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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투르크멘&아제리

[투르크메니스탄] 03. 7/1 투르크메나바트에서 마리로

by 히티틀러 2012.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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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이 빵빵한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맞이하는 건 역시 타는 듯한 더위, 그리고 택시기사.


"택시! 택시!"

"아슈하바트!"


우리를 국경에서 투르크메나바트까지 데려다준 택시기사에게 돈을 지불한 뒤, 다른 사람들의 외침을 무시하고 기차역 안으로 들어갔어요.

"오늘 저녁에 아슈하바트 가는 기차 몇 시에 있나요?"

"좌석 없어요."


아, 맞다! 오늘 일요일이지?


투르크메니스탄은 비행기와 기차 요금이 매우 저렴해서 표가 금방 동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더군다나 사람 많은 일요일이니 아침 일찍 왔어도 이미 매진된 것.

이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택시를 타고 아슈하바트로 바로 넘어가기.'

비자도 짧은데 투르크메나바트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여유가 없었어요.

투르크메나바트에서 아슈하바트까지는 투르크메니스탄을 거의 절반 횡단하는 셈.

피곤하더라도 오늘 내로 어떻게든 아슈하바트에 들어가야했어요.


일단 기차역 안에 환전소가 있길래 환전이나 하기로 했어요.
열심히 창구 유리창을 두드려 봤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어요.

아, 맞다! 오늘 일요일이지?

환전소가 은행이 운영하는 곳이라 일요일에는 일을 안 하는 것.
여하튼 일이 더럽게 꼬이는 날이었어요.

기차역에서 나오자 택시기사들이 다시 무섭게 달려들었어요.

"아슈하바트까지 한 사람당 얼마예요?"
"50마나트."
"마나트 없는데, 달러로는 얼마예요?"
"20달러."

택시기사는 80달러에 두 사람만 빨리 가라고 재촉을 했어요.
사실 합승택시 탈만한 다른 사람들도 없는 것처럼 보였어요.
우리는 깎아달라고 협상을 해봤지만, 택시기사는 계속 안된다고 했어요.
한 사람에 50마나트, 차 한대에 200마나트는 우리를 국경에서 투르크메나바트까지 데려다준 택시기사도 그 가격이라고 얘기했으니 거의 정가일 거예요.
가격을 깎는게 안 된다면 그 다음에 쓸만한 기술은 덤 끼워넣기. 
우리는 가방에서 론니플래닛을 꺼내 투르크메니스탄 전도를 펴고 운전기사에게 보여줬어요.

"투르크메나바트에서 이 길을 따라서 아슈하바트 들어가잖아요. 여기 가다보면 마리가 있는데, 우리 여기 잠깐 들려서 차로 구경 좀 하고 갑니다. 80달러 낼테니까 그 정도는 가능하죠?"
"그 정도는 가능해죠."

운전기사는 금방 ok 했어요.
중앙아시아에서 합승 택시를 타다보면 값은 잘 안 깎아줘도 근처 한 두군데 끼워넣는 건 잘해주는 것 같아요.
마리는 어차피 지나가는 길에 시내만 잠깐 들어갔다오면 되니까 택시기사로서도 손해보는 일도 아니고, 우리 또한 도시 하나를 더 볼 수 있는 셈이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니까요.

"근처에 발유타(валюта, 러시아어로 '외화'라는 뜻) 없어요? 달러 바꿀만한데요."
"발유타? 잠깐 기다려봐."

택시기사는 어디선가 환전상을 데리고 왔어요.
환율은 국경과 똑같이 1달러에 2.8마나트였어요.
은행 환율이 2.84가 조금 넘었으니 약간 손해보는 셈이지만, 100달러를 환전했어요.
그리고 바로 출발!


기차역 바로 맞은 편에 있던 Labep regional museum.


니야조프 동상.


그렇게 우리는 투르크메나바트에 도착한지 1시간도 안 되서 그 곳을 떠났어요. 






투르크메니스탄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문양이에요.

투르크메니스탄은 아직도 부족주의 전통이 강한데, 이 나라를 구성하는 주요 5개 부족들의 고유한 카펫문양이라고 해요.

저 문양은 투르크메니스탄 국기에도 있는데, 이 나라 어린이들은 학교에서 '국기 그려오기' 그런 거 숙제 내주면 고생 좀 하겠네요.



'독립을 자랑스러워하고, 조국과 민족을 사랑할 때이다'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구르방굴리 베르디무함메도브께서 하신 말씀이래요.
이 나라나 저 나라나 중앙아시아에서는 대통령 사진 가져가 걸고, 어록 가져가 걸고 한 건 똑같은 거 같아요.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실외에서 담배피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요.
초대 대통령인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가 암으로 인해 수술을 한 후, 주치의가 건강을 위해서 금연을 하라고 권유하자 전국에 금연령을 선포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전국민을 강제로 금연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실외에서 피우는 건 벌금을 물리지만, 실내와 차 안에서는 태울 수가 있어요.
택시기사 아저씨는 운전대를 잡자마자 초딩이 밀린 방학숙제를 몰아하듯 공장굴뚝처럼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어요.
창문을 살짝 열어두었다고는 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피우면 담배 냄새도 배고, 공기 순환이 안 되어서 오히려 건강에 더 안좋을 것 같은데요.
투르크메니스탄도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 못지 않게 담배를 엄청 피우는 것 같은데, 벌금을 낼 수는 없으니 계속 차 안에서 뻑뻑뻑.


투르크메나바트를 출발한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운전기사는 주유소로 들어갔어요.




아저씨는 차에서 내려서 주유소 직원에게 기름을 넣어달라고 부탁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의 주유소가 신기한 마음에 차 안에서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가격표를 발견했어요.



1달러가 1,150원 정도인데, 2.8마나트가 1달러니까...

기름 1리터에 250원!!!!!!!


역시 에너지 부국은 다르구나.

우리나라도 기름값 때문에 난리인데, 기름값이 리터당 250원이면 한겨울에도 보일러 펑펑 틀고 살텐데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어요.



자동차 백미러가 없어!!!!!!!!!!!!

도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운전을 한거지?
백미러용 유리가 없으면 거울이라도 가져다 붙이던가.
무슨 쇼킹 아시아도 아니고, 이것도 나름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해야하는지.
아슈하바트까지 8시간은 가야하는데, 자기가 죽지 않으려면 알아서 운전 잘 하겠지 싶긴 하지만 그래도 심장이 벌렁벌렁거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본격적으로 눈 앞에 사막이 펼쳐지기 시작했어요.



사막이 계속 이어지다가..



사람이 사는 마을이나 도시나 근처에 있으면 이런 풀밭도 좀 나타나고..



그러다 또 다시 사막이 지겹게 이어졌어요.

투르크메니스탄 영토의 대부분이 사막이라더니 그 말이 실감이 갈 정도로 사막..사막..사막..



교통 표지판도 아니고, 도시 알림판도 아닌데 왜 허허벌판에 쓸데없이 저런 걸 만들었을까요?

참 이해할 수 없는 일.






입간판이 우리가 '마리'에 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어요.

사람들은 흔히 '마리'라고 말하지만, 원래 투르크멘어로 읽으면 '마르'라고 읽어야되요.



마르 승마 스포츠 센터.



마르구쉬 호텔.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큰 모스크가 나타났어요.
친구가 마리에 큰 모스크가 하나 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모스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에 좀 세워주실 수 있으세요?"
"알았어."

우리는 택시기사 아저씨께 잠시 구경하고 올테니 기다려달라고 말한 뒤, 모스크를 보러갔어요.
아마 론니플래닛에 나오는 '투르크멘바쉬 핫즈 모스크' 인 것 같아요.


모스크 앞에서는 기도하는 니야조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었어요.



타슈켄트에서도 나름 햇살이 뜨겁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투르크메니스탄에 비할 게 아니었어요.

잠깐 사진을 찍으러 벤치에 앉았더니 나무인데도 얼마나 달궈져있는지 마치 좌욕하는 기분이 들 정도였어요.

잔디를 심고 가꿔놓았지만, 도시 자체가 사막 위에 지어진 도시라서 주변에는 고운 모래들이 곳곳에 흩어져있었어요.



모스크 안에는 얼마나 에어컨을 빵빵 틀어놨는지 들어가자마자 땀이 마를 지경.

새로 지은 모스크라서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규모만큼은 엄청 컸어요.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자이다보니 방해가 될까 싶어 조금 휘휘 둘러보다가 금방 나왔어요.



투르크멘 사람들은 모스크에 들어오자 저 흰 가운을 걸쳐입고 기도를 했어요.

여자들의 경우 복장이 단정하지 못할 때 몸이나 머리를 가릴 수 있도록 천을 가져다 놓는 경우는 있지만, 남자들이 입는 의상이 있는 경우는 본 적이 없어서 참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모스크 앞에서 본 도시 풍경.

이곳도 하얀 대리석의 건물들이 가득했어요.



마르 주 도서관.



모스크 앞에 있던 동상.

아마 저 사람들은 투르크메니스탄의 유명한 위인들인 것 같아요.



연극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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