바이 두 대에 각자 나눠탔어요.

친구의 이야기에 의하면 원래는 한사람당 2달러를 불렀지만, 베트남어 몇 마디 써가면서 흥정을 하니 1달러도 채 안되는 2만동에 합의를 보았다고 했어요.


이 맛에 베트남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는구나!


태어나서 처음 오토바이를 타보는데, 다리가 좀 후들거리기는 하지만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사이를 빠져나가는 게 정말 스릴이 넘쳤어요.

그런데 바람이 불다보니까 조금 춥더라고요.

베트남이 지금 겨울이라지만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 중에서 바람막이를 입은 사람이 많은 이유를 알 거 같았어요.



우리가 예약한 Hong Thien 2 호텔.

동바버스터미널에서 강을 건너야하긴 하지만 그닥 멀지는 않았어요.

입구에서 리셉션 직원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먼저 차 한 잔 드세요."


직원은 우리에게 베트남 차라면서 차 한 잔을 권했어요.

여러 종류의 차를 마셔보았지만, 베트남 차는 매우 독특한 향이 났어요.

마치 바닐라꽃을 우려낸 거 같은 느낌이랄까.

맛과 향이 너무 깊고 달콤해서 베트남을 떠나는 날까지 매일 차를 달고 살았어요.


직원은 호텔 측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지도를 주면서 훼의 관광지와 투어 등에 대해서 설명해주고는 방을 보여주었어요.

원래는 발코니가 없는 저렴한 방이었으나 고맙게도 호텔 측에서 무료로 업그레이드 해주었어요.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와서 옷도 갈아입고, 샤워를 하니 좀 살 거 같았어요.

아직은 여행 초반이고, 이번 베트남 여행은 일정이 짧아서 바로 훼 신시가를 구경하려 나갔어요.



신시가에는 여행자 숙소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레스토랑들이 많이 몰려있어요.

그래서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westener's street', 즉, 외국인 거리로 불린다고 해요.



이리저리 구경을 하다가 바나나 잎에 싼 신기한 것을 발견했어요.

관심을 보이는 저를 발견한 가게 아주머니는 하나 먹어보라면서 바디랭귀지로 자꾸 권유했어요.

이번 여행의 목표는 무조건 많이 먹어보기!

시험 삼아서 친구와 하나씩 사서 근처에 있는 목욕탕 의자 같은 테이블에 앉았어요.



가게 주인 아주머니는 같이 먹으라는 듯이 소금과 생마늘을 주셨어요.



바나나 잎을 까보니 속에 든 건 햄 비슷한 거였어요.


오! 생각보다 맛있는데?


닭고기 햄이나 짠맛 빠진 스팸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데, 맥주 마실 때 안주로 곁들여먹으면 딱일 거 같았어요.



게눈감추듯이 먹어치우고는 뭔가 아쉬워서 하나 더 사려고 가니, 아주머니께서는 이번에는 매달려 있는 다른 걸 권하셨어요.

첫번째 선택을 성공적으로 했기에, 두번째로 비슷하겠거니 하고 두 개를 사왔어요.



바나나 잎을 까보니 고기 같기는 한데, 일단 색깔부터가 심히 불길했어요.

한 입 먹어보는데, 하마터면 토하는 줄 알았어요.

다진 닭고기를 날로 먹는 느낌?

아주머니가 보고 있으니 어디 뱉어버리지도 못하고, 중간에 박힌 고추는 또 어찌나 맵던지...

친구는 생마늘을 같이 곁들여먹으면 맛이 괜찮다고 했지만, 생마늘을 못 먹는 저는 소금을 잔뜩 찍어서 짠맛으로 억지로 목구멍으로 넘겨버렸어요.



근처의 카페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베트남 차와 커피를 시켰어요. 

차로 입가심을 하니 그나마 좀 살 거 같았어요. 

눈 앞으로 바쁘게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사람들을 보며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자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어요.


점심은 Moc Vien 이라는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했어요.

여행을 오기 전에 베트남 현지인에게 추천받은 곳인데, 꼭 가보라고 신신당부를 했거든요.

그곳의 주소와 지도를 리셉션 직원에세 보여주면서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았어요.


"여기에서 8km 정도 떨어져있는데, 택시를 타야해요."


주변 사람들도 이름만 대면 다 아는 것으로 봐서 이 지역에서 꽤나 유명한 곳인 듯 했어요.

그녀는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주었어요.




택시는 강을 건너서 뭔가 오래된 것이 많아보이는 구시가 지역을 지나더니...




베트남 서민들이 사는 거 같은 낡은 마을과 시골길을 한참을 달렸어요.
















드디어 도착한 Moc Vien 레스토랑.

아마 현지인이 소개해주지 않았다면 이런 곳에 음식점이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해봤을 정도로 관광지와는 떨어져 꽁꽁 숨겨져 있는 곳이었어요.

입구에서부터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안으로 들어갔어요.






우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한 폭의 그림 같은 장소였어요.

Moc Vien 레스토랑은 원래 역사가 깊은 오래된 집을 개조해서 만든 곳인 데다가 경관이 좋아서 외국인 친구들이 훼를 찾아오면 이곳을 소개해준다고 하더라고요.

외국인 관광객들도 꽤 찾아오는 곳이기 때문에 메뉴도 영어로 설명이 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베트남 차.

이곳에서는 자스민차가 나왔어요.



해산물 볶음밥 Com Chien Hai San.

이곳에서는 볶음밥이 맛있다고 하길래 친구가 주문했어요.

볶음밥을 별로 안 좋아하는 제 입맛에도 짭조름하고 고슬고슬하니 참 맛있더라고요.



추천받아서 맛본 애피타이저.

이름은 모르는데, 깻잎 같은 데에 쇠고기 완자를 말아서 쪄서 느억 맘(피쉬 소스)에 찍어먹는 음식이었어요.

피쉬소스에 찍어먹지만 않으면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았어요.


서로 음식을 하나씩 주문했는데, 두 가지 음식을 다 먹어가도록 제가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릇을 다 비우고 나셔야 종업원이 빈 그릇을 치우고 우리에게 물었어요.


"이제 가져다 드릴까요?"



종업원이 가져다준 것은 3-4인분은 되어보이는 찌개였어요. 

메뉴에 타이 스타일 닭고기 수프와 누들이라길래 '쌀국수 비슷한 거겠지' 하면서 주문했거든요.

날이 좀 쌀쌀해서 따뜻한 국물을 곁들여먹을 생각에요.

그런데 주문하고 보니 어마어마한 양의 찌개.



찌개에 각종 야채를 넣고 끓여서...



국수를 적당히 넣어서 말아먹는 음식이었어요.



맛은 참 오묘했어요.
다섯 가지 맛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는 오미자처럼 달면서 시고 짜고....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런 맛이었어요.
그닥 입맛에 맞지는 않았지만 내가 주문한 음식이라서 말도 못하고, 실례가 안 될 정도만 적당히 먹고 남겼어요.

겨울에 베트남 중부 지역은 우기라더니, 어느새 부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어요.
더군다나 난방 시설 자체가 없고 찬바람을 그대로 맞다보니, 베트남도 겨울이 있기는 있구나 싶으면서 좀 더 두꺼운 옷을 입고나올걸 후회가 되었어요.

"다시 어떻게 돌아가지?"

식사를 마치고 나와서도 막막했어요.
근처는 정말 시골마을이었고, 지나가는 차도 한 대 없었어요.
비도 오는데 몇 시간이나 걸어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요.
다행히 영어를 아는 현지인이 콜택시를 불러주어서, 택시를 타고 구시가에 있는 시타델로 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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