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있는 터키 음식점 '케르반 Kervan'에 다녀왔어요.
'케르반'은 얼마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터키 음식점인데, 문을 연지 얼마 오래 된 거 같아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만나기로 한 친구도 터키 음식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기에 이 곳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케르반'은 이태원역 3번 출구에서 1-2분 정도만 직진하면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내부는 깨끗하고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워서 데이트 하기 좋을 거 같았어요.
조명도 너무 어둡지 않고요.
주방이 유리로 외부에 공개되어 있어서 위생상태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빙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터키인이셨는데, 한국어를 잘 하시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주말 저녁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문한 음식은 그리 오래지 않게 나왔습니다.
저는 양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 양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제일 먼저 주문한 것은 수프.
'케르반'에서는 정해진 수프가 항상 서빙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수프' 비슷하게 자주 달라진다고 합니다.
제가 간 날에는 '마늘 수프'라고 하더라고요.
터키식 수프가 아닌 점이 좀 아쉬웠지만 주문을 하니, 수프와 빵이 함께 나왔습니다.
맛은.... 삼계탕을 거의 다 먹고 다진 마늘이 가라앉아있는 국물 맛이라고 할까요.
생각보다 수프는 별로였습니다.
이스켄데르 케밥.
양고기 도네르에 빵과 요구르트를 곁들여 먹는 케밥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케밥이기도 합니다.
'음식 하나 = 1인분' 이라고 생각해서 음식을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뱃골이 왠만한 남자는 거뜬히 하는데도 혼자 먹기에는 많더라고요.
여자 둘이서 충분히 먹을 정도의 양이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케밥만 먹으려니 뭔가 부족한 듯해서 같이 주문한 라바쉬 (얇은 빵).
조금 저렴한 식당에서는 라바쉬를 주문하면 또띠야를 데워서 주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서는 터키에서 먹었던 것처럼 직접 구워서 제공하더라고요.
갓 구워진 따끈따끈한 라바쉬는 그 자체만 먹어도 맛있었습니다.
쿠쉬바쉬르 피데.
잘게 조각낸 쇠고기와 피망, 양파 등을 토핑하여 구운 터키식 피자로, 제가 좋아하는 터키 음식 중 하나입니다.
맛은 있었지만, 유난히 피망과 양파를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 때문인지 터키에서 먹었던 피데보다 고기의 비중은 적고, 피망이 유난히 많이 들어있던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전 피망을 별로 안 좋아하는 짱구입맛이거든요.
마지막 입가심은 터키식 차이로.
터키 음식을 먹고 각설탕 두개를 넣은 달달한 차이를 안 마시면 뭔가 허전하더라고요.
사람의 입맛이란 참 무서운 거 같습니다.
친구도 느끼한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라고 좋아했습니다.
저는 차를 좋아해서 집에 몇 종류의 차를 구비해놓고 종종 마시곤 하는데, 차이는 아무리 해도 터키나 우즈베키스탄에서 마셨던 것 같은 맛이 안 납니다.
차도 현지에서 사왔고, 현지인들에게 차 우리는 방법도 물어봐서 그 방법대로 하는데요;;;
이태원이다보니 가격이 조금 있는 편이긴 하지만, 양이 많이 때문에 여럿이 와서 같이 먹거나 런치 메뉴를 이용한다면 큰 부담이 있는 가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음식의 양을 가늠을 못하고 많이 시키는 바람에 정말 배가 터질 때까지 먹고 결국 수프와 빵은 남겼지만, 제가 시킨 메뉴 정도면 여자 3-4명이 충분히 먹을 양이었습니다.
음식도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맛있었고, 양고기나 향신료의 냄새도 그닥 강하지 않아서 터키 음식을 접해보진 못한 다른 사람을 데려와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테리어나 분위기도 좋아서 데이트하기도 좋고요.
다음 번에도 다른 친구들을 데려와서 다른 음식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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