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이라크 음식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지난 5월, 시청광장에서 열린 지구촌 나눔 한마당이라는 축제 때였어요.

세계음식전이라고 각국 음식을 판매하는 부스가 있었는데, 그 때 이라크 음식점에서도 부스를 빌려서 음식을 팔았거든요. 



참고 : 2016 지구촌 나눔 한마당



당시 음식점 전단지를 받아왔지만, 그동안 갈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음식점이 인천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동시간 자체도 만만치 않는데, 그나마도 지하철이 다니는 지역이 아니라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또 들어가야했거든요.

아무리 외국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걸 좋아하는 저라도 그렇게까지 산넘고 물건너 갈 엄두는 쉽게 나지 않아서 계속 미루고만 있던 참이었어요.



인천 2호선 개통!



이번에 이라크 음식점에 다녀오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다름 아닌 인천 2호선 개통이었어요.

기존에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힘들었다던 인천 서구 쪽에 지하철이 들어가면서 이라크 음식점 근처에도 지하철역이 생겨서 훨씬 가기 편해졌거든요.



바그다드 레스토랑


바그다드 레스토랑은 인천 2호선 석남역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있어요.

석남역 2번 출구로 나와서 부엌가구 만드는 공장에서 우회전해서 죽 직진해서 사거리에서 조금 더 가면 길 건너편에 보여요.

간판에는 터키 케밥&아라빅 음식이라고 쓰여져 있지만, '바그다드' 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라크 음식이 메인이에요.



가게는 꽤 넓은 편이에요.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어서 '오늘 영업 안 하나' 싶었는데, 한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레스토랑을 빌린 듯이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가게 곳곳에는 이라크에서 직접 공수한 듯한 아랍 풍의 물건들이 장식되어 있어요.

갔을 때가 마침 기도 시간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잔이 가게에 울려퍼지는게 정말 아랍에 온 느낌이었어요.

여기 사장님은 이라크 출신이시고, 요리하시는 분은 요르단 출신이라고 해요.






바그다드 레스토랑 메뉴.

아랍 전 지역에서 많이 먹는 애피타이저 류와 케밥, 비리야니 등이 있고, 술은 판매하지 않아요.

한국어를 간단한 거 밖에 못 하셔서, 주문하실 때는 메뉴판 보여주시면서 영어로 하시는 게 좋아요.

사장님의 초등학생 아들이 나와있기도 하는데, 그 때는 그 아이랑 얘기하세요.

한국에서 학교를 다녀서 한국어를 잘합니다.



렌틸 수프


터키에서 지낼 때부터 '메르지멕 초르바 Mercimek çorbası'라고 부르는 렌틸콩 스프를 정말 좋아했어요.

제가 좋아하던 터키 스타일의 렌틸콩 스프하고는 좀 달랐어요.

터키에서는 보통 붉은색의 렌틸콩으로 스프를 만드는데, 녹색 렌틸콩을 사용해요.

점도도 훨씬 묽은 편이고, 레몬즙을 첨가했는지 살짝 새콤한 맛도 있어요.

약간 신맛이 가미된 콩죽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가 기대했던 맛은 아니지만, 담백하니 나름의 매력이 있더라고요.

다른 음식을 먹으면서 한두 숟가락씩 떠먹으니 국물이 있는게 좋았어요.

갈수록 입맛이 국물 없으면 밥이 안 넘어가는 한국 특유의 식습관으로 바뀌어가는 거 같아요.



치킨 비리야니


흔히 '비리야니 biryani' 라고 하면 인도식 볶음밥으로 많이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원류를 따져보면 오히려 아랍이나 페르시아 지역에서 유래된 음식이라고 해요.

이 음식이 14세기 중앙아시아의 티무르 군대가 북인도를 점령할 때 전파되어서 무굴 제국 시대에 인도 전지역으로 널리 퍼진거라고 해요.

인도 비리야니만큼 전세계적으로 유명하진 않지만, 아랍이나 페르시아, 중앙아시아까지 비슷한 음식을 널리 먹어요,

치킨 비리야니는 지난 지구촌 나눔한마당에서 제가 먹었던 음식이었는데, 맛있어서 주문했어요.



그때보다 맛있어!



바스마티 쌀로 만든 밥에 당근, 감자튀김, 완두콩, 닭고기까지 푸짐하게 들어있어요.

끈적임없이 포슬포슬한 쌀이 입안에서 장난치듯 굴러다녀요.

치킨은 통살을 뚝뚝 잘라서 샤슬릭(꼬치구이 케밥)을 한 거 같은 큰 덩어리째로 들어있어요,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느끼하지 않다는 점.

이 음식을 하는데, 분명 기름이 꽤 많이 들어갔을 거예요.

중간중간 쌀을 기름에 튀기듯이 만들어서 파삭거리는 게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하나도 느끼하지 않고, 간이 강하지 않아서 굉장히 담백하게 느껴져요

보통 중동음식은 짭짤하고 기름기가 많아서 음료로 콜라를 주문했는데, 식사를 마칠 때까지 1/3캔 정도 밖에 마시지 않았어요.



믹스 그릴


믹스 그릴 케밥은 1인분, 2인분, 4인분, 이렇게 4종류가 있는데, 이건 1인분이에요.

다진 양고기 케밥, 다진 닭고기 케밥, 치킨티카 케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다진 닭고기는 중동 지역 특유의 향신료 맛이 없이 담백해요.

치킨 티카 케밥은 살짝 매콤한 맛이 있는데, 인도 식당에서 먹는 치킨 티카와 비슷해요.

오히려 뼈가 없고, 한 입 크기라서 딱 먹기 좋아요.

다진 양고기 케밥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거예요.

저처럼 중동지역 향신료에 익숙한 편이고 양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맛있게 먹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께는 특유의 향이 굉장히 강하게 느껴지거든요.



같이 나온 소스를 찍어먹을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다진 마늘, 향채 등이 들어간 요거트 소스로, 그리스와 터키에서 많이 먹는 차지키 tzatziki 소스랑 비슷한데, 아랍어로는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 소스를 곁들이면 아무리 향이 강하고 기름기 많은 양고기 꼬치라도 느끼함이 싹 사라지고 뒷맛이 깔끔해요.









바그다드 레스토랑을 오기 위해서 몇 번이나 갈아타면서 1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온게 아깝지 않았어요.

이라크에 가본 적이 없어서 현지맛이 난다고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태원에 있는 왠만한 중동 음식점보다 음식맛은 훨씬 나으면서, 가격은 저렴해요.

중동지역 음식이라면 '기름기 많고 냄새난다'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만한 곳이예요.



위치가 아쉽다



이 근처는 아파트나 빌라들이 모여있는 주택가예요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은 상권인데, 이라크 음식은 가족끼리 먹으러 올만큼 익숙한 음식이 아니니 손님이 많을 수가 없는 구조예요.

맥주라도 팔면 케밥을 안주로 술 한잔 하는 독특한 호프집이라도 될텐데, 아예 술은 판매하지도 않고요.

멀지 않은 곳에 공단이 있다고는 해도, 아랍인 노동자나 바이어들이 동남아 수준으로 많은 건 아니니 그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요.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수준급인 곳이라 너무 아쉬운 마음이 컸어요.

요즘에는 연남이나 상수, 합정 인근 지역에 권리금 없는 가정집 같은 곳을 개조해서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외국 음식점들이 상당히 많아요.

임대료가 차이날 수는 있겠지만, 서울 쪽에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상권에서 좀 떨어진 곳에 레스토랑을 운영하면 분명히 맛집으로 충분히 유명세를 끌 수 있는 곳인데요.

그래도 근처에 지하철역이 개통한 게 다행이에요.

후식으로 아랍식 커피를 마시고 싶었는데, 다 떨어져서 마실 수가 없었어요.

다른 음식도 맛보러 또 다녀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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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