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먼딩에 먹을 건 넘치는데, 메뉴 선정이 고민이었다.

숙소에서 준 시먼딩 지도에 맛집들이 표기되어 있어 살펴보는데, 바로 근처에 곱창국수로 유명한 아종면선이 있었다.

난 한국에서도 대만 곱창국수를 좋아해서, 대림 쪽에 몇 번 먹으러 간 적이 있다.

대만 현지에서 먹어보고 싶었지만, 부모님 입맛에 안 맞을 거 같아서 '먹어볼 기회가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먹자



근처에 타이베이의 유명한 맛집이 있으니 거기에서 점심 먹고, 후식으로 망고빙수를 먹자는 말로 꼬드겨서 식사를 하러 나갔다.



아종면선


숙소에서 가깝기도 했거니와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쉽게 찾았다.

부모님은 매우 충격을 받으셨다.

별 거 없는 조그만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까지 서가면서 먹는 것도 그렇지만, 목욕탕 의자도 없이 그 근처에서 적당히 서서 먹는다는 데에 놀라신 듯 했다.

메뉴는 곱창국수 딱 하나.

주문할 때는 개수와 대/소 두 개만 얘기하면 된다.

입맛에 맞을지 여부를 몰라서 작은 걸로 맛만 보기로 했다.



곱창국수 小


한국인들 중 샹차이(香菜, 고수) 를 못 먹는다는 걸 알고 있는 터라 처음부터 고수를 빼고 줬다.

부모님은 그냥 드리고, 나는 따로 고수를 달라고 해서 받아왔다.

맛은 한국에서 먹었던 것과 크게 다른 거 같지 않았다.

다만 약간의 시큼한 맛이 있고, 면이 좀 더 부들부들했으며, 곱창이 더 큼직했다.

부모님도 그렇게까지 거부반응이 없으셨다.

좋아하시는 않아도 매콤한 칠리소스를 넣으니 그럭저럭 드셔서 다행이었다. 

일부러 티를 안 내신건지....

나야 원래 좋아하는 거라 금방 한 그릇 비웠다.

한 그릇 더 먹고 싶었지만, 눈치가 보여 후다닥 자리를 떴다.

하지만 예상보다 충격을 많이 받으셨나보다.

여행 끝날 때까지 여기 얘기를 하시더라.



망고 빙수를 먹으러 가면서 손질한 망고도 사먹었다.

겨울이라서 생과일을 보기 힘들 줄 알았는데.

가격은 100TWD, 사실 우리나라에서 망고 사먹는 것보다 비싸긴 했다.

하지만 비행기 타고 대만까지 와서 몇 천원을 아끼고 싶진 않았다.

어차피 환전하는 순간 내 돈이 아닌 것을.

나는 망고 갈비를 열심히 뜯었다.



삼형매 빙수


삼형제 빙수라고 유명한 망고빙수집, 삼형매 빙수를 찾았다.

시먼딩이라는 위치에 유명세까지 더해지니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앉아서 먹을 곳도 찾기 쉽지 않다.

주문을 하자마자 후다닥 빈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주문한 빙수는 망고 눈꽃빙수에서 망고 아이스크림이 얹어진 것, 앉은 자리로 가져다 주었다.

망고도 많이 올려져 있고, 연유도 뿌려줘서 달달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맛있나? 

물론 가격이 한국에 비해 월등하게 저렴하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열광할만한 건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그래도 숙소가 가까워서 여행 기간 내내 종종 들렸다.






시먼딩은 보통 '타이베이의 명동' 이라는 수식어로 많이 얘기되곤 했다.

실제 와보니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젊은이들과 관광객들로 가득한 젊음과 쇼핑의 거리, 딱 서울 명동거리의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나 진짜 명동인가



외국에 왔으면 좀 이국적인 느낌이 나야하는데, 처음 온 곳 치고는 너무 익숙한 느낌이다.

지방에 사는 사람이 서울 구경온 느낌 정도?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 비슷한 풍경,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노래들.

게다가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보니 한국어 대화도 종종 들렸다.



과자점에서 직원이 나와서 시식을 나눠주고 있었다.

맛도 괜찮고, 어머니께서 관심을 보여서 안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했다.

직원은 펑리수나 한국인에게 인기 많은 제품들을 권했는데, 결국 고른 건 과자 하나.

아몬드 슬라이스가 얹어진 전병 같은 느낌이었는데, 바삭바삭 고소하니 맛이 괜찮았다.



시먼딩을 지나쳐서 용산사와 보필리아오 역사골목을 보러 걸어가고 있는데, 도교 사당 같은 건물이 우연찮게 나왔다.

가이드북에도 안 나와있는 곳이다.

앞의 간판을 보니 '타이베이 천후궁 台北天后宮' 이라고 써있었다.





안에서는 승려로 보이는 분께서 경을 읇고 계시고, 할머니들이 기도를 올리고 계셨다.

시먼딩에서 멀지 않지만, 현지인들이 많지 찾는 곳인듯 관광객들은 잘 보이지 않았다.

안에 모셔진 상은 얼핏 보기에 천후태후인 거 같다.



점을 보는 도구.

중국인들은 미신을 참 많이 믿는다고 한다.

투호통에 든 길다란 막대기를 꺼내면 거기에 숫자가 적혀있는데, 그 숫자에 해당하는 칸의 종이를 보면 된다고 한다.

오늘의 운세나 꿈 해몽, 토정비결 같은 걸 많이 믿는 스타일이라 궁금했지만, 어차피 중국어로 밖에 되어있지 않아서 굳이 하진 않았다.






붉은색 등을 주렁주렁 달아놓은 거나 용이나 호랑이, 물고기 등 자잘한 장식을 만들어놓는 건 중국식 사당 어디나 비슷한 거 같다.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면서 중국식 불교 혹은 도교 사원을 여러 군데 구경했다.

베트남, 태국, 라오스 같은 데에서 짝퉁 아닌 짝퉁만 보다가 이제야 오리지널을 본 셈이다.






이 근처가 타이베이 올드타운이라고 하더니 건물이 하나 같이 낡았다.

우리로 치자면 종로나 광화문 뒷골목쯤 되려나?

건물 안은 어떨지 모르지만,  후줄근하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건물들을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다.



붉은 벽돌과 나무로 된 길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가 보필랴오 역사 골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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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에서 24시간 개방한다고 해서 여기를 구경하고 용산사에 갈 예정이었다.

24시간 개방하는 건 길거리 뿐이고, 전시관은 월요일에 휴관한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이 월요일.

구 거리를 복원해서 영화 촬영지로도 많이 사용되고,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온다는데 아쉬웠다.



바로 용산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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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