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우즈베키스탄2012.05.20 21:04
 


전날 종일 굶다가 갑자기 기름진 것을 먹어서 그랬는지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몇시간 자지 못했어요.

피곤했지만, 다행히 알람을 맞춰놓아 늦잠을 자지는 않았어요.



창문을 열어 바깥을 보았어요.

날씨는 조금 흐릿했지만, 다행히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았어요.

호텔에서 보는 카르쉬는 그냥 조용하고 한적한 평범한 도시 같았어요.


"체크아웃 하시는 거예요?"


방에서 나오다가 우연히 전날 밤 리셉션을 만났어요


"네."

"그럼 열쇠 저한테 주시고, 아래에서 기다리세요. 곧 여권 드릴게요."


1층으로 내려오자 곧 기사 아저씨가 오셨어요.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 아저씨께서는 바로 출발하자고 재촉했어요.


"아직 여권을 못 받았어요."

"내가 가서 찾아올게! 오타벡!!(리셉션 직원 이름)"


기사아저씨가 2층으로 직원을 찾으러 올라가자 직원이 1분도 채 안 되어서 바로 내려와서 여권을 주었어요.

자동차를 타자 낯선 얼굴의 젊은 남자가 운전석에 앉아있었어요,


"카르쉬 어디 갈까?"

"에스키샤하르 가요."


론니플래닛에는 카르쉬에 관한 정보가 하나도 없어요.

유명한 관광지도 아닐 뿐더러 우리도 이름만 듣고 온 곳이라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어요.

전날 친구가 리셉션한테 카르쉬는 무엇이 유명하냐고 물어보니까 에스키 샤하르가 괜찮다고 했다고 했어요.



에스키샤하르는 과거 모스크 혹은 마드라사(이슬람 학교)였던 건물이 중심이에요.

넓은 정원이 있는 곳은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한켠에는 과거 학생들의 기숙사 역할을 했을 조그만 방들이 모여있는데, 이곳은 현재 공방들과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고요.




여러 공방 중에 우즈베키스탄 전통 악기를 만드는 곳이 있었는데, 장인 아저씨께서 먼곳에서 손님이 왔다며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평소 방송에서 우즈벡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많이 보았어요.

우즈베키스탄은 자국의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인지 툭하면 전통춤이나 전통 악기 공연을 자주 보여주거든요.

보면서 '나도 한 번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음악에는 소질이 없어서 침만 질질 흘리던 참이었어요.



아저씨는 본인이 제작한 악기 하나를 들고 멋지게 한 곡조 뽑아주셨어요.

"나는 악기는 잘 만드는데, 연주는 잘 못해."

괜히 쑥쓰러우신지 웃으셨어요.


박물관 내부.
카르쉬와 관련된 유물들과 지도 및 설명을 전시해놓았어요.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이것.
옛날(아마 테무르 시대)에 입었던 갑옷과 칼인데, 일일히 철로 만들어서 무게가 15kg이 넘는다고 했어요.

입장료는 외국인 기준 1500숨.
기사 아저씨는 자기도 들어왔으면서 '나는 얘들 관광시켜주러 온 거야. 난 안 내도 돼' 하면서 담당자와 쇼부를 보셨어요.
참고로 이 아저씨는 이날 들린 모든 장소에서 이렇게 다녔어요.


박물관에서 나오는 길.

"안녕하세요."

한 우즈벡인이 한국말로 인사를 했어요.
아저씨가 전날 운전하다가 자기 아는 형이 한국에서 오랫동안 일했다고 전화통화를 시켜줬어요.
그 사람이래요.
전화통화에서는 부산사투리를 구사했는데, 실제 만나보니 매우 깔끔한 서울말을 썼어요.

"한국어 매우 잘하시네요."
"부산에서 5년간 일했어요. 카르쉬 어때요? 관광 잘 했어요?"
"매우 좋은데, 타슈켄트보다 훨씬 덥네요." 
"다음에 시간 있을 때 한 번 또 놀러오세요. 그 때는 우리 집에 손님초대 할게요."

시간이 있었으면 얘기를 더 했겠지만, 일정이 급해서 인사를 하고 헤어졌어요.

"저 사람 한국말 잘해?"

셋이서 한국말로 이야기하니까, 기사 아저씨가 뭔 내용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진짜 잘하는건지 의심스러운지 슬쩍 물어봤어요.

"아주 잘하시던데요. 사투리 안 써요."


아까 봤던 건물 옆 모습.



읭? 저건 뭐지?
바로 옆에 저런 희한한 돌무덤 같은 게 있었어요.


안에 들어가니 아무 것도 없고, 가운데 돌덩이 같은 건만 놓여져있었어요.


"지금은 왜 저렇게 돌을 쌓아놨는지 모르는데, 옛날에는 여기가 물 나오는 장소였어. 봐, 이게 물 끌어오던 수도관이야."


그냥 썩은 나무 같은데요;;;;
아저씨가 그 장소 이름을 얘기해줬는데 까먹었네요.


바로 건너편에는 큰 바자르가 있었어요.

오늘은 일요일, 모두 모여 바자르로 장보러 가는 날.

하지만 우리는 그냥 패스했어요.

시간이 아침 9시 밖에 안 되서 아직 시장도 제대로 열리지 않았을텐데다가 어차피 시장이란게 그게 그거거든요.


우리는 곧바로 다음 목적지인 샤흐리사브즈로 출발했어요.

카르쉬는 남쪽에 위치해서 그런지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꽤나 더운 지역에 속한다는데 정말 그랬어요.

아침 9시 온도와 햇살이 타슈켄트 정오보다 훨씬 덥고 뜨거웠어요.


"여기 정말 덥네요. 지금 온도가 몇 도쯤 돼요?"

"30도? 35도? 보통 기온이야. 아마 테르미즈는 지금 40도쯤 할걸? 샤흐리사브즈는 산 위라서 여기보다 더 시원하니까 걱정마."



하지만 길은 이모양.



Posted by 히티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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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에겐 굉장히 생소한 나라인데... 사진 정말로 잘 보고 갑니다.
    우즈벡하면 예전에 K리그에서 뛰던 선수들 밖에 몰랐는데...

    2012.10.03 23: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K리그에서 뛰던 우즈벡 선수들이 있는지 몰랐네요.
      많은 사람들이 우즈베키스탄을 매우 낯설고 먼 나라로 생각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그렇지도 않답니다.
      길에는 마티즈와 다마스가 돌아다니고,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지인이나 친척이 일하고 있는 사람도 많고요.

      2012.10.05 01:3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