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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15 부산 [完]

02. 10/5 부산여행 둘째날 - BIFF 빌리지, 해운대 해수욕장

by 히티틀러 2015.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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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오면 늦잠자고 푹 쉴 줄 알았지만, 그럴 여유가 없어요.

영화 상영 시간에 맞춰서 돌아다녀야하니까요.

전날 쌓인 피로와 소음으로 인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졸린 눈을 비벼가며 아침 8시에 일어났어요.

예매해둔 영화가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영화라서 서둘러 준비해서 센텀시티로 향했어요.



오늘 처음 영화를 볼 장소인 소향 씨어터.



제가 볼 영화는 나게쉬 꾸꾸누루 Nagesh Kukunoor 감독의 '레인보우 Rainbow' 라는 인도영화예요.

이전에 나게쉬 감독의 전작인 '도르 Dor' 나 '8X10 Tasveer' 를 보긴 했지만, 사실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레인보우'는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 나온 영화의 줄거리가 매우 흥미를 끌었어요.

무엇보다도 어린이가 주연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간다는 사실에 확 끌렸어요.

개인적으로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는 거의 실패가 없었거든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고요.

티켓팅을 하는데, 입구에서부터 초등학생들이 바글거리는게 왠지 불안한 기운이 엄습하긴 했지만, 애써 무시를 하고 영화관에 입장했어요.




애들이 들어온다!!!!!



영화 시작 시간이 다 되도록 안 들어오길래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작 5분전부터 초등학생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몇 명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선생님의 수로 봐서는 적어도 3-4개 반 이상은 입장하는 듯 했어요.



어느새 상영관은 아이들도 가득 찼어요.

교사들은 관리상 편의를 위해서 아이들을 빈 자리에 단체로 마구 몰아넣었고, 애들은 자기끼리 떠둘고, 만화책 보고, 화장실 간다고 돌아다니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어요.

거의 시간에 간당간당하게 맞춰온 관람객들이나 혹은 조금 늦게 들어온 사람들은 이미 자기 자리에 애들이 앉아있는 경우도 많았어요.



대체 운영이 왜 이따위야!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속으로 정말 화가 치밀어 올랐어요.

극장이 노키즈존이 되어야할 이유까지는 없지만, 평일 오전에 마이너한 인도영화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이라면 정말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이거나 조용히 영화를 볼 목적으로 오신 분들이 대부분일 거예요.

그런데 이런 시간에 한 두명도 아니고 상영관을 대부분 채울 정도의 초등학생 단체가 미리 공지도 없이 와버리면 화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어요.

당장 저만해도 이 사실을 알았다면 영화를 취소하든, 아니면 다른 시간대를 예매했을 테니까요.

자원봉사자나 교사 몇 명이 그 많은 아이들을 통제할 수도 없을 뿐더러 이런 단체관람은 자기 의사로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영화 관람도 엉망이 될 확률이 높고요.

정 그럴 거면 상영관을 따로 빼줘서 그들만 관람을 시키든지, 정 안 되면 입장이라도 빨리 시켜서 영화 시작전에는 어느 정도 정리를 마쳐놓아야하는데 영화 시작 시간이 다 되어서야 입장을 시키면 뭐 어쩌자는 건지.

부산국제영화제는 광고도 거의 없고, 제 시간이 되면 영화를 칼같이 시작해요.

요즘에는 많이 융통성있게 해주지만, 몇 년전까지만 해도 상영시간에 단 몇 분이라도 늦으면 아예 입장을 시켜주지도 않았다고 하구요.

그런데 장내 정리를 하느라 상영시간이 무려 10분이 지나도록 영화를 시작하지 못했어요.

아침 댓바람부터 기분을 완전히 망쳐놓은 상태로 영화 관람이 시작되었어요.



역시 어린이 영화는 저는 배신하지 않았어요.

레인보우는 가난한 숙부 집에 얹혀사는 10살 누나 파리와 8살 앞 못 보는 남동생 초투의 이야기예요.

파리는 자신의 영웅이자 인도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샤룩칸이 안구기증을 독려하는 포스터를 보게 되요.

샤룩칸에게 매일 도와달라고 편지를 쓰던 와중에 마을에서 300km 떨어진 도시에 샤룩칸이 영화촬영을 온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과 둘이서 먼 길을 떠나게 되죠.

남매 간의 우애와 그 길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과의 이야기는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담고 있어요.

라자스탄의 넓은 사막과 화려한 의상들은 덤!

한국인이 인도영화를 볼 때 제일 낯설어하는 요소 중 하나가 뜬금없이 춤추고 노래한다는 점인데, 이 영화는 그런 전형적인 맛살라 영화와는 달리 그냥 담담하게 둘의 여정을 그리고 있어요. 

영화 상영 내내 난장판을 만들어놓지 않을까 싶었던 초등학생들도 자기 또래의 어린이가 나와서 그런지 의외로 얌전하게 영화를 보더라고요.

특히, 엉뚱하고 때로는 당혹스럽기까지 한 초투의 행동에 폭소를 터뜨리는 경우도 많았어요.

일반 대중에게 이 정도 반응이 나온다면 우리나라에서 정식 수입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네요.

영화 내내 '샤룩칸' 얘기가 워낙 많이 나와서 카메오로 한 컷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했었는데, 아쉽게도 샤룩칸 그림자조차 나오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도 듣다보니 마치 샤룩칸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 영화였네요.



영화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소향씨어터를 나와서 다시 해운대로 향했어요.

2시에 시작 예정인 다음 영화가 해운대 메가박스에 있었거든요.

해운대 메가박스에 도착해서 먼저 티켓팅을 하고 나니 일단 한숨이 놓였어요.


'점심을 뭘 먹어야하나...'


혼자 돌아다닐 때는 끼니를 어떻게 때우느냐가 항상 고민이예요.

뭔가 맛있는게 먹고 싶긴 한데, 시간 여유도 없고 또 우리나라는 기본 2인분 이상 주문해야하는 곳이 많아서 나홀로 여행자는 메뉴 선정에 제한이 많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어디 가서 뭘 보고, 뭘 먹고 등등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고 돌아다니는 성격도 아니고요.



해운대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숙소 근처에 있던 한 밀면 집이 생각나서 그곳에서 점심을 해결했어요. 

보기에는 굉장히 매콤새콤한 맛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맛이 과장되지 않고 담담했어요.

다대기가 많이 올라가있어도 그렇게 맵지도 않고요.

면도 너무 질기지 않아서 시원하게 후룩후룩 먹기 좋더라고요.

물론 모든 지역음식은 토박이들 사이에서 잘한다고 유명한 집에 가야 그 음식의 참맛을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일단 그 유명한 밀면을 먹어봤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기로 했어요.



다시 메가박스로 돌아와서 캬라멜 팝콘과 콜라를 주문했어요.

칼로리가 엄청 높다고는 하지만, 영화 볼 때는 왠지 팝콘과 콜라가 없으면 허전해요.

이전에 영화를 봤던 소향씨어터와 하늘연극장은 영화관이 아니라서 물만 반입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정식 영화관이라서 팝콘을 가지고 들어갈 수 있어요.



오늘의 두번째 영화는 아시아 단편경쟁 1.

대만 단편 영화인 '봄의 시작'과 '광산마을의 청춘들', 그리고 캄보디아 단편영화인 '미몽', 이렇게 3편의 영화를 상영했어요.

늘 1시간 이상의 장편 영화만 보다가 20분 내외의 단편 영화를 처음 봤는데, 좀 어색했어요.

뭔가 기승전결의 흐름이 없이 마치 뮤직비디오 같은 걸 보는 기분이더라고요.

원래 이 아시아 단편경쟁은 크메르 루즈 시절의 강제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캄보디아 영화 '미몽'을 볼 생각으로 예매했어요.

그런데 미몽은 영화 자체가 잘 이해가 안 되었어요.

오히려 '광산마을의 청춘들'이 더 인상에 많이 남았어요.














예정했던 영화 두 편을 다 보고 나니, 별로 한 것도 없는데 피로가 몰려들었어요.

원래 계획은 영화를 다 보고 바로 돌아다니면서 부산 구경을 할 생각이었지만, 너무 졸립고 피곤했어요, 

일단 숙소에 돌아가서 잠깐 낮잠도 자고 몇 시간 휴식을 취한 다음에 해가 어스름할 무렵 즈음에 다시 밖으로 나왔어요.



멀리 가기 번거로우니 제가 묵는 숙소가 있는 해운대를 먼저 돌아다니기로 했어요.

숙소에서 해운대 해수욕장 방향으로 가다보니 해운대 전통시장이 있더라고요.



"이게 뭐예요?"

"가래떡."


부산이 어묵이 유명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어묵국물 속에 가래떡을 같이 넣어서 끓이더라고요.

가격도 5백원이라니 신기한 마음에 하나 샀어요.

친절하신 아주머니께서는 옆에 있는 간장을 잘 발라서 먹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떡은 그냥 떡일 뿐이다


간장과 어묵 국물 때문에 약간의 간이 있긴 하지만, 그냥 물에 퉁퉁 불을 떡맛에 불과했어요.

떡이란게 쫀득거리는 맛에 먹는건데, 이건 그냥 뭉글뭉글한 느낌?




해운대 시장은 크게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었어요.

횟집과 곰장어집이 많다는 것 정도가 특이했는데, 회와 곰장어는 저 혼자서 시켜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보니 그냥 중간 즈음 갔다가 다시 돌아나왔어요.



해운대 시장에서 바닷가 쪽으로 조금더 걸어가니 비프빌리지 BIFF Village 가 나왔어요.






여기가 진짜 비프 빌리지 맞아?



솔직히 실망스러웠어요.

이름이 'BIFF 빌리지'인만큼 바다와 영화제가 어우러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정말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맥주며 화장품, 탄산수 등 그냥 영화제 후원사들이 홍보행사하는 곳에 불과했어요.

게다가 대부분의 이벤트가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려주세요!' 같은 거라서 저 같이 sns를 안 하는 사람은 마땅히 할 일도 없었고요.




그나마 부산국제영화제 분위기라고는 20년간의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를 전시해놓은 것과 2015 BIFF 표지가 전부였어요.





해운대 해수욕장을 홀로 걸었어요.

바닷가임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비릿한 바다냄새가 거의 안 나더군요.

나잡아봐라하는 커플부터 모래언덕에 앉아서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까지 앞도, 뒤도, 좌도, 우도, 전부 커플천국이었지만 저는 그러거나 말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어요.



해운대 모래사장을 따라 산책로나 공원이 정말 잘 조성되어 있었어요.

관광객들 뿐만 아니라 현지 사람들도 나와서 산책을 하거나 간단하게 캔맥주를 한 잔 하기도 하고, 개를 산책 시키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어요.

예전에 여행했던 아제르바이잔 바쿠가 생각났어요.

아제르바이잔 바쿠도 카스피해를 끼고 있는 도시인데, 해변가로 '불바르'라고 불리는 공원이 정말 잘 조성되어 있어요.

그래서 해가 지고 날이 좀 선선해지고 나면 사람들이 전부 나와서 산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그 모습이 정말 부러웠거든요.

'우리나라에도 좀 저런 곳이 있었으면..'하고 많이 생각했는데, 부산에 오니 딱 그 분위기가 나더라고요.



걷다보니 미포항까지 왔어요.

저녁을 먹어야할 시간이 지났지만, 미포에 있는 음식점들은 대부분 횟집이라서 저 같은 나홀로 여행자들은 갈 곳이 없더라고요.

제가 회를 정말 좋아하면 또 모르겠지만, 저는 회를 찾아먹을 정도로 좋아하지도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먹기에는 가격이 비싸니까요.

할 수 없이 다시 해운대쪽을 향해 다시 걸었어요.

그러다가 바닷가 바로 근처 위치한 펍이 하나 있더라고요.

서울에서였다면 그냥 캔맥주나 하나 사서 혼자 마셨겠지만, 부산까지 놀러와서 궁상을 떨고 싶지는 않아서 당당히 안으로 들어갔어요.



원래는 코젤 다크맥주를 주문할 생각이었지만 다 떨어졌다기에 코젤 페일 맥주에피쉬앤칩스를 하나 주문했어요.

저녁 식사 겸 반주로 맥주와 칩스를 즐겼어요.

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맥주가 최고예요.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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