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스진지 택시투어를 하는 날이다.

이틀동안 별로 한 것도 없는데도 본이 아니게 가이드역할을 하는게 쉽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그냥 가는대로 따라가면 된다는 게 편했다.



아침은 호텔에서 먹었다.

전날과 거의 달라진 게 없었다.



기사 아저씨에게 호텔 앞에 도착했다는 카카오톡 연락을 받고 내려갔다.

예상보다 나이 지긋하신 분이셨다.

영어도 그닥 유창한 수준은 아니어도 의사소통을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택시는 최대 4인승인데 성인 4명이라서 좀 좁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닥 불편하진 않았다.




예류는 타이베이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타이베이 도심에서 벗어나니 산이 많이 보였다.

강원도 출신인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이라 마치 차 타고 고향가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해안도로를 따라서 운전하다 기사아저씨가 차를 멈추고 내리라고 하셨다.

여기는 만리구 萬里區 라는 곳으로, 타이베이 현 신베이 시에 속한 지역이라고 한다.



삼척 새천년 해안도로처럼 한쪽에는 높은 산이, 한쪽에는 바다가 쭉 펼쳐져있었다.

이 도로를 쭉 가면 예류 지질공원이 나온다고 한다.

날이 좀 흐리긴 했지만, 풍경이 멋있어서 아예 관람을 할 수 있는 데크까지 만들어져있었다.

기사 아저씨는 나를 불러 다른 사람들의 짧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만들어서 카톡으로 보내주겠다' 라면서 가족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여기에 이렇게 서봐라, 이렇게 포즈를 잡아봐라, 둘이서 서봐라 등등...

요구도 참 다양했다. 

부모님이 사진 찍자고 했으면 '가족끼리 뭘 그런 걸 찍냐' 라면서 한두 장 찍는둥 마는 둥 하고 도망갔을 테지만, 만난지 1시간도 안 된 아저씨가 부탁하니 싫다고 하기도 참 애매했다.



예류에 도착했다.

주차장 쪽에서 큰 바위가 보였는데, 짐을 싣고 가는 낙타모양을 닮아서 '낙타바위' 라고 부른다고 한다.

영화 시사회장처럼 예류 온 기념으로 입구에서 몇 장 사진을 찍고, 티켓을 구입했다.

입장 티켓은 1사람당 80TWD (약 3천원).

아저씨께서는 쭉 돌아보고 1시간 뒤에 다시 입구로 나오라고 했다



예류 지질공원의 바위모양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놓은 듯.

오른쪽 언니 빠마가 정말 곱슬곱슬하게 잘 되었다.

잘 안 풀리고 오래갈 거 같다.



들어가는 입구는 여미지 식물원 느낌이 물씬 났다.

사진 몇 장 찍어서 친구에게 카톡으로 보내주면서 '나 대만이 아니라 제주도 왔다. 지금 여미지 식물원' 이라고 보내니 정말 비슷하다고 한다.




예류 안내도. 

버섯바위나 촛대바위, 여왕머리, 공주머리 등 유명한 장소들이 표기되어있었다.

나름 돌아다닐 때 참고하려고 찍어갔는데, 큰 도움이 안 되었다.

하나하나 자세히 볼 시간적 여유도 없거니와 막상 돌아다니다보면 그냥 그 돌이 그 돌 같다.



길은 산책로처럼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대만은 가족여행으로도 많이 오는 나라인데, 어린아이가 있어서 유모차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께 편리할 거 같다.



갈수록 더 제주도 같다



그런데 갈수록 더 제주도 같은 느낌이다.

저어기 멀리 보이는 섬은 추자도나 우도, 가파도 즈음 되려나?

왠지 성산일출봉이라도 뻥을 쳐보고 싶은 장난스런 생각도 살짝 들었다.



예류는 기암괴석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다른 사람 여행기를 보면서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실제 보니 정말 신기했다.

바다가 바로 옆에 있어서 터키 카파도키아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예류 지질공원의 기암괴석들은 바위층이 해수면 위로 돌출되서 해수와 바람, 햇볕, 빗물 등의 침식을 받아서 생긴거라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른 부분들은 다 침식으로 깎여나가고, 단단한 부분들은 노출되어서 버섯같기도 하고 촛대 같기도 한 모습들이 생겨난 거인데, 지금도 모양이 조금씩 변하는 중이라고 한다.





울퉁불퉁한 버섯들이 불쑥불쑥 세워져있다.

가이드북과 사진들을 보면서 그 유명한 여왕머리니 공주머리를 찾아보려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곳이 유명한 장소다.

특히나 단체 관광객들을 인솔하는 가이드가 있으면 100%.

하지만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그 돌이 그 돌 같다.

머리라고 하는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지.

굳이 줄까지 서가면서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굳이 줄까지 서가면서 저기에서 기념사진 남길 필요가 있나.

고개만 살짝 돌려도 신기한 게 천지인데.

다만 바닥이 워낙 울퉁해서 걷기가 쉽지 않았다.

샌들이나 쪼리 신고 막 걸어다니기는 좀 힘들 거 같다.




바닥 곳곳에는 물이 지나간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곳곳에 물도 고여있다.

실제 태풍이 오거나 바람이 센 날은 파도가 들이치기도 한다고 한다.



안전 장치라고 해봤자, 시뻘건 페인트로 줄을 그어놓은 게 고작이다.

줄 그어놓는다고 사람들이 안 넘어가나.



아예 대놓고 저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일반 관광객은 아니고, 화보인지 광고인지 전문적인 촬영인 거 같다.

물론 허가를 받고 하는 거겠지만, 멀리서 보기에는 조금 위험해보였다.




"이거 화석 아니냐?"


바닥을 보고 계시던 아버지가 무언가를 가리키셨다.

'설마요' 하면서 발로 바닥을 벅벅 긁어댔는데, 지나가던 중국인 관광객이 그거 화석이라고 알려주었다.


'여긴 진짜 카파도키아랑 비슷하구나.'


터키 카파도키아도 원래 바다 속에 가라앉아있던 곳이 융기해서 생겨난 지형이다.

현재는 바다와 멀리 떨어져서 터키 중부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지만, 그 영향 때문에 소금도 생산되고 조개껍질 화석같은 것도 나온다고 한다.




예류 지질공원은 길쭉하게 형성되어 있어서 한쪽을 다 둘러보고 난 후, 관람로를 따라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 

바위 사이 좁은 틈 사이로 바닷물이 비집고 들이친다.



겹겹이 쌓인 모습이 마치 엄마손파이 같다. 

초등학교 때 자연시간에 정단층, 역단층, 수직단층 같은 걸 배우면서 선생님이 단층사진을 직접 찍어오라고 숙제를 내줬던 기억이 났다.

단층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고, 있다고 해봤자 기초상식을 배우는 초딩이 구별이나 할 수 있나.

그 당시에도 정말 막막하고 짜증났던 게 생각났다.

좋은 기억만 갖고 살아도 모자란데, 왜 이런 생각만 나는지 모르겠다.



왠 어부 같은 사람의 동상이 서 있어서 매우 의아스러웠다.

옆에 안내문이 있어서 보니 '임첨정 林添楨 Lin Tien-Chen' 이라는 사람이라고 한다.

1964년 3월, 예류를 방문한 학생 한 명이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는데, 이 사람이 그 학생을 도왔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둘 다 사망하고 말았지만, 그의 용감한 행동을 기리기 위해서 이 자리에 임첨정의 동상을 세웠다고 한다.





대충 둘러봤지만, 아까 봤던 것과 크게 다른 거 같지는 않았다.

약속했던 시간도 얼추 다 되고 해서 입구로 돌아갔다.



택시로 돌아가니 기사아저씨께서 버블티를 사주셨다.
얼음이 녹는 시간 때문이겠지만, 내가 늘 마시는 스타일은 '얼음없이' 라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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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