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방배동 카페골목에 있는 러시아 음식점 C.C.C.P 에 다녀왔어요.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Союз Советских Социалистических Республик)의 약자인 CCCP 라는 이름에 확 끌리는데다가 잡지 같은 데에서 이국적인 맛집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인터넷을 보니 평도 괜찮더라고요. 



CCCP는4호선, 7호선 이수역에서 13번 마을 버스 타고 두번째 정거장인 '카페골목 입구'에서 내려서 2-3분 정도 걸으면 나와요.

마을버스를 타지 않아도 도보로 10-15분 정도 거리이기 때문에 길만 안다면 충분히 걸어올 수 있어요.



CCCP 입구.

입구부터 보드카가 진열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구 소련의 이름 약자인 줄 알았던 CCCP는 'Chef Can Cheer up People' 이라는 뜻이라고 하더라고요.





실내는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어요.

소품들이나 소련 풍의 삽화들이 실내 인테리어 자체에서 러시아 느낌이 물씬 나더라고요.

주말 런치 타임인데도 손님들이 없어서 조용하고요. 







CCCP 메뉴.




쌀랸까 수프 салянка.

햄, 소시지, 올리브를 넣고 끓인 가정식 스프라는데, 러시아 쪽을 다녀오신 분들은 '러시아식 부대찌개' 라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맛이 맵지 않은 부대찌개 맛과 비슷해요.

붉은 색은 아마 고추나 파프리카가 아니라 비트로 낸 거 같아요.


맛보다는 양이 너무 적어서 놀랐어요.

그릇 사이즈가 딱 샐러드바에서 스프 담아먹으라고 비치해놓은 그릇이더라고요.

메인 메뉴 주문하면 기본적으로 주는 스프도 아니고, 정식으로 주문한 메뉴인데 말은 못하고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러시아식 만두인 뻴메니 Пельмени.

발사믹 식초를 뿌린 샐러드와 '스메타나' 라는 사워크림이 곁들여서 나왔어요.

피까지 직접 다 만든다고 하더니, 반죽을 많이 해서 피가 정말 쫄깃쫄깃했어요.



모듬 샤슬릭 Ассорти Шашлык.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샤슬릭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어요.

원래 샤슬릭은 중앙아시아 지역 유목민들이 고기를 불에 구워먹는 데에서 비롯되었지만, 이슬람의 영향으로 돼지고기 샤슬릭을 보기 드물고 대부분 양고기, 닭고기, 쇠고기를 먹어요.

사진에는 잘 나와있지 않지만, 밑에는 소스가 깔려있는데 시중에 파는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와 비슷한 거 같아요.

돼지고기와 닭고기 샤슬릭을 먹고 나서 양고기 샤슬릭을 먹었는데, 고기가 엄청 질기더라고요.

아무리 식었다고는 하지만 씹기 힘들 정도로 너무 질겨서 결국에는 힘줄을 잘라내고 먹었네요.



디저트로 먹은 미도빅 케이크 Медовик торт.

꿀과 크림을 샌드한 파이를 밀푀유처럼 겹겹이 쌓은 후, 아몬드를 토핑해 만든 러시아 케이크예요.

사실 이런 케이크가 손이 많이 가는데, 다른 데에서 사오지 않고 직접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러시아어로 꿀을 'мёд' 라고 하는데, 아마 거기에서 이름이 붙여진 거 같아요.

디저트나 케이크를 좋아하는 친구가 정말 좋아하면서 사가지고 가고 싶다고 할 정도였어요.



케이크와 홍차를 곁들여먹으니 정말 훌륭한 후식!

원래 러시아 사람들이 홍차와 함께 디저트나 초콜릿, 잼과 같은 단 음식을 곁들여먹는다고 했는데, 정말 잘 어울렸어요.



러시아 전통음료라는 스비텐 сбитень.

과일잼과 과육을 넣고 끓여서 만든 음료라고 해요.

종업원분이 한 번 마셔보라면서 권하셔서 맛만 볼 생각으로 한 잔만 주문했어요.

일행이 총 3명인데, 1/3로 나눠서 주시더라고요.

맛은 새콤달콤해요.

만들 때 시나몬이나 생강, 정향을 넣기도 한다는데, 그래서인지 맵싸한 계피향이 강하게 나서 약간 새콤한 맛이 나는 수정과를 마시는 기분도 들더라고요.









C.C.C.P 의 음식은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맛있어요.

샤슬릭도 미리 구워놓는게 아니라주문을 받으면 굽는 거 같고, 케이크나 음료도 직접 다 만들고, 뻴메니도 직접 빚는다고 하니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많이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양이 너무 적어요.

특히, 쌀랸카 스프는 당혹스럽다 못해서 '괜히 주문했다, 돈 아깝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케이크도 1/10이나 1/12조각 정도 밖에 안 되는 거 같고요.


누가 사주면 모를까, 제 돈 주고는 다시 갈 거 같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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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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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 여기 가보고 싶었는데 멀어서 아직 못 가봤어요
    메도빅 좋아하는데 먹고 싶네요 :)
    친구가 살랸까를 엄청 좋아하는데... 데리고 가고 싶은데 양이 엄청 적다니! 강남 쪽이라 그런가.. 살랸까는 원래 한 사발 담아먹어야 몸이 뜨끈해질텐데.. (저는 햄 들어서 안 먹긴 하지만 ㅎㅎ)
    펠메니에 곁들여준 샐러드에 발사믹 뿌려진 걸 보니 역시 우리 나라 입맛에 맞춰줬네요 :)
    멀지만 않으면 좋을텐데...

    2015.01.30 09: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짜 수프는 한 그릇 그득하게 담아먹어야하는데, 여기는 간에 기별도 안 가더라고요.
      러시아에서는 샐러드를 어떻게 해서 먹나요?
      저는 러시아 샐러드 하면 알리비예처럼 마요네즈 왕창 넣은 거 밖에 생각이 안 나요ㅎㅎㅎ

      2015.02.01 04:08 신고 [ ADDR : EDIT/ DEL ]
  2. 저는 양이 많아야 좋은데.. 맛있어 보이긴 하지만 ....

    2015.01.30 09: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다른 친구한테도 사진을 보여줬더니 '양이 이게 뭐냐' 며 분노하더라고요.
      양을 생각하신다면 이태원에 있는 러시아 음식점이 여기보다 훨씬 나아요.

      2015.02.01 04:09 신고 [ ADDR : EDIT/ DEL ]
  3. CCCP....
    이 글자만 봐도 좀 으시시해요.

    2015.01.30 16: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옛날 구소련의 기억이 있으신 분들은 kgb 같은 감시, 독재 같은 걸 많이 떠올리시더라고요.
      전 포스트 소비에트 세대라 소련을 학습만화 같은 데서만 접해서 그런지 잘 모르거든요.
      cccp 라는 단어도 우즈베키스탄에 가서야 알았는데, 어른들은 전부 알고계시더라고요.

      2015.02.01 04:11 신고 [ ADDR : EDIT/ DEL ]
  4. ㅎㅎㅎ 돈내고 다시는 안갈것 같다는 말에 미소가 지어집니다.ㅋ
    러시아 음식을 단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음식 촌놈에게는
    그래도 샤슬릭이라는 구운 고기가 눈에 듭니다.....근데 이가 시원치않아서...ㅠㅠ
    케익은 어느 나라든 맛의 차이가 크질 않아 굳이 돈 들여 사먹을 것 같지는 않고...
    부대찌게는 양이 넘무 적고 왠지 컵에다가 된장찌게 담아먹는 언발란스....우스울듯 보입니다.
    재미진 글 잘 보고 갑니다.^^*

    2015.01.30 19: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컵에다가 된장찌개 담아서 팔면 진짜 분노할 거 같아요.
      공짜로 제공되는 된장국도 아니고요ㅎㅎㅎ
      우리나라에서 파는 러시아 음식은 가격도 비싸고 종류도 제한적이라서 아쉬워요.
      나중에 기회되면 러시아 여행가서 진짜 현지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요ㅎㅎㅎ

      2015.02.01 04:14 신고 [ ADDR : EDIT/ DEL ]
  5. 마지막이 인상적이네요. 본인본내고는 다시 안간다는ㅋ 역시나 현지에서 먹는게 제일이죠.

    2015.02.01 19: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직 러시아에 가본 게 아니라서 현지 음식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양이 너무 적었어요.
      음식까지 맛없었으면 진짜 입에서 불 뿜을 뻔ㅋㅋㅋ
      전 아직까지 양을 좀 중시하는 편이라서요.

      2015.02.01 21:04 신고 [ ADDR : EDIT/ DEL ]
  6. 엄마랑 같이 CCCP 레스토랑에 가보고 싶어요

    2015.12.08 15:05 [ ADDR : EDIT/ DEL : REPLY ]
    • 전 여기보다는 이태원 트로이카가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여긴 양이 너무 적어서 ㅠㅠ

      2015.12.09 01:20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