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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5 호치민&인니 [完]

[인도네시아] 13. 6/4 족자카르타 소노부도요 박물관

by 히티틀러 2016.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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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는 건 언제나 힘들다.

한국에서도 그랬는데, 여행 와서 피곤이 쌓여있는 상태는 일어나기와 더 힘들다

오전에는 크라톤 근처를 보고, 오후에는 프람바난 사원을 다녀오는 빡센 일정을 해야하는 날인 터라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호텔의 아침식사 메뉴는 전날과 비슷했지만, 바나나 잎을 삼각뿔 모양으로 싼 음식은 처음이었다.

몇 개 남아있지 않아서 서둘러 하나를 집어왔다.



나시 르막 Nasi Lemak 


바나나잎을 벗겨보니 흰쌀밥과 함께 고깃조각, 완숙계란 반쪽, 땅콩조림, 삼발소스가 같이 들어있었다.

'나시 르막 Nasi Lemak' 이라는 음식으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도 널리 먹는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이 나시 르막을 휴대용 도시락으로 많이 가지고 다닌다.

삼각뿔 한 두개 정도면 충분한 한끼 식사가 되는 데다가 식사를 마치고나면 바나나잎만 버리면 되기 때문에 간편하고 친환경적이다.

음식을 바나나 잎에 싸는 이유는 가지고 다니기 편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음식의 변질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호텔에서 크라톤 왕궁까지는 2km가 조금 안 되는 직선거리이다.

늘 버스를 타고 지나갔던 터라 제대로 돌아보지 못해서 아쉽게 생각하고 있어서 천천히 걸어갔다.

한 거리에 모스크와 가톨릭 성당, 불교사원이 한꺼번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도네시아의 종교적 다양성을 말해주는 듯 했다.



족자카르타에서는 자바어를 종종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검색엔진에서 자바어를  컴퓨터 용어 Java language 가 나오지만, 여기에서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언어, 즉 Javanese language 를 뜻한다.

자바어는 5세기부터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언어이고, 16세기에는 중부 자바지역에 위치해있던 마타암 술탄국 Mataram Sultanate 의 주요 언어였다.

2007년 기준으로 약 5천만명의 화자가 있다고 추산될 정도로 현재까지도 자바섬에서는 널리 쓰인다.

인도네시아의 국어는 말레이어 계열의 언어인 인도네시아어이지만, 자바어는 지역언어의 일종으로 인정받고 있다.

자바어는 문법이 매우 어렵고 경어법이 까다로워 모국어 화자가 아닌 사람이 익히기 매우 어려워서 공용어가 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바섬의 역사적, 문화적 전통이 깊은 족자카르타나 수라카르타 지역에서는 일상생활에서도 자바어를 많이 사용하고, 학교에서도 기본적인 수준은 배운다고 한다.



크라톤 입구의 바로 맞은 편에 '소노부도요 박물관 Sono-Budoyo Museum'이 위치하고 있다.

론니플래닛의 설명을 보니, 자바 예술의 최고급 콜렉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소노부도요 박물관은 전통적인 목조 건물로 되어 있엇다.

어림잡아 30분 정도면 둘러볼 수 있을 거 같아서 입장권을 사서 안으로 들어갔다. 



전통악기


전날 호텔 근처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가믈란 Gamelan 앙상블인데, 규모가 크고 악기도 다양했다.

가믈란은 자바와 발리섬의 전통 음악으로, 궁중 음악이나 '와양 쿨릿' 이라는 전통 인형극에 많이 사용한다.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가믈란을 연주하는 모습이 부조로 조각되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역사를 가진 악기이다.

자바섬의 전설에 따르면, 2세기경 자바섬을 다스리는 '상 향 구루 Sang Hyang Guru' 라는 신이 다른 신을 부르기 위해서 이 악기를 개발했다고 한다.



베도요 무용수 모형


베도요 Bedoyo 는 왕실에서 공연하던 무용의 일종으로, 이 무용은 왕실의 일상과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한다.

무용수들은 전통 바틱 의상을 입고 있다.




고대 유물





불교&힌두교&이슬람 관련 유물





바틱


인도네시아 바틱 Indonesian Batik 은 전통적인 옷감을 만드는 방식으로,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지정되었다.

전통적인 바틱은 천 위에 뾰족한 도구를 이용해 밀랍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찍어내고 채색한다.

그리고 뜨거운 물에 넣어서 왁스를 녹이고, 그 위에 다시 덧칠하는 과정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만든다.

요즘에는 공장에서 프린팅 기법을 통해 저렴하고 생산해서 일반 사람들도 입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워낙 손이 많이 가고 기술을 요하다보니 왕궁 사람들만 입을 수 있었다고 한다.

200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그 인증서도 박물관에 전시해놓고 있었다.






와양


와양 Wayang 은 자바지역의 전통 인형극이다

얇은 가죽에 채색을 해서 만든 단면으로 된 인형은 와양 쿨릿 Wayang Kulit 이라고 하는데, 

보통 가믈란 오케스트라와 함께 얇은 장막 뒤에서 그림자 인형극을 한다.

입체로 된 인형으로 와양 골렉 Wayang Golek 으로, 나무로 만들었다

와양 쿨릿과는 달리 그림자 인형을 하지 않고, 사람이 막 아래에 숨어서 조종하는 일종의 꼭두각시 인형이다. 

와양 인형극은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소노부도요 박물관에서는 와양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토펭 


토펭 Tepeng 은 인도네시아의 전통 마스크로, 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춤와 음악을 곁들여 가면극이 인도네시아 전통의 한 가지 중요한 장르이다.

토펭은 지역에 따라서 춤의 내용이나 양식, 가면 스타일이 전부 다르다고 한다.



보로부두르 사원 모형




박물관 뒤켠에는 건물 보수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충보고 지나가려는데, 일하시던 아저씨 한 분이 불렀다.


"투리스트?


복원 담당자 즈음 되시는 거 같았는데, 마침 사람이 없었던 터라 낯선 외국인 관광객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 분은 우리에게 이건 무슨 내용을 담고 있고, 무슨 상징이고, 어느 지역 양식이고 등등을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로 열심히 설명해주셨다.

문제는 알아들은 내용이 거의 없었다는 점.

인도네시아어는 못 알아듣고, 영어는 발음이 낯설어서 알아듣기가 쉽지 않았다.


"혹시 한국돈 가지고 있는 거 있어요?"


아저씨는 자신이 취미로 외국 지폐를 수집하고 있다고 있다면서, 가지고 있으면 아무거나 줄 수 있냐고 물어보았다.

친구에게는 한국돈이 단 한푼도 없고, 내 지갑에는 만원짜리 한 장.

귀국하고 나서 공항버스 탈 때 쓰려고 하나 남겨뒀던 것이였다.

드릴까? 아니면 그냥 없다고 할까?

예상보다 큰 금액이라 고민이 되었지만, 결국 그냥 드렸다.

다른 때라면 그냥 없다고 거짓말하고 갔을 테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도움이 받았기 때문에 뭔가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다 보고 박물관을 나가려고 하는데, 박물관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이 또 불렀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 박물관 구경은 잘했냐 등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영어로 다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큰통안


건물 밖에는 속이 큰 커다란 나무통이 하나 걸려있었다.

그 분의 설명으로는 이 나무통은 큰통안 Kentongan 이라고 하는데, 전화기가 없던 시절에 소식을 알리는 도구로 쓰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봉수대에 불을 피운 개수에 따라서 상황을 알려주는 것처럼 큰통안도 사람이 죽거나 불이 나거나 적이 오는 등에 상황에 따라서 두드리는 방법이 다르다고 한다.





"이 분들이 와양 쿨릿을 만드시는 분들이세요."


박물관 뒷켠 한 쪽에는 작은 공방인 곳으로 데려가더니, 장인 두 분을 소개시켜주셨다.

박물관 안에서 보면 와양을 만드는 모습을 직접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니 너무 신기했다.



와양 쿨릿은 뒷면이 비쳐보일 정도로 얇은 가죽으로 만든다.

가죽 위에 밑그림을 그리고 재단을 한 다음에 잘라내고, 세밀한 부분은 일일히 뽀족한 정으로 찍어낸다.

극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도록 팔과 다리는 따로 만든 후, 압정 같은 핀으로 고정한다.



그 위에는 붓으로 일일히 채색을 하는 그야말로 고된 과정이다. 

완성된 작품은 이렇다.




"이 분들이 직접 만드신 제품을 살 수도 있어요.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분위기는 점차 구입을 권유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솔직히 사고 싶었다.
외국여행 가서 기념품을 사왔더니, 뜯고 보면 'Made in China' 인 경우가 흔하다.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해당하는 인형을, 그것도 장인들이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 물건이 탐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 가서 이만한 기념품을 구할 수 있을까.
하지만 결국 사지는 못했다.
1달 계획의 동남아 3개국 여행에서 첫 국가, 첫 여행지가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였다.
여행에서 몇 푼 아끼겠다고 사고 싶은 거 못 사고, 하고 싶은 거 못 하는 걸 싫어하는 나이지만, 비용적인 측면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여행비가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여행 초반부터 갖고 싶다고 돈을 막 쓰다가 여행 막바지에 고생할 순 없으니까.
귀한 것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크라톤을 보러 가야한다고 나왔다.
아쉬워하시긴 했지만 억지로 잡거나 강매를 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아쉽다.
족자카르타에 다시 가게 된다면 수노부도요 박물관에 다시 들려서 와양 쿨릿을 꼭 사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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