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투르크멘&아제리2012. 7. 2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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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라역을 나오자마자 바글바글 떼로 몰려드는 택시기사들.


"부하라! 부하라!"

"투르크메니스탄!"


우리의 목표는 한시라도 빨리 투르크메니스탄에 들어가는 것.

어차피 부하라 어디에서 합승택시를 잡아야하는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바로 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투르크메니스탄을 부른 택시기사 한 명과 흥정을 했어요.


"두 사람만 가면 십만숨이요."

여행을 가기 전에 부하라에서 투르크메니스탄까지 1시간 정도 거리라고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어요.
그래서 두 사람 합쳐 5만숨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어요.
우리가 비싸서 망설이자 택시기사는 열심히 우리를 설득했어요.

"국경까지 길이 매우 안 좋아요. 그리고 도시에 가면 훨씬 더 비싸요."

일단 우리는 열심히 흥정을 해서 8만숨까지 가격을 깎았어요.
예상보다 많은 돈이 나가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든 건 사실이지만, 일단은 빨리 출발하는 게 급선무. 
아저씨는 얼른 국경 다녀온 뒤 한 탕을 더 뛸 생각인지 '시간이 없다'며 빨리 출발하자며 서둘렀어요.
어찌나 재촉을 하는지 사진 한 장 찍을 새가 없었어요.




뭔지 모를 동상.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끌어온 전기를 변전하는 변전소.



이름은 모르지만 큰 시장.


국경까지 가는 길은 정말 안 좋았어요.

아스팔트가 푹푹 파이고, 길에 자갈들도 많아서 사람들이 모두들 그나마 나은 쪽으로 가기 위해서 지그재그 운전하고 있었어요.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한국이요."

"나한테 일본어로 된 책이 있는데, 모든 게 다 있어."


아저씨는 앞자리에서 비닐로 싼 책 하나를 꺼내주셨어요.

대체 어디서 구해온건지, 90년도 후반에 나온 일본의 '실크로드 여행 가이드북'이었어요.

중국부터 시작해서 중앙아시아 5개국과 카프카스 3개국까지 모두 정리되어 있었어요.

일본어를 모르는데다가 워낙 오래된 책이니까 별 소용도 없겠지만, 이렇게 정리된 가이드북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

역시 가이드북 쪽에 있어서는 론니플래닛이고 뭐고 다 소용없고, 일본에서 만든게 여행할 때 제일 좋아요. 


2시간 가량 걸려서 국경에 도착.
아저씨는 길도 나쁘고, 자기가 운전도 빨리 했으니 만 숨만 더 달라고 징징댔어요.
이미 합의를 끝낸 상황이니 더 안 줘도 되지만, 귀찮기도 하고 빈 차로 돌아가야하는게 불쌍하기도 해서 만 숨을 더 쥐어주고 빨리 보냈어요.
택시 기사를 보내자마자 들러붙는 환전상.
환율이 얼마냐고 슬쩍 물어보자 1달러에 2마나트라고 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환율이 1달러에 2.8마나트가 넘으니 이건 거의 1/3이나 후려쳐먹는 가격이에요.
우즈벡 숨도 바꿔주는지 이제 우즈벡 숨은 필요없으니 환전해가라고  아우성을 쳤지만, 어차피 우리는 우즈베키스탄에 돌아올 거라 환전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무시하고 국경으로 들어갔어요.




우즈베키스탄 국경은 그냥 싱겁게 끝났어요.
타지키스탄 여행 때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짐도 샅샅이 뒤지고 카메라 속 사진까지 체크했어요.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은 국경을 통과하려는 사람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경찰들도 대강 짐 뒤지는 시늉만 하고 그냥 통과.
다만 인상 깊었던 사실은 국경이 너무 넓다는 것이 었어요.
보통 국경은 걸어서 몇 분 거리 안에 사무실이며 세관이며 다 붙어있어요.
그런데 여기는 세관을 통과해서 나오니 그냥 허허벌판. 아무 것도 없었어요.
오죽 넓으면 그 사이를 돌아다니는 셔틀버스가 있는 정도였어요.
요금은 한 사람당 500숨. 


투르크메니스탄도 국경이 넓기는 마찬가지였어요.
우즈베키스탄 출국 도장을 받고 투르크메니스탄 땅으로 넘어오긴 왔는데, 눈에 보이는 건 군인 두 명과 어릴 적에나 몇 번 봤던 펌프, 간이 초소 하나 밖에 없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 군인은 우리의 여권을 확인하더니 잠시 기다리라고 했어요.
얼마 뒤 탈탈 거리면서 오는 낡은 봉고차 한 대, 여기도 셔틀버스를 타야하는 거였어요.
요금은 한 사람당 1마나트였지만, 달러밖에 없다고 하자 기사아저씨가 두 사람에 1달러를 받고 국경사무소까지 데려다주었어요.

국경사무소에 들어가자 웬 테이블이 있고,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무슨 서류를 작성하고 계셨어요. 
바로 옆 사무실에 앉아있던 여직원은 우리를 부르더니 서류 두 장을 나눠주었어요.

"이거 작성하세요."

아마 입국카드 같았어요.
하지만 문제는 다 투르크멘어로 쓰여있다는 것.
테이블에는 작성 예시가 있었지만 러시아어와 투르크멘어로만 되어있어서 있으나마나.
우즈벡어랑 투르크멘어는 어느 정도 비슷한 구석이 있으니 대강 이름, 생년월일, 여권번호 공란 정도는 찍어서 채울 수 있었지만 그 외에는 그저 막막.
옆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께 물어봐도 국적이 다르고, 비자도 다르고, 의사소통도 안 되니 별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다행히 사무실 안쪽에 앉아있던 남자직원이 영어를 잘 해서 비자 작성을 도와주었어요.
중요한 점은 우리는 '경유 비자'이기 때문에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머물 장소를 'transit'으로 써야한다는 것 정도였어요.

서류 작성을 마치고, 심사대에서 줄을 서서 기다렸어요.
관광객은 저와 같이 여행을 온 친구, 딱 둘 뿐이었어요.
나머지는 모두 화물 트럭을 운전하는 이란인들 아니면 터키인들.
터키 아저씨들은 투르크메니스탄을 자주 오시는지 입국도장을 찍어주는 경찰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어요.
그 다음은 우리 차례.

"이란 가요?"
"아뇨, 아제르바이잔이요."
"비행기로?"
"아뇨, 투르크멘바쉬에서 배 타고 들어갈 거예요."
"저 옆 창구에 가서 입국세 내고 오세요."

옆 창구에서 10달러가 조금 넘는 돈을 내자, 영수증을 주었어요.
영수증을 다시 경찰에게 주자 경찰은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어주었어요.

"웰컴 투 투르크메니스탄."



드디어 밟게 된 투르크메니스탄의 땅.
그 첫 느낌은...

아, 더워!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강렬한 태양.
투르크메니스탄은 진정한 열사의 땅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믿을 수 없는 정보와의 싸움.
론니플래닛조차 투르크메니스탄을 다녀가지 못했어요.
물론 론니플래닛 중앙아시아편에 투르크메니스탄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저자는 '불특정 다수'.
한마디로 그냥 카더라통신에 불과해요.
우리나라에서도 투르크메니스탄을 여행한 여행자가 매우 적을 뿐만이 아니라 다들 경유비자를 받아 3일 혹은 5일만에 빨리 통과해야하기 때문에 정보가 거의 없어요.
그리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조차도 다 오래된 것.
이제는 정말 몸으로 부딪쳐서 여행할 수 밖에 없어요.

국경을 빠져나오자마자 투르크메니스탄도 역시 택시기사들과 환전상들이 무섭게 달려들었어요.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접한 지역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은 우즈벡어를 그럭저럭 할 줄 알았어요.

"투르크메나바트까지 얼마예요?"
"둘만 타고 가서 한 사람당 25달러."

오랜 흥정 끝에 투르크메나바트 기차역까지 한 사람당 20달러에 가기로 합의를 봤어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예비비로 20달러 정도 환전을 했어요.
환율은 1달러에 2.8마나트. 우즈베키스탄 국경보다는 훨씬 좋은 가격이었어요.






투르크메니스탄은 뭔가 다를 것이라고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럴까요.
처음 여행을 떠날 때에는 '내가 들인 고생이 얼마인데, 길거리 쓰레기통도 다 찍어오겠어.' 하는 생각이었지만, 도로가 좋다는 것 빼고는 우즈베키스탄과 그닥 달라 보이지 않았어요.


'안전한 여행 되세요' 표어.

그러다가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진 넓은 강.

"이게 무슨 강이에요?"
"아무다리오."



국경에서 출발한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이렇게 사람이 사는 것 같은 아파트가 나타나더니...




하얀 대리석으로 된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등장하고...



곧 투르크메나바트 기차역에 도착했어요.
구르방굴리 베디르무하메도프 대통령이 웃는 얼굴로 맞아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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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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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망한 느낌이 독특한 곳이네요.^^

    2012.07.26 21:3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투르크메니스탄은 영토의 대부분이 사막이래요.
      그래서 그런지 엄청 덥고 황량하더라고요 ㅎㅎ

      2012.07.27 01:4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