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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투르크멘&아제리

[우즈베키스탄] 01. 6/30 부하라 가는 길

by 히티틀러 2012.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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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여행의 시작.

아제르바이잔 비자와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는 칠전팔기의 정신으로 대사관 직원 및 경찰들과 안면 틀 정도로 다니면서 힘들게 받았어요.

그렇게 가기 힘들다는 '중앙아시아의 북한', 투르크메니스탄!

2012 유로비전 개최국, 아제르바이잔!


아제르바이잔 비자는 7월 1일부터 개시되는 한 달짜리 관광비자이니 문제가 없고, 투르크메니스탄 비자는 7월 1일부터 개시되는 5일짜리 트랜짓 비자.
비자가 땡! 하고 개시되자마자 투르크메니스탄에 입국해서 빨리 아슈하바트에 들어가서 관광을 마치고 투르크멘바쉬로 넘어가야해요.

일단 계획은 이렇게 짰어요.
1. 6월 30일 타슈켄트에서 밤기차로 부하라로 넘어가기
2. 7월 1일 아침에 부하라에 도착하자마자 택시를 타고 투르크메니스탄 국경 가기. 걸어서 국경을 넘은 후 다시 택시로 투르크메나바트 가기.
3. 야슈하바트 행 야간 기차표를 산 뒤 하루동안 투르크메나바트 관광
4. 7월 2-3일 아슈하바트 관광
5. 7월 3일 아슈하바트에서 밤기차로 투르크멘바쉬 가기. 
6. 7월 4일 투르크멘바쉬 도착 후 아제르바이잔 가는 페리 알아보기. 시간이 있으면 투르크멘바쉬 관광.
아제르바이잔은 투르크멘바쉬에서 페리가 언제 있는지 여부에 따라 입국날짜가 바뀌고, 시간에 쫓기는 것도 아니니 바쿠, 라흐즈, 쉐키를 가자는 생각 정도만 했어요.


타슈켄트에서 부하라로 가는 밤기차는 오후 8시 10분에 출발하는데, 부하라까지는 10시간 반 정도 걸려요.

기차비는 43,500숨. 

예전에 부하라로 놀러갈 기회가 있었는데, 당일 기차표를 구매하려고 하니 매진되어 못 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며칠전에 미리 구입해두었어요.



타슈켄트역 매표소.

타슈켄트역은 매표소와 본건물이 분리가 되어있어요.

매표소는 아무나 출입이 가능하지만, 본 건물은 표와 짐검사를 다 받은 후에 입장이 가능해요.



타슈켄트역.




기차역에 2시간 정도 일찍 도착한데다가 여행준비를 하느라 하루종일 밥을 먹지 못했어요.

다음날도 이동하다보면 밥 한끼라도 챙겨먹을 수 있을지 불분명해서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기로 했어요.



1층에 있는 Tamaddixona 라고 하는 근처 식당에서 라그몬을 시켜먹었어요.
특별히 맛집이라거나 끝내주게 맛있다고 할 수 없지만, 저 집 라그몬은 꽤 먹을만해요.
일단 국물을 양고기가 아닌 소고기로 만들고, 고춧가루까지 곁들여주기 때문에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한 맛이에요.

밥을 먹고도 시간이 남아서 역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어린아이들 한무리가 짐을 바리바리 들고 기차역에 들어가려는 것을 보고 서둘러 안으로 들어갔어요.
역에서는 짐검사, 표검사, 여권검사 다하니 단체보다 늦게 들어가면 기다리는 시간이 질질 늘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일.
차라리 빨리 들어가서 플랫폼에서 기다리던가 기차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어요.



물어물어 부하라행 기차를 찾아 들어갔는데...


흐억!


기차 내는 정말 욕이 나오도록 덥고 습했어요.
그래도 바깥은 더위도 한풀 꺾이고 바람도 불고 해서 그닥 덥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기차 안은 습식 사우나가 따로 없었어요.
어느 정도냐면 유리창에 습기가 맺혀서 뿌옇게 보일 정도.
여행을 떠나기전에 다른 사람들이 '여름에는 기차 타기 힘들텐데..' 하던 말이 그제야 실감이 났어요.
창문이라고 있는 건 워낙 작은 데다가 열리지도 않아서 환기도 전혀 안 되었어요.

일단 자리에 시트를 깔고 베겟보를 씌운 후 눕기는 누웠는데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며칠 전 길거리에서 산 4천숨짜리 부채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을 지경이었어요.

'이번 여행도 더위 먹고 시작하겠구나.'

작년 카프카스 여행 때에도 여행 첫날 국경에서 밀페된 버스 안에서 잤다가 더위 먹어 체력방전되고 설사하느라 여행 내내 고생했었어요.
그 때의 악몽이 모락모락 떠올랐어요.
더군다나 여행 계획대로 된다면 다음날도 야간 기차행.
투르크메니스탄 기차도 그닥 좋을거라는 기대는 안하니 이번 여행도 역시 더위먹고 시작할 일은 거의 확정.



조금 기다리고 있자 젊은 청년과 아주머니가 들어왔는데 모자 사이인 것 같았어요.
역시 양손에 짐을 바리바리.
우즈벡 사람들은 여행다닐 때 무슨 이사가는 사람처럼 짐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녀요.
어느 정도냐면 여행 다닐 때 먹을 간식거리, 음료, 빵은 물론이거니와 차주전자와 머그잔까지 가지고 다녀요.
두 사람은 일단 좌석 아래와 문 위로 열심히 짐들을 올렸어요
신기했던 것은 아래쪽 좌석을 들어올리면 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또 있다는 것.
문에 잠금 장치가 없으니 자는 동안 혹시 도둑맞을지 몰라 우리도 여권과 지갑 정도만 몸에 지니고, 카메라 같은 귀중품들은 아래쪽 좌석 아래에 넣어버렸어요. 

아주머니는 외국인인 우리가 신기한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으나, 아주머니는 자꾸 러시아어로 이야기하고 우리는 러시아어를 모르고.
아들에게 자꾸 영어로 통역해보라고 재촉했으나 아들은 간단한 인사말 정도 외에는 영어를 거의 못했어요.
평소 같았으면 긴 여행길에 수다나 떨며 시간을 보낼 참으로 우즈벡어로 이야기했겠지만, 너무 더워서 이야기하는 것도 귀찮고 기력이 딸려서 모르는 척 했어요.
젊은 청년도 안되는 영어 쓰려니 힘든지 2층 자리에 올라가서 반바지만 입고 드러누워버렸어요.


양쪽 문 옆에 있는 긴 작대기 같은게 사다리예요.
예전에 부하라까지 기차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 '위층 자리는 아래층에서 사다리를 치워버리면 내려올 수가 없어서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아래층 자리로 잡았어요.
그런데 실제 좋은 자리는 위층자리.
밤에 이동을 할 수 없다는 게 좀 불편하긴 하지만, 위층 자리는 창문 열면 바람도 들어오고, 에어컨도 위층에 달려있어요.
그런데 아래층은 그나마도 없었어요.

자리에 누워서 연신 부채질만 하고 있으니 어느새 기차가 출발했어요.



창 밖 풍경은 그냥 평범했어요.
옛날 같으면 '지평선? 우와!' 했겠지만 하도 이런 풍경을 많이 보다보니 이제는 '그냥 그렇구나.'

얼마 있으니 직원이 들어와 에어컨을 가동시킬 거라며 창문을 닫았는데, 에어컨이 정말 가동이 되는건지 마는건지 시원한 느낌이 하나도 없었어요.
무슨 에어컨 온도를 30도에 맞춰놓은 것인지, 아니면 아래층에 누워있으니 바람이 하나도 안 들어와서 그런건지.
그래도 습기가 좀 빠지고, 창문을 열어놓으니 기차가 달리는 동안에는 계속 바람이 들어와서 많이 선선해졌어요.



낯선 잠자리 탓인지 계속 자다깨다 자다깨다하다가 나보이역에 도착할 즈음에 잠이 깼어요.
부하라에서 그닥 멀지 않은 도시라서 볼일도 보고, 세수도 할 겸 화장실에 갔는데...

문이 안 잠겨!!!!!!!!!!!!!!!!!!!!!

다른 사람들도 이제 슬슬 일어나고 있는데 화장실문은 안 잠기고.
할 수 없이 문 손잡이를 손으로 꽉 잡고 곡예하듯 조마조마하게 볼일이 봤어요.
제가 있을 때 문을 열고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손을 씻으려는데...

수도꼭지는 왜 이 모양이야!!!!!!!!!!!


수도꼭지 아래에 달린 길다란 버튼을 누르고 있어야 물이 나왔어요.
'물을 아껴씁시다' 운동을 이런 식으로 하다니;;;;
한 손은 버튼을 눌러야하니 손을 씻는 둥 마는 둥, 세수를 하는둥 마는 둥 고양이 세수도 아니고 얼굴에 물칠도 제대로 못하고 나왔어요.




6시 40분 부하라 도착!
기차는 늦지 않고 생각 외로 연착하지 않고 거의 제시간에 도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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