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사우디 아라비아 출신 유학생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내용인 즉, 홍대에 사우디아라비아 음식점이 생겼다는 것.

사우디아라비아 사람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이전에 이곳에 관한 블로그 포스팅을 한 번 본 적이 있지만, 긴가민가했어요.

한국에 아랍음식은 이태원 쪽이 아니고는 접하기 어려운 음식이에요.

그나마 알려진 음식이라고 해봐야 훔무스나 팔라펠 정도?

더군다나 통상적으로 '아랍'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역사와 문화, 언어가 다른 20여개의 국가로 구성되어 있어요. 

'아랍음식점' 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 음식점' 이라고 꼭 집어 말한 근거를 그 글에서는 알 수가 없었어요.

게다가 제가 그 지역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 사람이 직접 운영하고, 현지인이 추천하는 곳이라면 믿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친구와 바로 약속을 잡고, 다녀왔습니다.

알고보니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제 친구의 친구라고 하더라고요.



올인어컵


올인어컵 All in a Cup 은 홍대 커피프린스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요.

홍대입구역 6번출구나 8번출구에서 걸어가면 약 10분 정도 걸려요. 

이제 오픈한지 3달 정도 되는 가게라고 하네요.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검은색으로 꾸며져 있는데, 화려한 샹들리에와 통유리 덕분에 답답해보이지 않고 오히려 고풍스러운 느낌까지 들어요.

사우디 여인들이 걸치는 아바야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테이블이 5-6개 정도 되는 작은 가게예요.




메뉴가 아이패드로 되어있어서 사우디 스타일 음식과 커피/차 메뉴만 찍었어요.

아랍식 커피를 메인으로 하는 카페에 깝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가정식 메뉴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어요.

다른 아랍 음식점에 비해서 가격도 괜찮은 편이고요.



아랍식커피


터키식 커피를 끓이는 도구 중 하나인 이브릭 Ibrik 을 닮은 주전자가 나왔어요.

아래에는 식지 않도록 장미꽃으로 장식된 고체연료가 같이 나와요.

음식을 주문했는데, 주문 즉시 오븐에서 만들어져 나오기 때문에 30분 정도 걸린다고 해서 기다리는 동안 마시려고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반드시 왼손에는 주전자를, 오른손에는 잔을 쥐고 커피를 따른다고 해요.



마시기 전에는 '터키식 커피와 비슷하겠지' 라고 지제짐작했어요.

그런데 정말 완전히 달라요.

나 커피야!!! 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터키식 커피와는 달리 색도 연하고, 맛이나 향도 훨씬 연해요.

그리고 카르다몸 같은 향신료 향이 나요.

마치 맛살라 차이를 마시는 느낌마저도 들어요.

원래 사우디 스타일 아랍커피는 커피에 카르마몸, 정향(클로브), 생강, 사프란 등이 들어간다고 해요.

먼저 주전자에 물을 넣고 끓인 다음에 커피가루를 넣고 다시 끓여요.

이 때 절대로 끓어서 넘치면 안 된되기 때문에, 예전에는 숯 위에 올려놓고 뭉근한 열로 끓였다고 하네요.

그렇고 커피를 끓이고 난 후에는 생강, 정향, 카르다몸 등을 넣어서 그 열에 맛과 향을 우려내서 마신다고 하네요.

이나라 저나라 다니면서 커피를 꽤 많이 마셨는데, 향신료 향이 물씬 올라오는 커피는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커피 특유의 쌉사름한 맛에 향신료의 향이 어루러진 커피의 맛은 그야말로 이국적이었어요.



커피 자체에 단맛이 없기 때문에 같이 먹을 수 있는 달콤한 대추야자를 같이 제공해요.

원래 아랍지역에서는 할와나 바클라바 같은 달콤한 디저트를 곁들여먹는 경우가 많거든요.

아랍식 차나 커피는 달달하게 먹어야 제맛인 거 같아요.



음식이 나오기 전에 샐러드가 나왔어요.

오이와 토마토에 소금이 약간 뿌려진 것으로, 터키, 그리스, 중앙아시아 등지에서도 널리 먹는 샐러드예요.

특히 토마토가 맛있는 요맘 때가 제일 맛있어요.

만들기 간단하고 맛이 깔끔해서 기름기 많은 그쪽 지역 음식과 정말 잘 어울려요.



애이쉬 아부 라함 


애이쉬 아부 라함 Aish Abu Laham عيش ابو اللحم 은 야채조각 등을 넣고 양념한 소고기가 들어간 빵이에요.

아랍어로 애이쉬 Aish 는 아랍식 빵, 라함은 고기라는 뜻이거든요.

주로 사우디아라비아 서부 지역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라고 해요.

오븐에서 갓 구워나온 폭신한 빵과 고기의 조합이 상당히 재미있어요.

양념한 쇠고기가 마치 만두소 같은 느낌이라서 만두피가 아닌 빵에 만두소를 넣고 먹는 느낌이 들어요.

주인분 말씀으로는 한국인들도 꽤 좋아하는 메뉴라고 해요.

하지만 커민 같은 향신료가 들어가서 꽤 향이 나는 편이에요.

저는 여행도 많이 하고, 외국음식도 많이 먹어봤던 터라 괜찮지만,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에 거부감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고기 부분을 좀 적게 드시는 게 좋을 거예요.



실릭


실릭 Sliq سليق 은 우유를 넣어서 지은 밥에 구운 닭고기를 얹은 음식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표적인 전통음식 중 하나라고 해요.

원래 있는 메뉴는 아닌데, 친구와 서로 아랍어로 막 얘기를 하더니 음식이 나왔어요.

실릭은 우유가 들어가서 그런지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워요.

쌀알갱이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느낌이에요.

닭고기랑 같이 먹으면 든든하고, 제일 처음에 나온 샐러드랑 같이 먹으면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아요.

애이쉬 아부 라함을 찍어먹어도 맛있더라고요.

꽤 든든하고 칼로리가 있어서 아침식사로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현지에서는 점심이나 저녁으로 먹는다고 해요. 점심이나 저녁으로 먹는다고 해요.



아라빅 티 위드 민트


아라빅 티 위드 민트 Arabic Tea with Mint 는 홍차인데 민트가 들어있어요.

특히, 모로코 쪽에서는 설탕을 듬뿍 넣은 달콤한 민트티를 많이 마시는데, 이 민트티를 가리켜 모로칸티 Moroccan Tea 라고도 해요.



설탕통도 굉장히 예뻐요.

마음껏 넣을 수 있도록 설탕도 넉넉하게 담아줘요.



진한 홍차맛이 나면서도 싸한 민트향이 혀를 맴돌아요.

처음엔 설탕을 조금만 넣었더니 제 맛이 안 나는 거 같아서 듬뿍 두 스푼을 넣었더니 달달해서 좋더라고요.

홍차에 민트가 들어가니 묘하게 끌리는 맛이에요. 

저도 다음 번에는 민트티와 홍차를 같이 우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그 점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무난한 맛이었어요.

아랍식 커피의 향신료가 좀 부담스러운 분들이라면 아라빅 티도 괜찮은 선택일 거 같아요.

보통 티팟에 든 차는 다 마시고 난 후, 뜨거운 물을 넣어서 더 우려마시곤 하잖아요.

그런데 여기에서는 '물을 더 넣으면 차맛이 변한다' 라면서 말리는데 약간의 문화차이를 느꼈어요.

우리나라 차는 보통 2-3번 정도는 우려마시거든요.

첫번째 우린 차는 맛이 연하니 두번째 우린 차와 섞어마시라고 하기도 하고, 아예 첫번째 우린 물은 '차를 씻는다' 라면서 버리는 경우도 있어서요.

거의 마지막 잔은 굉장히 진하게 우려져서 멋모르고 설탕을 왕창 넣었더니, 굉장히 짙고 달콤한 차를 마셨네요.







현지인 친구와 함께해서인지 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사우디 아라비아 음식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데, 너무 맛있어서 그릇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네요.

아랍음식을 몇 번 먹어봤던 터라 기본적인 건 그래도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음식을 세계는 넓고도 다양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친구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전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도 먹어보니 제 견문이 한걸음 더 나아간 느낌이었어요.

가게도 새로 오픈한 곳이라서 깨끗하고, 오픈주방이라서 위생도 안심할 수 있어요.

굳이 음식을 주문하지 않더라도 아라빅 커피나 아라빅 티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괜찮은 곳이에요.

아메리카노나 라떼처럼 일반적인 카페 음료도 있고요.

한가지 주의할 점은, 음식은 주문하면 그 때부터 조리를 시작하기 때문에 30분 정도 걸려요.

그 사이에 간단한 음료를 먼저 주문해서 마시면서 기다리시는 게 좋아요.

아직 못 먹어본 메뉴가 있던 터라 그걸 먹기 위해서라도 다음에도 또 가고 싶네요.

아랍지역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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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