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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2015 부산 [完]

04. 10/6 부산여행 셋째날 (2) 아리랑 거리, 국제시장

by 히티틀러 2015.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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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골목이 많고, 길도 잘 몰라서 사람들이 많이 가는 대로 저도 따라갔어요.



골목 자체도 좁은데, 길 한가운데는 음식 노점들이 줄지어서 자리잡고 있었어요.



이게 그 유명한 비빔당면인가?


마침 점심 무렵이긴 했지만, 일단 근처부터 구경 와서 돌아와서 먹을 생각이었어요.




마치 남대문 뒷골목을 걷는 느낌이었어요.

일본인 관광객들도 좀 있었는데, 상인분들이 정말 유창하게 일본어를 구사하시더라고요.




가장 놀라웠던 건 마치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건물들이었어요.

얼마 전에 여행다녀온 태국 방콕의 차이나타운과 비슷한 느낌도 들고요.

저는 실제 이렇게 낡은 건물과 정신없는 배선은 아주 어렸을 때나 한 두 번 봤을까, 최근에는 본 적이 없어요.

진작에 철거했거나 외벽 리모델링이라도 했을텐데, 이런 건물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신기하고 독특하게 다가왔어요.

여기서라면 홍콩 느와르의 한 장면처럼 성냥개비를 질겅거리거나 달러를 불태워도 전혀 이상할 거 같지가 않았어요.



수십갈래로 나눠져있는 골목을 그냥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다보니 낯선 곳까지 들어오게 되었어요.

제가 워낙 길치인데가 길을 찾을 때 랜드마크나 도로명을 기준으로 찾아다니는 터라 이런 골목에서는 늘 헤매거든요.




여기가 그 유명한 꽃분이네구나!



꽃분이네를 발견한 건 정말 우연이었어요.

어떻게 걷다보니 저도 모르게 국제시장까지 흘러들러왔는데, 우연히 들어간 골목에 딱 꽃분이네가 있더라고요.

영화 '국제시장'을 보지는 못했지만 워낙 인기있던


시간이 빠듯해서 더 가지는 않고, 다시 돌아나왔어요.



용두산공원의 부산타워를 보고 순간 모스크 미나렛인 줄 알고 흠칫 놀랐어요.



아까 들어왔던 아리랑 거리로 돌아나왔어요.

비빔당면과 충무김밥을 파는 노점 중 아무데나 앉아서 비빔당면을 주문했어요.

당연히 면이 차가울 알았는데, 의외로 면이 따뜻해서 졸랐어요.

먹으면서 보니 아주머니께서 당면을 어묵국물에 담갔다가 빼기를 반복하시던데, 그래서 따끈한 거 같더라고요.

맛은 김치 버무리기 전의 양념에 당면을 비빈 것과 같은 맛이었어요.

당면의 통통한 식감고 매콤한 양념이 어색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어울렸어요.

식혜 한 잔을 곁들여 금방 한 그릇을 비웠어요.

다 먹고 나니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오뎅까지 하나 먹고 나왔어요.

그랬는데 가격은 3천원.

너무 싸서 제대로 돈을 낸 게 맞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였어요.

















지하철을 타고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센텀시티로 다시 돌아왔어요.



이날은 영화 3편을 예약했는데, 처음 볼 영화는 '나히드 Nahid'라는 이란 영화예요.



아이다 파나한데 Ida Panahaned 감독의 '나히드 Nahid'는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한 작품이예요.

나히드는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의 이름으로 10살짜리 아들을 키우면서 사는 이혼녀예요.

재혼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아들을 키우면서 살고 있는데, 사랑하는 남자가 생기고 그 남자로부터 재혼하자는 프로포즈를 받게 되면서 겪게되는 갈등을 그리고 있어요.

수상 여부나 영화의 내용보다도 제가 이 작품을 고른 이유는 단지 '이란영화'라는 사실 때문이었어요.

이란 영화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수준이 높은 데다가 개인적으로 '어느 영화를 골라도 중간은 간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더군다나 이란이라는 종교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에서 이혼 여성의 사랑과 재혼이라는 문제를 여성 감독의 시선을 어떻게 풀어내는지도 궁금했고요.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어하는 여자로서의 마음과 자신의 가족이나 전남편은 재혼을 원하지 않고 어린 아들마저도 엇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사랑을 포기하더라도 아들을 곁에 두고픈 어머니로서의 마음이 혼재되어 변화해가는 과정들은 꽤나 흥미로웠어요.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왜 저렇게까지 미련하게 행동할까' 싶을 정도로 답답하기도 했고요.

이 영화는 오픈 엔딩으로 끝나요.

저는 성격이 그래서 결말이 오픈된 상태로 끝나는 걸 정말 싫어하는데, 오히려 이 영화의 엔딩은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와 말없이 철썩대는 파도처럼 그냥 담담하게 느껴졌어요.

앞으로 그녀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그녀에게 어떤 시련이 닥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생겨날 희망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두번째 볼 영화는 카자흐스탄 영화인 '호두나무'예요.

개인적으로 중앙아시아 지역에 관심이 있어서 언어 공부 및 문화 학습 차원에서 몇 편 본 적이 있어요.

카자흐스탄은 언어를 잘 몰라서 거의 접하진 못했지만, '1000:최후의 전사들' 이나 '켈린', '몽골' 같은 영화 몇 편은 본적이 있고요.



카자흐스탄 영화 '호두나무'는 카자흐스탄 남부 지역의 작은 시골마을이 배경으로, 젊은 커플의 전통 결혼과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영화라고 해요.
이번에 '뉴 커런츠'로 초청된 작품이라고 하는데, 이 영화의 감독인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Yerlan Nurmukhambetov 감독의 자전적 이야이가 많이 반영되었다고 해요.
홈페이지에 나온 영화 설명만 봐서는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였어요.
감독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는데, 저는 그래서 오히려 더 정신이 없었어요.
이야기가 좀 차근차근 진행되었으면 좋았을텐데, 이야기가 시작되거나 끝맺음이 없이 중구난방으로 마구 튀어나오는 느낌이었어요.


영화가 끝나고 GV (게스트 비지트) 시간이 있었어요.

예를란 누르무캄베도프 감독님이 방문하셔서 관객들의 질문에 답변해주셨는데, 감독님의 말을 들으니 왜 영화가 이해가 안 되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이런 장면들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원래 이런 장면을 이렇게 전개해보고 싶었는데 빠졌다' 라는 설명이 많아고, 카자흐스탄의 문화나 전통을 어느정도 알고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닥 제 취향은 아니었지만, 일단 티켓에 감독님 싸인은 받았습니다.






















GV시간이 끝나자마자 저는 후다닥 뛰어서 영화의 전당으로 향했어요.

그날의 마지막 영화인 '카쉬미르의 소녀'를 보러가야했거든요.

티켓팅은 미리 해두었지만 장소가 영화의 전당 야외극장이다보니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서둘러 가야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했거든요.

같이'전사 바후발리'를 봤던 친구도 꼭 보라고 추천해주었던 영화이기도 하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카비르칸 Kabir Khan 감독의 작품이니까요.



영화 시작 30분 전에 간신히 세이프!

솔직히 야외극장에 도착하기 전에는 자리가 반이나 찰까 싶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인도영화가 그렇게 대중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런닝 타임도 길거든요.

그런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와있더라고요.

이미 자리는 절반 이상 찬 상태였어요.



영화가 좀 잘 보일 거 같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저녁 대용으로 사온 김밥 한 줄을 먹으면서 영화를 기다렸어요.

사실 워낙 서둘러서 배고픈 줄도 몰랐지만, 안 먹으면 영화 중간에 배고플 거 같아서 생수 한 병과 함께 허겁지겁 김밥을 목으로 넘겼어요.

워낙 맘이 조급해서 김밥만 낚아채서 뛰어왔는데, 커피라도 한 잔 사올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일행이라도 있으면 잠시 다녀오겠지만, 혼자서는 가방 봐 줄 사람도 없어서 그냥 앉아있었네요.



영화 입장 시간이 되니 그 넓은 야외극장이 빈자리 거의 없이 가득 찼어요.

여유 부렸다가는 정말 큰일날 뻔했더라고요.



사실 친구의 조언이 아니었으면 별로 볼 생각이 없던 영화였어요.
남자 주연배우인 살만 칸 Salman Khan 을 그닥 안 좋아하거든요.
1990년대 스타일의 살만칸 영화에 추억이 있는 저로서는 과도하게 몸을 키우고 액션 배우로 나오는 최근의 살만칸 영화에는 영 흥미가 안 생기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영화가 왜 인도에서 대박을 쳤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어요.
카쉬미르의 소녀는 인도 뉴델리에 왔다가 엄마를 잃고 미아가 된 6살난 벙어리 소녀 샤히다를 파완이라는 인도 청년이 부모를 찾아주려는 내용이에요.
글도 모르고, 말도 못하는 소녀가 간신히 파키스탄 출신이라는 것까지는 알게 되었지만,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긴장 관계 때문에 파키스탄 행조차도 좌절되지요.
결국 그는 여권도, 비자도 없이 몰래 파키스탄에 밀입국을 하면서 겪는 이야기예요.
사실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의 갈등은 인도 영화에서는 흔히 등장하는 주제이긴 해요.
결론 늘 정치적 갈등을 넘어선 인도적 화해와 휴머니즘으로 끝나고, 이 영화도 사실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정말 바보스러울 정도로 정직한 바즈랑기 신자인 파완과 6살난 소녀 샤히다의 우정과 부모를 찾아가는 여정은 누구라도 때로는 같이 조마조마하고, 누구라도 때로는 미소를 짓게 되는 힘이 있더라고요. 
주연배우인 살만 칸 Salman Khan 과 카리나 카푸르 Kareena Kapoor 도 출연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스타급 배우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6살난 벙어리 소녀를 연기한 아역 배우 하르샬리 말로트라 Harshaali Malhotra 였던 거 같아요.
귀여운 외모에 누구라도 동정심이 일게할만한 슬픈 눈매를 보고 있으면 왠지 나도 모르게 주머니 속의 사탕이라도 꺼내주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더군다나 말을 못하고 표정과 행동으로 연기를 해야하는 건 성인연기자들에게도 그닥 쉬운 일이 아닌데, 2008년생의 어린 아이가 그 연기를 어찌했는지 신기하기도 하고요.
나중에 유투브를 통해서 다른 영상을 보니 정말 따박따박 말도 잘 하던데요.
인도 영화에 비교적 익숙한 저 뿐만 아니라 같이 영화를 본 많은 관객들도 같이 울고 웃고 아쉬워하는 것을 보고 참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GV(게스트 비지트) 라서 '카쉬미르의 소녀'의 감독이신 카비르 칸 감독님도  만나볼 수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예요.

원래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으로, 저는 그의 전작인 '카불 익스프레스'와 '뉴욕'을 봤는데, 그 중에서도 카불 익스프레스를 좋아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여러 번 소개해준 적이 있어요.

그는 5-6년 전에도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에는 그렇게 명성있는 감독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거의 인도영화계를 대표할만한 감독 급이 되어서 오시니 세월이 참 많이 지났구나가 새삼 느껴져써요.

카비르 칸 kabir Khan 감독님께서도 이 영화가 인도에서 역대 2위의 흥행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본 적은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카비르 칸 감독의 사인으로 받으려고 부리나케 달려갔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에 둘러쌓여있어서 근처도 못 갔네요.

이 사진만 간신히 하나 건졌어요.



숙소가 있는 해운대에 돌아왔지만, 왠지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뭔가 너무 허탈했어요,

그렇다고 전날처럼 펍에 앉아서 술 한 잔 하기에는 좀 부담스럽고,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과 매운 새우깡을 사서 바닷가에 퍼질러 앉아서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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