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 이태원에 있는 불가리아 음식점 '젤렌 Zelen' 에 다녀왔습니다.
'젤렌'은 불가리아어로 '녹색'이라는 뜻인데, 직접 불가리아인이 운영한다고 하더라고요.
이태원과 한남동에 지점이 총 2개 있는데, 불가리아 음식점은 한국에는 이곳 뿐이고 아시아 전체에서도 통 틀어서도 몇 군데 없다고 하네요.
저도 이국적인 음식을 좋아해서 종종 외국 음식점을 찾아가곤 하는 편이라서, 불가리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가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젤렌과 저는 무슨 악연이 있는지, 번번히 기회가 없었어요.
첫번째 갔을 때는 자리가 없어서, 두번째는 점심과 저녁 사이 브레이크 타임이 걸려서, 세번째는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서 약속 취소, 무려 4번째 만에 젤렌에 갈 수 있었어요.
이번에도 불가리아 음식을 못 먹어볼까봐 같이 가기로 한 친구에게 전날 연락해서 확인하고, 자리가 없을까봐 예약까지 했는데도 젤렌에 도착할 때까지 조마조마했어요.
드디어 네 번째만에! 젤렌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답니다.
가게 이름을 닮은 녹색 벽과 불가리아의 상징인 장미덩쿨로 장식한 디자인이 아늑하고, 정말 불가리아의 느낌이 물씬 나는 듯했어요.
예전에 불가리아의 벨리코 투르노보 라는 도시를 여행한 적이 있었는데, 왠지 그 곳 생각이 나더라고요.
친구도 가게가 너무 예쁘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평일 점심시간이라서 그런지,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았아도 될 정도로 사람들이 많지가 않았어요.
원하는 아무 자리나 앉으라고 하길래 발코니 쪽으로 앉았어요.
2층 발코니 자리에 앉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복작복작한 이태원에서 그나마 시야가 탁 트이는 데다가, 바깥에는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니 더욱 운치 있었어요.
메뉴를 보면서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직원 분께서 런치메뉴를 추천해주셨어요.
런치 메뉴 A는 오늘의 수프 + 미트볼 비슷한 요리인 쿠프테 + 요구르트 또는 커피 였고, 메뉴 B 는 샐러드 + 그릴에 구운 고기 + 요구르트 또는 커피였어요.
가격은 19,800원이었는데, 다른 단품 메뉴들이 만원대 후반~2만원대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꽤 괜찮은 가격이었어요.
친구와 저는 둘다 메뉴 A를 골랐어요.
식전빵과 발사믹 식초&올리브 오일.
빵은 퍽퍽하고 푸슬거려서 별로였어요.
오늘의 수프로 나온 렌틸콩(렌즈콩) 수프.
터키 요리 중에서 '메르지멕 초르바 mercimek çorbası' 라고 렌즈콩으로 만든 수프가 있는데, 그 수프를 정말 좋아하는 터라 매우 반가웠어요.
다만 터키식 수프보다는 훨씬 더 묽고, 야채를 많이 넣은 듯 했어요.
맛은 투박하고 소박했어요.
레스토랑에서 대접하기 위해 화려하게 만든 요리가 아니라 집에서 굴러댕기는 야채 쪼가리랑 콩을 넣고 푹 끓여서 만든 가정식 요리 리 같은 느낌이랄까?
국물이 담백한게 아침으로 먹기에도 부담이 없을 듯 했어요.
할 수만 있다면 요리법을 배워서 집에서도 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렌즈콩의 콩껍질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았는지 중간중간 콩껍질이 씹히는 게 아쉬웠어요.
메인 요리인 쿠프테.
예전에 여행을 했을 때 마케도니아와 터키에서 쿠프테 혹은 쿄프테 라고 불리는 미트볼 요리를 먹어본 적이 있어요.
그 때는 그거 다진 고리를 손가락 크기 정도로 뭉쳐서 구운 요리였어요.
이름도 비슷해서 비슷한 게 나올거라고 예상했는데,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안에는 피클과 치즈, 베이컨을 다진 고기로 감싸서 그릴에 구운 거 같아요.
양은 꽤 많은 편이었지만, 음식이 너무 짰어요.
고기 자체에도 간이 되어 있는데다가 속내용물인 피클, 베이컨, 치즈 자체도 워낙 염분이 많은 음식이다보니 한 입 먹자마자 '아, 짜다...' 라고 할 정도였어요.
평소 좋아하지 않는 피클은 빼고, 감자와 브로콜리를 한 입씩 먹어가며 짠 맛을 씻어냈어요.
마지막 디저트로는 요구르트.
요구르트와 커피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는데, 장이 약해 유제품을 먹으면 바로 탈이 나는지라 고민을 많이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불가리아 음식점까지 와서 요구르트를 안 먹고 돌아가면 엄청 후회할 거 같아서 고생을 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주문했어요.
플레인 요구르트에 꿀과 다진호두가 올려져 있는데, 정말 제대로 된 요구르트인 거 같았어요.
보통 플레인 요구르트라고 하더라도 감미료가 들어갔는지 달기 마련인데, 달지도 않고 부드러웠어요.
정식으로 주문한 게 아니라 디저트로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꽤 양도 많았어요.
새로운 음식이나 분위기를 느껴보고는 싶지만, 낯선 음식을 잘 드시지 못하시는 분에게 추천해요.
이태원에 있는 터키나 아랍, 인도 음식점만 해도 양고기 특유의 냄새나 향신료 때문에 잘 드시지 못하시 분을 종종 보았어요.
불가리아 음식이라고 하면 뭔가 매우 독특하고 이국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실제 메뉴를 보니 서양식 레스토랑 비슷해요.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긴 하지만, 런치 메뉴라면 큰 부담없이 여러 가지 메뉴를 맛볼 수 있어요.
분위기도 괜찮고, 와인도 판매하기 때문에 저녁 타임에는 간단하게 와인을 곁들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요.
다만, 음식이 너무 간이 셌던 점이 많이 아쉽네요.
디저트 요구르트는 정말 강추!!!!
그리고 오후 2시 반부터 6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기 때문에 이 시간은 피해야하고, 주말에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 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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