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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2 투르크멘&아제리

[아제르바이잔] 12. 7/5 바쿠 (1) 투르크메니스탄 페리항, 이체리쉐헤르

by 히티틀러 2012.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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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오전 8시 바쿠에 도착 예정.

아침에 일어나니 바쿠가 보였어요.






습한 바닷 바람 때문에 몸도 끈끈하고, 머리도 떡졌지만 다시 샤워실에 들어가기는 찜찜해서 방에 있는 세면대에서 대강 세수와 양치만 했어요.

주변 풍경을 보니 배가 선착장에 도착한 것 같기는 한데, 아무런 말도 없고 3등칸에 묵는 승객들은 우리 밖에 없어서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마침 옆 방 선원들에게 물어보니 내릴 때가 되었으니 슬슬 짐 챙겨서 나가라고 했어요.

그들을 따라서 나가보니 이미 다른 승객들은 전부 나와 모여있었어요.



입구에 서 있던 선원은 한 명씩 이름을 부르더니 여권과 배 티켓을 돌려주었어요.

우리도 여권과 티켓을 받고 배에서 내렸어요.

(개인정보는 자체 모자이크)



드디어 밟은 아제르바이잔 땅.

항구에서의 입국심사는 공항이나 육로로 입출국할 때보다 훨씬 허술했어요.

가지고 간 짐은 엑스레이 한 번 돌리고, 카메라 가방 열어서 보여주고, 사진 찍고 끝.

카프카스 3국인 입출국시 국경에서 사진을 찍어요.

자꾸 카메라를 보라는데 보통은 컴퓨터 모니터위에 붙어있거나 뒤쪽에 달려있는데, 선착장에서는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어서 찾는데 한참 걸렸어요.

입국시 혹시 문제가 될까봐 돌아가는 편도 비행기표를 우즈베키스탄에서 사가지고 갔는데 그런 건 묻지도 않았어요.


아제르바이잔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고민되었던 건 바로 숙소 문제.

이제르바이잔의 생활 물가는 서울과 비슷한 정도지만, 숙박비와 외식비는 서유럽 국가 못지 않게 비싸요.

작년에는 초청장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호텔에 숙박해서 바쿠 구경도 제대로 못하고 도망치듯 떠나야했지만, 이번에는 바쿠에서 여유롭게 지내면서 구경하고 싶었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 바쿠의 저렴한 숙소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2008년 버전 론니플래닛에 나오는 저렴한 숙소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고 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이쳬리 쉐헤르에'카스피안 호스텔 caspian hostel'이라는 저렴한 호스텔이 있다는 것을 찾았어요.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일정을 어떻게 될지를 몰라서 예약을 못해 좀 불안하긴 했지만, 일단 그 호스텔을 찾아서 이체르 쉐헤르에 가기로 했어요.





작년에 아제르바이잔에 왔을 때가 7월 초였으니까 거의 만 1년을 맞춰서 바쿠에 다시 왔어요.

1년 사이에 리모델링을 열심히 했는지 바쿠는 작년보다 훨씬 세련되게 바뀌어있었어요.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선착장에서 이췌리쉐헤르가는 버스는 없으니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어요. 

짐을 잔뜩 짊어지고 있는데, 누가봐도 관광객처럼 보였는지 손도 안 흔들었는데 택시가 한 대 섰어요.

택시기사는 이체리쉐헤르까지 15달러는 받아야한다고 했지만, 열심히 흥정해서 10달러까지 깎아서 갔어요.

무조건 값을 후려친게 아니라 현지인들이 그 가격이면 갈 수 있다고 했거든요.


"여기가 이쳬리쉐헤르예요. 여기 안에는 차가 못 들어가요."


택시기사 아저씨는 기름값이 비싸다고 중얼거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입구까지 데려다주었어요.

이쳬리 쉐헤르는 대통령의 지시로 인해 거주자 외에는 차량을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요.







인터넷에서 찾아온 주소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갔어요.

아제르바이잔에서는 터키어가 매우 잘 통하기 때문에 큰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없이 찾아갈 수 있었어요.

'카스피안 호스텔 Caspian hostel'은 바로 메르디안 호텔 옆 길로 들어가면 있었는데, 아직 잘 알려진 숙소가 아니라서 다행히 예약하지 않아도 자리가 있었어요.

아직 잘 알려진 숙소가 않아서 다행히 예약하지 않아서 자리가 있었어요.




크즈 칼라스(처녀의 탑)와 아즈네프트 광장과도 가깝고, 길만 건너면 파크 불바르(바닷가 공원)가 있으니 관광하고 놀기에는 최고의 위치였어요.

호스텔을 운영하는 가족이 바로 옆에서 같이 살아서 시설도 깨끗하고, 공용 냉장고도 사용할 수 있으며, 발코니에서는 와이파이도 잡혔어요.

무엇보다도 가격이 하루밤에 1인당 16마나트.


앗싸, 횡재했구나!


바쿠에서 정 숙소를 못 찾으면 하루밤에 한 사람당 40-50마나트 호텔까지는 어떻게 수용해볼 생각까지 하고 있었어요.

물론 그 경우에는 바쿠의 비싼 물가를 피해 빨리 다른 도시로 도망가야하겠지만, 하루밤에 16마나트라면 바쿠에서 시간과 비용에 쫓기지 않게 여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인터넷에서 이 곳을 찾아온 것은 정말 신의 한수라는 생각을 하면서 4일을 머물기로 했어요.

아제르바이잔 마나트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온 후 숙박비를 내겠다고 하자 그러라고 했어요.



기념품들을 파는 보물상자.




크즈 칼라스는 작년에도 보수 중이더니 여전히 공사를 하고 있었어요.

바쿠 시내는 1년 새에 못 알아볼 정도로 확 바뀌었는데 저기는 별로 리모델링할 생각이 없는건가???



바쿠의 햇살은 여전히 강했지만, 날씨는 작년에 왔을 때만큼 덥게 느껴지지가 않았어요.

아슈하바트의 극악의 더위를 겪고 와서 그런지 모자 쓰고 다니면 그럭저럭 쾌적하게 다닐만 했어요.




일단 중심가에 있는 ATM에서 아제르바이잔에서 사용할 돈을 인출했어요.

600마나트를 인출하려고 했으나 최대한도가 500마나트여서 500마나트만 인출했어요.

1마나트는 거의 1유로와 똑같아요.

가장 큰 지출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한 바쿠 숙소에서 많은 돈을 절약했기 때문에 500마나트로 아제르바이잔을 떠날 때까지 충분히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다시 숙소에 돌아와서 숙박비를 지불한 뒤, 샤워를 하고 바쿠 관광에 나서기로 했어요.

니자미 거리나 분수 광장은 작년에 이미 봤으므로 굳이 지금 다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먼저 서점에 가보기로 했어요.

어느 나라든 여행을 갈 때는 반드시 서점에 들리거든요.


"혹시 근처에 서점 있나요?"

"뭄(MUM, 중앙백화점) 근처에 지하상가가 있는데 거기에 서점들이 있어요."

"여기서 어떻게 가요?"

"근처에서 버스 타면 바로 가요. 마침 내가 나가는 김에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가줄게요."


우리는 호스텔 주인언니를 따라서 종종 따라갔어요.


"두 사람은 한국 사람들 같지가 않네요."


호스텔 주인 언니의 이야기에 따르면 호스텔을 오픈한 뒤로 한국인들이 몇 명 왔었는데, 사람들이 매우 안 좋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한국 사람들에 대해서 매우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 사람들과 달라서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요.

버스 정류장은 아즈네프트 광장 근처에 있었어요.

언니는 마침 온 버스를 타면 된다며 버스 기사에게 우리를 뭄에서 내려다달라고 이야기했어요.

버스비는 20케픽. 운전기사 바로 옆에 동전들이 가득 있는 통이 있는데 탈 때는 내릴 때든 거기에 놓고 알아서 거슬러가면 되요.






뭄 근처 지하상가에는 언니의 얘기와는 달리 조그만 서점 매대 하나 밖에 없었어요.


"혹시 서점들 많이 모여있는 곳이 있나요?"

"그러면 이이르미 세키즈 마이(28 May) 지하철 역으로 가봐요."


서점 언니는 뭄 앞에서 95번 버스를 타면 바로 간다고 알려주었어요.






뭄 바로 옆에는 메르신 이라는 조그만 식당이 하나 있었어요.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물만 마시고 쫄쫄 굶은 우리는 일단 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어요.

메뉴는 도네르, 라바쉬 같은 케밥 종류와 수프, 피자, 피데 등이 있었어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지 메뉴판은 아제리어, 러시아어, 영어 3개로 되어 있었어요.

우리는 쇠고기 도네르와 콜라 2잔을 주문했어요.



굶어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 맛있었어요.

가격도 도네르 하나에 2마나트, 콜라 한 잔 0.6마나트.

외식비 비싼 바쿠에서 둘이서 5마나트에 맛있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획기적이고 행복한 일이었어요.

빵을 열심히 뜯어먹으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여기를 오자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고, 우리는 바쿠에서 지내는 내내 매일 메르신 카페에 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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