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 여행/2016 쿠알라룸푸르 [完]

[말레이시아] 06. 1/19 바투동굴

by 히티틀러 2016. 3. 14.
728x90
반응형

잠을 설쳤다



침대옆 테이블 위에 놓여진 스피커폰이 새벽내내 울려댔다.

조금 잠잠해서 잠이 들만하면 다시 울리고, 또 꺼놓으면 다시 울리고...

결국에 참다 못해서 친구가 리셉션에 내려갔다.

새벽 3시에 매니저를 비롯한 엔지니어들이 우루루 몰려와서 전화기를 이리저리 눌러보고 뜯어보고 하더니만, 결국 원인을 모르겠다며 새 전화기로 교체해주었다.

역시 좋은 호텔이라 새벽에도 고객들의 컴플레인을 바로 처리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좋았지만, 그래도 잠을 설친 건 어쩔 수 없었다.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어나니 오전 9시가 넘었다.



필렛오피쉬 맥모닝


아침을 먹기 위해 다시 맥도날드에 왔다.

친구는 전날 먹었던 부부르 아얌 (닭죽)을 먹고, 나는 한국에는 없는 새로운 메뉴인 필렛오피쉬 Fillet-o-fish 맥모닝을 주문했다.



번에 생선까스와 타르타르 소스, 치즈 한 장이 들어있다.

생선살이 영 퍽퍽해서 별 맛은 없었다.

그냥 닭죽을 먹는 게 나을 뻔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행운버거를 파네!


맥도날드에서는 매년 1월에 행운버거를 한정판매하고 있어요.


참고 : 맥도날드 신제품 '행운버거 골드' 후기

       맥도날드 신제품 '행운버거 레드' 후기


우리나라에서만 판매한다고 생각했는데, 말레이시아에서도 판매하니 왠지 반갑게 느껴졌다.

이 먼나라까지 와서 이런 걸 신경쓰는 사람은 나 밖에 없을 거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LRT 암팡파크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다.

말레이시아는 우리나라와 방향이 반대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른쪽에 사람이 서고 왼쪽을 비워두지만, 말레이시아는 일본처럼 왼쪽에 사람이 서고 오른쪽을 비워두는게 영 헷갈린다.

그래도 이런 에스컬레이터는 뒷사람이 뭐라고 하면 자리를 비켜주면 그만이지만, 길을 건널 때도 습관적으로 반대차선을 봐서 위험천만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



이틀동안 친구의 지인이 차로 데려다줘서 지하철을 타는 건 처음이다.

기계에서 토큰을 사야했는데, 영어로도 지원되기 때문에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LRT 지하철은 한 면이 유리창으로 되어있었다.

지하에서는 어두컴컴하니 좀 무서웠는데, 밖으로 나오니 시야가 뻥 트여서 오히려 좋았다



KL 센트럴 KL Sentral 역에 도착했다.

바투동굴에 가려면 여기에서 KL 커뮤터 KL Kommuter 라인으로 갈아타야한다.



KL 커뮤터는 통근 기차의 개념이라 아까와는 달리 창구에서 표를 따로 사야한다.



표를 산 후, KL Kommuter 라고 쓰여있는 게이트를 통과하면 기차를 탈 수 있다.

표를 어디에 넣어야하는지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직원이 그냥 통과하라고 했다.

따로 표를 태그하거나 어디에 넣는 시스템은 아닌 듯 했다.



가이드북에는 KL 센트럴에서 바투동굴까지 편도 2링깃이라고 했는데, 그 사이에 2.6링깃으로 올랐다.

표에 쓰여진 시간을 보고 기차를 놓친 줄 알고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표를 구입한 시간이었다.



기차 출발시간은 플랫폼에 있는 모니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tren 은 기차, ke 는 ~로 라는 뜻이나, 바투동굴로 향하는 기차 라는 뜻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기차는 kereta api 라고 했는데,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어보다도 훨씬 영어를 많이 사용해서 외국인 입장에서는 편했다.

게다가 표기 자체도 알파벳이 소리와 1:1로 연결이 되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영어로 이런식으로 표기를 한다면 스펠링을 외우는 번거로움은 없어질텐데.



기차에 올라탔다.

좌석이 따로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 일단 보이는 자리에 앉았는데, 앉고 나니 역주행하는 좌석이었다. 



30여분 만에 기차의 종착역인 바투동굴에 도착했다.

역에서 바로 보이기 때문에 금방 찾아갈 수 있다.



입구에는 원숭이 신인 하누만이 서있다.

힌두교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인도영화를 하도 많이 봐서 낯이 익다 싶었다.



눈 앞에 커다란 무르간 신의 황금동상과 석회동굴이 있는 암벽이 펼쳐졌다.

사진으로만 봤던 바투동굴의 바로 그 모습이었다.


바투동굴에는 무르간 신에 관련된 전설이 하나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인도네 스리 마하마리암만이라는 신이 있었는데, 그녀에게는 카나바다와 무르간이라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의 주변을 세 바퀴 돌고 오는 사람에게 자신의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둘째아들인 무르간은 지구를 세 바퀴 돌고왔지만, 첫째아들 카나바다는 그녀의 주위를 세바퀴 돌고는 '세상에서 어머니가 제일 중요하다' 라고 대답했다.

스리 마하마리암만은 그 말에 감동해서 첫째아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고, 이에 화가 난 둘째 아들 무르간은 동굴로 들어가버렸는데, 그 동굴이 바로 바투동굴이라고 한다.

후에 어머니는 후회를 하며 무르간에게 만나달라고 사정했지만 만나주지 않았고, 대신 1년에 한 번 나와 어머니를 만나주었다고 하는데 이 날이 바로 타이푸삼 축제의 기원이라고 한다.

바투동굴은 힌두교의 성지 중 하나라 타이푸삼 축제가 열리는 1월에는 특히나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타이푸삼 축제가 이미 끝난지 며칠이 지난 후였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좀 더 일찍 말레이시아 여행을 떠날걸 하는 후회가 되었다.


동굴로 올라가는 계단은 총 272개인데,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지을 수 있는 272개의 죄를 고해하면서 걷는다는 힌두교의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계단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왼쪽부터 과거, 현재, 미래라고 한다.

그래서 올라갈 때는 과거의 죄를 고해하고 반성하면서 과거의 계단으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미래에 자신이 짓게 될 죄를 미리 용서받기 위해서 미래의 계단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272개의 계단이 많다고하면 많은 거겠지만, 경사가 높고 계단이 좁아서 올라가기 더 힘들었다.

위에서 누가 발이라도 헛디뎌서 미끄러지면 밑에 올라가던 사람들까지 전부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았다.

원숭이도 피해야한다.





입구에서부터 원숭이신인 하누만이 서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원숭이들이 제집처럼 돌아다닌다.

신도들이 뿌자(기도)를 위해 가져온 코코넛을 먹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어떤 경우에는 관광객들의 카메라나 먹을것을 뺏기도 해서 주의해야한다고 한다.

실제 입구에도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바투동굴 입구에 거의 다 올라가니 쿠알라룸푸르 시내가 보였다.

13km 거리라고 하니 그렇게 먼 곳은 아니었다.

나중에 쿠알라룸푸르 사람들에게 '나 바투동굴 다녀왔다.' 라고 말하면 오히려 현지인들은 잘 가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 가까워서 언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안 가게 된다나.

원래 집 근처에 유명한 데는 잘 안 가게 되는 법이다.



다크 케이브


바투동굴은 동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동굴로 구성되어 있다.

메인 동굴 말고 왼쪽으로 빠지면 다크 케이브 Dark Cave 는 이름 그대로 어두컴컴한 동굴이다.

조명시설이 되어있지 않아서 헤드랜턴을 하고 가이드를 따라서 들어가야한다

시간 여유도 없고, 투어팀이 바로 전에 출발했던 터라 기다려야할 거 같아서 그냥 발길을 돌렸다.



바투동굴 입구.



입구는 좁지만, 안에 들어가면 커다란 동굴이 펼쳐진다.

종유석은 마치 커튼처럼 드리워져있다.

베트남 여행을 할 때도 '흐엉사원' 을 다녀왔던 생각이 났다.

흐엉 사원은 산꼭대기에 있는 석회암 동굴인 '흐엉띡 사원' 에 불단을 만들어서 사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인데,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영험해서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종교는 다르지만,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장소에 오면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종교적인 믿음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거 같다.



동굴의 천장은 뚫려있어서 자연 채광을 제공하고 있다.

마치 레이저나 서치 라이트 같은 느낌이다.




바투동굴 곳곳에는 힌두교와 관련된 신상들이 놓여져있고, 사원도 위치하고 있다.

인도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사제들을 보니 인도영화가 눈 앞에서 펼쳐지는 기분이었다.

신상마다 의미나 관련된 전설들이 있을 텐데, 힌두교에 대해 워낙 문외한이다보니 좀 아쉬웠다.



동굴 내에는 뜬금없이 닭도 돌아다니고 있다.

내가 '교촌'과 '네네'라고 이름도 붙여주었다.



안쪽에는 작은 동굴이 하나 더 있다.

천장의 구멍 사이로 내리쬐는 햇살이 따스하게 느껴졌다.

안개가 낀 날에 영화 촬영하면 근사한 분위기가 날 거 같다.



신상 옆에 올라간 아저씨.

무슨 보수공사를 하러 올라간 거 같은데, 왠지 멋져보여서 나도 올라가고 싶었다.



미래에 지을 죄를 미리 용서받으려 미래의 계단으로 내려갔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해서 한 계단씩 조심조심 밟고 내려왔다.

계단을 한참 내려가고 있는데 뒤에서 우당탕탕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서 보니, 기도를 할 때 쓰는 양은그릇 같은 걸 떨어뜨려서 계속 굴러내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히 난 보고 바로 피했지만, 모르는 사람이 실수로 밟거나 다리에 맞아서 중심을 잃으면 정말 큰일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원숭이들은 저마다 하나의 물건을 득템하였다.

저 코코넛을 든 원숭이는 속의 과육을 다 먹고 나면 껍질을 그냥 계단으로 던져버린다.

그래서 계단에는 온갖 쓰레기가 나뒹군다.



쿠알라룸푸르로 돌아기가 위해 역으로 돌아왔다.

원래 계획은 헤나도 하고, 뱅글(인도식 팔찌)도 하나 사려고 했는데, 막상 구경하고 나오니 대부분 문을 닫거나 장사를 마감하고 있어서 결국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사원에서도 그렇지만, 머리에 노란 빛이 도는 반죽을 바른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인도에 대해서 잘 아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강황가루를 개어서 바른 거라고 한다.
힌두교에서 몸을 정화한다는 의미로 종교 의식에서 많이 쓴다나?
머리에서 카레 냄새가 솔솔 나서 왠지 밤마다 배고플 거 같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아래의 를 눌러주세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