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음식점인 카사블랑카는 이전부터 꼭 기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이에요.
서울에도 모로코 음식점이 있지만, 왠지 끌리지 않았어요.
가격도 비싼 편이고, 편견일지 모르겠지만 정통 모로코 음식이라기보다는 컨셉만 많이 따온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여기는 모로코 가족이 직접 살면서 운영을 하는 곳이라고 해서 기대가 많이 되었어요.
부산국제영화제를 보러 부산에 내려간 김에 친구와 약속을 잡아서 다녀왔습니다.
카사블랑카
모로코 음식점 카사블랑카는 부산 1호선 두실역에거 가까워요.
8번 출구로 나와서 직진하다가 SK 주유소에서 우회전해서 가다보면 금방 보여요.
이전에 포스팅했던 부산 이슬람사원 (모스크)와 바로 붙어있어요.
참고 : 부산 다문화 여행지 - 부산 이슬람 모스크 (금정구 남산동)
딱 봐도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곳인데, 대문 안을 들어서면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되요.
우리나라에서 하던 습관대로 신발을 벗고 들어갔더니 일하시는 분께서 놀라시더라고요.
그냥 신발 신고 들어가도 됩니다.
실내에는 모로코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아기자기한 장식품들도 전시되어 있어요.
가게 안에 코란 암송 같은 것도 은은하게 울려퍼져서 정말 중동 느낌이 물씬 났어요.
카사블랑카 메뉴.
애피타이저나 디저트류는 5천원 이내, 메인 요리 같은 경우는 1만원대 초반 이내로, 외국 음식점 치고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에요.
위치가 모스크 근처인만큼 다양한 무슬림들이 찾는지, 모로코 요리가 아닌 음식들도 있어요.
듬라마나 쇼르반, 라그만 등은 중앙아시아 음식이고, 할랄 라면도 판매하고 있어서 좀 신기했어요.
일하시는 분은 한국어를 조금 알아들으세요.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영어로 하긴 했지만, 메뉴판이 한국어로 되어 있어서 영어를 잘 못하시는 분도 주문하기 어렵지 않아요.
먼저 차와 웰컴 푸드가 나왔어요.
모로코를 비롯한 튀니지,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 지역은 민트티를 많이 마셔요.
설탕을 듬뿍 넣어 달콤한 민트티를 아예 '모로칸 티 Moroccan Tea' 혹은 '모로칸 민트티 Moroccan Mint Tea' 라고 할 정도예요.
여기는 민트티는 아니고 홍차인 거 같긴 한데, 약간의 향신료 향이 느껴졌어요.
인도에서 지내다온 친구는 인도차랑 비슷한 거 같가도고 하더라고요.
웰컴 푸드로는 커민이 들어있는 쿠키와 전 비슷한 게 나왔어요.
음식이 나올 때부터 '김치컨 같아보이는데?'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맛도 상당히 비슷해요.
김치의 시큼한 맛은 덜하고, 좀 더 매콤한 맛이 가미된 김치전 같았어요.
4종류의 메제(식사 전에 먹는 간단한 애피타이저)와 사프란밥, 빵이 나왔어요.
메제는 흔히 볼 수 있는 피클 종류도 있고, 생채소로 만든 상큼한 샐러드와 각종 야채를 푹 익혀서 만든 샐러드, 토마토 소스 등이 나왔어요.
노란색이 도는 밥은 사프란 밥이에요.
약간의 향만 좀 나고, 끈기없이 살짝 푸실거리는 느낌이 있지만, 일반 밥과 큰 차이가 없어요.
빵도 약간 질깃하면서도 폭신한게 그냥 먹어도 맛있어요.
제일 좋은 건 이게 전부 무료라는 점이에요.
메제 정도는 그렇다고 해도, 빵이나 밥까지도 전부 그냥 제공된다는 게 정말 의외였어요.
이 정도는 2-3천원 정도 받고 팔아도 될 정도였는데요.
양고기 카레 타진
타진은 쇠고기, 양고기, 닭고기, 생선 등을 주재료로 향신료와 채소를 넣어 만든 모로코식 스튜예요.
모로코 뿐만 아니라 인근의 튀니지나 리비아, 그리고 이 지역을 식민통치했던 프랑스까지 널리 알려져있어요.
왠지 중동음식하면 양고기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지라 쇠고기, 양고기, 치킨, 생선 중에서 양고기를 선택했어요.
맛은 고추가 들어가서 매콤한 인도커리랑 비슷해요.
양고기는 굉장히 덩이리가 큼직한데도 굉장히 부드럽고 냄새도 안 나요.
포크만 대도 결이 좍좍 찢어질 정도로 부드럽고, 비계도 질기지 않고 말캉말캉하게 입 안에서 녹아없어져요.
제 입맛에는 살짝 매운 편이었는데도 그 얼얼한 맛에 끌려 계속 먹게 되는 매력이 있어요.
먼저 나온 빵에 양고기 조각을 싸서 커리소스를 푹푹 찍어먹으면 정말 '이게 중동의 맛이구나' 싶어요.
소스에 사프란밥을 삭삭 비벼먹어도 맛있고요.
원래 타진을 만들 때에는 납작한 바닥과 원뿔 모양으로 된 이런 모양의 흙그릇을 이용해서 만들어요.
이 전통 그릇의 이름도 타진이거든요.
원뿔 모양의 뚜껑은 열을 잘 가둘 뿐만 아니라 수분의 증발을 막아주기 때문에 적은 수분으로도 요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해요.
따라서 날씨가 건조하며 물이 부족한 모로코 지역의 기후에 매우 적합한 조리리구라고 하네요.
요즘에는 이 그릇 대신에 오븐이나 압력솥 등을 이용해서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이 음식점에서도 압력솥에다 만들어준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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