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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5 호치민&인니 [完]

[인도네시아] 12. 6/3 족자카르타 몰 말리오보로, 파쿠알라만 모스크

by 히티틀러 2016.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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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오보로거리 입구에서 내렸다.

저녁을 어디에서 먹지, 돌아다니다가 눈에 띈 몰 말리오보로 Mall Malioboro.

구경도 하고, 쇼핑몰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쇼핑몰 안은 대부분 옷을 파는 가게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인 바틱 Batik 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원래 바틱은 손이 많이 가는 고급 직물이라서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왕궁의 사람들만 입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일반인들도 많이 입는다.

직접 수제로 만들지 않고 기계로 만든 건 별로 비싸지 않지만, 살 엄두는 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야 많은 사람들이 입으니 그닥 낯설게 느껴지지 않지만 한국에서 입고 다니기에는 너무 화려했다.

롱스커트 정도는 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욕심 부려 샀다가 입지도 못하고 옷장에서 먼지만 뒤집어쓸게 뻔했다.

게다가 바틱 옷감은 세탁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틱 세탁을 위한 세제도 따로 있고, 작년에 동부대우전자에서 바틱 의상을 손쉽게 세탁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 세탁기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고 할 정도이다.

아쉽지만 어쩌랴.

구경만 하도 식사를 하러 푸드코트가 있는 꼭대기 층으로 올라갔다.



박소


박소 Bakso 는 다진 고기나 생선살 등을 동그란 공모양으로 만드는 일종의 완자로, 보통 맑은 국물이 있는 가는 국수와 함께 먹는다.

인도네시아 사람드에게 대중적인 서민음식 중 하나로, 어린 시절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즐겨먹었다던 음식이라서 여행 전부터 꼭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원래는 중국 쪽에서 먹던 음식이었는데, 중국 화교들이 인도네시아아로 이주하면서 현지의 식문화에 맞게 변형된 것이라고 한다.

담백한 국물에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한 박소는 탕이나 수프 종류의 음식을 선호하는 내 취향에 딱 맞다.

일전에 안산에 있는 인도네시아 음식점에 갔을 때 박소가 있어서 주문하려고 했는데, 날이 너무 더워서 주문하지는 않았다.

현지에서도 더운 여름보다는 겨울에 많이 먹는다고 한다.



테 보톨


인도네시아어는 테 Teh 는 차, 보톨 Botol 은 영어의 bottle  이라는 뜻으로, 즉 병에 담은 차라는 의미이다.

자스민차를 베이스로 만드는 음료인데, 인도네시아의 국민 음료라고 할만큼 대중적이다.

달고 차 특유의 약간의 덟은 맛이 있는데, 맛이 강한 인도네시아 음식과 잘 어울린다.



오탁 오탁


오탁 오탁 Otak-otak 은 곱게 으깬 흰 생선살을 바나나입에 싸서 숯불어 구워먹는 일종의 어묵 음식이다

당시에는 멋 모르고 낯선 음식이라서 주문해봤는데, 이런 튀김이 나왔다.

맛은 딱 어묵을 튀겨놓은 거 같은 맛인데, 같이 나온 매콤한 나는 소스에 찍어먹었다.









식사를 마치고는 숙소에 돌아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건물 1층에 맥도날드가 보였다.


먹고 갈까...?


조금 고민이 되었다.

동남아 쪽에서는 치킨에 밥이 같이 나온다는 말도 들었고, 한국에는 없는 독특한 메뉴가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그냥 발걸음을 돌렸다.

이미 식사도 했거니와 날이 더운데 하루종일 돌아다녀 뭘 먹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여름만 되면 더위 때문에 밥은 거의 안 먹고, 과일이나 레모네이드 같이 신 것과 음료수만 찾아대는데, 동남아의 더위는 살인적이었다.

아까 저녁 식사도 여행을 계속 다니기 위한 것과 현지 음식 체험을 위해서 뱃속에 채워넣은 것 뿐, 딱히 배가고프다거나 먹고 싶어서 먹은 것도 아니었다.

저 여행 다닐 당시만 하더라도 햄버거를 좋아하긴 하지만, 꼭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던 건 아니었을 때라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같았으면 분명 배탈이 나도 먹었을 거다.

맥모닝 먹어야한다고 아침 댓바람부터 맥도날드 들락거렸겠지.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파쿠알라만으로 돌아왔다.



파쿠알라만 모스크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숙소로 가는 골목길을 걷다보면 모스크가 하나 있다.

인도네시아어로 Masjid 는 모스크, Besar 는 크다, Pakualaman 은 지명으로, 파쿠알라만 대(大) 모스크 라는 곳이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는데, 한밤 중인에도 문이 열려있고 사람도 없어서 살짝 들어가보았다.



이름과는 달리, 큰 특징이 없는 작은 모스크였다.

동남아시아의 모스크의 특징 중 하나는 바닥이 타일이라는 점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가본 터키나 중앙아시아, 카프카스 지역의 모스크는 바닥에 기도용 카펫이 깔려있다.

이태원에 있는 이슬람 중앙성원도 마찬가지.

다른 지역은 안 가봤다만 아마 서남아시아나 중동 지역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는 바닥이 화장실에서 쓰는 거 같은 타일로 되어있었다.

하긴, 이렇게 덥고 습한 나라에서 카펫은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다.

카펫이 빨기 쉬운 것도 아니고, 툭하면 스콜 내리는 이 나라에서는 말리는 것도 일인데.

밖에서 적당히 구경만 하고, 다시 숙소로 향했다.










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어제밤에도 들려왔던 인도네시아 전통음악 소리가 오늘도 나고 있었다.

소리를 따라가보니 바로 숙소 맞은편에 있는 건물 2층에서 나는 소리였다.

낯선 사람들이 기웃거리자 1층에 앉아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를 불렀다.


"무슨 일이세요?"

"어제 밤부터 음악소리가 들려서요. 궁금해서 한 번 와봤어요."

 

그 아주머니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2층에서 젊은 청년 하나를 데려왔다.


"올라가보세요. 이 사람이 안내를 해줄 거예요."



2층에서는 40대-50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들 여럿이 전통 악기를 연주하고 계셨다.

가믈란 Gamelan 이라는 인도네시아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일종의 앙상블이라고 했다.

낯선 이방인의 방문이 부담스러울만도 한데 아저씨들 모두 반갑게 맞아주셨다.

청년은 영어가 매우 유창했고, 아저씨들은 말은 잘 못하셔도 그럭저럭 알아들으시는 눈치였다.

전날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인도네시아 전통음악 거리공연을 인상깊게 봤던 터라 더욱 신기했다.



"한 번 연주해볼래요?"



그분들은  직접 악기를 연주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에게 악기를 선뜻 내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에 조금 고민이 되었다.

괜히 엄한 사람이 와서 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해보지 못했을 체험이라는 생각에 염치불구하고 얼른 가서 앉았다.



안내해준 악기는 사론 바룽 Saron Barung 이라는 악기였다.

자그마한 망치로 음계를 치는 자바 지역의 전통 실로폰이다.

옆에 계신 아저씨께서는 마치 처음 피아노학원에 등록한 5살짜리 어린아이에게 도레도레도레 를 가르치듯이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악보도 우리가 흔히 보는 악보와 달리 음표가 아니라 숫자만 잔뜩 쓰여있었다.

"여기가 1번이고, 이쪽으로 갈수록 2,3번이 되요.
이 망치로 톡톡톡톡 이렇게 치면 되요."

젊은 청년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따로 운지법을 익힐 필요 없이 박자에 맞춰 음계를 망치로 쳐주기만 하면 되는 비교적 간단한 악기였다.
망치로 톡톡 칠 때마다 청아하고 맑은 실로폰 소리가 났다.


실제 악기소리 

옆에 계신 아저씨께서는 마치 피아노학원에 등록한 5살짜리 어린아이에게 도레도레도레 를 가르치듯이 하나하나 알려주셨다.
악기는 총 5음계로 1,2,3,5,6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도레미솔라인 거 같았다.


"자, 이제 다 같이 해보죠."


몇 번 두드려보고 그럭저럭 따라하는 거 같으니, 갑자기 모든 악기들이 다같이 합주를 시작했다.
외국인인 우리를 배려해서 가장 쉬운 악보 첫 장부터 시작했고, 박자도 천천히 해주셨다. 
그런데 긴장해서인지 1111 2222 를 치는 건데도 쉽지 않았다.
망치를 조금만 세게 치면 깽깽거리는 소리가 났고, 또 그렇다고 약하게 치면 소리가 잘 나지 않았다.
음표를 잘못 치는 바람에 삑사리가 나서 연주가 중단되기도 했다.
여러번의 실수 끝에 한 곡을 다치고 나니 잘했다면서 막 칭찬해주셨다.



원래 정식으로 연주하면 이런 곡이 된다.

그곳에서 거의 30분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고는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드리고,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그 분들의 연주와 함께 자바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괜히 두근거리는 마음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분들의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친절한 미소와 다정함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덕분에 인도네시아가 너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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