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을 지날 때마다 늘 궁금했던 것 중의 하나가 아프리카 음식이에요.

아프리카 거리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규모이긴 하지만, 이태원 쪽에는 아프리카 음식점이나 흑인 머리를 하는 미용실 등 몇 군데 부대 시설이 있어요.

아프리카 음식점은 근처를 종종 지나가면서도 늘 가볼까 말까 망설였어요.

맛이 없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오랫동안 게속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다가 '정 맛이 없으면 돈을 그냥 길바닥에 버렸다고 생각을 하자' 라는 생각으로, 아주아주 큰 마음을 먹고 다녀왔어요.



베텔 아프리칸 레스토랑은 이름이 아프리칸으로 되어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이지리아 음식이라고 해요.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한국에서 중고 자동차를 많이 사간다고 해요.

보따리상도 꽤 있는 편이라고 하고요.

가파른 계단을 따라서 2층으로 올라갔는데, 문도 없고 흑인들이 멀뚱멀뚱 앉아있어서 여기가 맞나 당황스러웠어요.

테이블 3-4개 정도의 작은 가게더라고요.




베텔 아프리칸 레스토랑 메뉴.

메뉴 종류는 그닥 많지 않고, 수프 + 푸푸로 구성되어 있어요.

가게에는 요리사 겸 일하시는 분, 딱 한 분 계셨는데 흑인분이셨어요.

한국어를 못하셔서 영어로 주문해야해요.




말타 고야


먼저 생수를 한 병 주시는데, 유료예요.

냉장고를 보니 처음 보는 '말타 고야 Malta Goya' 라는 음료가 있길래 그걸로 바꿔달라고 했어요.

영어로  'non-alcoholic malt beverage' 라고 적혀있는데,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음료인지 모르겠어요.

컵에 따르니 사약처럼 색깔이 시커매요.



갱엿 맛?



향도 달큰하니 갱엿 같은 향이 났는데, 맛도 진짜 물에 엿을 녹여먹는 느낌이에요.

달큰하면서도 오묘하게 고소해서 상당히 재밌었어요.



졸로프 라이스


혼자 가기는 조금 무서워서 친구랑 같이 갔는데, 친구에게는 졸로프 라이스를 주문해줬어요.

지난 번 송탄에 있던 서아프리카 음식점에서 졸로프 라이스를 먹어봤는데, 그 때 상당히 맛있었거든요.

졸로프 라이스는 볶음밥의 일종이라서 실패할 확률도 적었고요.



참고 : [서아프리카] 송탄 맛집 -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 Saveurs Et Afrique




원래 메뉴에는 졸로프 라이스와 튀긴 플렌테인이 나온다고 되어 있었는데, '치킨 or 피쉬'를 묻더라고요.

치킨을 달라고 했더니 커다란 닭다리가 나왔어요.



맛없어



기대했던 그 맛이 아니었어요.

닭은 바짝 구운데다 말라서 원시인마냥 이빨로 힘껏 뜯어먹어야하는 수준이었고, 졸로프라이스는 냉동실에 얼려둔 밥을 전자렌지 돌려서 내온 수준이었어요.

같이 나온 소스는 뭔지 모르겠어요.

색깔이 빨갛고 기름기가 있어서 매워보였는데, 사실 그렇게 맵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멸치고추장볶음 같은 데에서 나는 비린내가 확 느껴졌어요.

못 먹을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냥 배만 채울 정도의 음식이었어요.



저는 먼저 볼에 물부터 한 그릇 냅다 떠줘요.



푸푸


접시에 이상한 밀가루 반죽이 하나 나왔어요.

카사바나 그린 플렌테인 (초록 바나나) 가루에다 물을 반죽해서 끓는 물에 삶은 뒤 절구에 찧어서 만둘어요.

이름은 조금씩 달라지지만 나이지라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지역에서 주식으로 널리 먹는 음식이라고 해요.



손으로 반죽을 조금씩 떼어서 주물주물 모양을 만든다음에 수프에 찍어먹어요.

질감도 진짜 뜨거운 반죽 만지는 느낌이라서 요새 어린애들에게 시켜준다는 촉감 놀이 하는 기분이었어요.

아까 나온 물 한 사발도 푸푸를 주무르기 쉽도록 물을 묻혀가면서 하라는 의미였고요.



아무 맛이 없어



먹기 좋은 크기로 떼어서 손때 좀 묻혀서 입에 넣었어요.

그런데 정말 아무 맛도 없어요.

심지어 간도 안 되어 있어요.

'이게 뭐지?' 라는 눈으로 보니,그 흑인분께서 '이건 한국의 떡과 같은 것이다. 스프를 찍어먹어야한다' 라고 알려주셨어요.



에구시 수프

원래는 다른 수프를 먹고 싶었지만, 이게 맛있다는 추천으로 골랐어요.
설명할 때는 '멜론 수프' 라고 하셨는데, 솔직히 멜론 맛이나 향은 하나도 안 느껴졌어요.
오히려 풀떼기와 고기 몇 조각 들어간 비지찌개와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에도 말린 생선가루 같은 걸 넣은 건지 아까와 같은 비린내가 났어요.
고기는 국거리 부위 같았는데, 여전히 질기고요.
칼로 썰어보려고 했으나 잘 안 되어서 이로 물어뜯어야했어요.
심줄 부분은 아무리 씹어도 넘어가지 않을 정도였어요.
간이 좀 짠 거 빼고는 먹을만 하긴 했지만, 굳이 다시 먹고 싶은 맛은 아니예요.
푸푸랑 같이 먹으니 뱃속에서 푸푸가 불어나는 느낌이라 결국 다 못 먹고 남겼어요.




처음부터 길바닥에 돈을 버린다는 생각으로 방문한 곳이었기 때문에, 예상보다는 먹을만한 맛이었어요.
하지만 굳이 다시 먹고 싶지 않았어요.
고기 종류는 너무 익혀서 너무 질겨서 구석기 원시인마냥 이빨로 물어뜯어야했고, 음식 자체도 주방에서 갓 만들었다기보다는 미리 만들어놓은 걸 단순히 데워온 느낌이 강했어요.
그리고 모든 음식에서는 이상하게 멸치볶음에서 나는 것과 같은 비린내가 났고요.
왠만하면 제목에 '맛집' 이라고 키워드를 넣는 편인데, 솔직히 '맛집'이라고 남에게 추천하기는 좀 힘들어요.
지난 번에 송탄에 있는 서아프리카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나서 상당히 맛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가 유난히 요리를 잘하는 거였나봐요.
그냥 한 번 먹어본 데에만 만족할래요.
나이지리아 여행은 평생 안 갈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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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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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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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프리칸 레스토랑은 처음 보네요 ㅎㅎ
    나이지리아 음식은 상상도 못해봤는데.. 이렇게 올려주신
    포스팅을 보게 되네요^^;
    아무래도 한국인 입맛에는 조금 어렵나보네요~
    궁금하긴 한데 ㅎㅎ 두렵네요 ㅎㅎ 먹어보기가 ㅎ

    포스팅 잘봤습니다!@

    2017.08.11 10: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음식이 자체가 바짝 구워서 너무 질겼고, 갓 조리한 게 아니라 미리 만들어준 걸 데워주기만 한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그거보다 음식 전반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 때문에 더 힘들었네요.

      2017.08.11 17:11 신고 [ ADDR : EDIT/ DEL ]
  2. 글로벌한 음식미각을 가지고 있는 저라서
    다른나라 음식을 도전할 기회가 있는걸 무척 좋아하는데
    아직 아프리카 음식은 먹어보지 못했네요.
    나이지리아 음식이라....
    입맛이 동하고 있습니다.

    2017.08.11 10: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음.... 저도 외국 음식 좋아해서 먹으러 다니는데 '정말 독특한 음식을 먹고 싶다' 하는 경우가 아니면 추천 안 드리고 싶어요.
      사실 먹기가 좀 많이 힘들었어요.

      2017.08.11 17:11 신고 [ ADDR : EDIT/ DEL ]
  3. 저 말타고야란 건 음료수였군요.
    잔에 따른 거 보고 아프리카 흑맥준가 했어요.
    닭다리와 볶음밥 조합은 만국 공통으로 좋아하나봐요.
    말레이시아에서도 저 조합 먹었는데, 그건 맛있었건만..
    웬만해선 실패하기 어려운 조합인데, 재료가 좋질 못했나 보네요.
    다른 음식들까지도 맛이 없었다니..
    속상하고 화나셨겠어요. ㅡ_ㅡ^
    초반에만 해도 흔치 않은 가게라 괜찮으면 나도 나중에 가야지 했건만.. 여긴 이태원에서 가면 안되는 쪽으로 기억속에서 분류해놔야겠군요.ㅋ

    2017.08.11 15: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짜 닭과 볶음밥은 맛없기 힘든 조합인데 맛이 없었어요.
      다른 사람 델구 갔다가는 욕 왕창 먹을 거 같은 느낌ㅋㅋㅋㅋ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 왠만하면 제목에 '맛집' 이라는 키워드를 넣지만, 여기는 양심상 맛집이라고 쓸 수가 없었네요.

      2017.08.11 17:13 신고 [ ADDR : EDIT/ DEL ]
  4. 나이지리아 음식점도 있다니 신기하네요.
    이태원에 흑인들이 상당히 많이 보이는데
    한국에 있는 나이지리아 사람들이 찾을 것도 같구요..
    아프리카하면 못살아서 음식값이 저렴할 것 같은데
    관광지는 너무나 비싸고 가성비가 떨어졌던 기억이 나네요.

    2017.08.11 16: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나이지리아 상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중고차나 중고 가전제품, 헌옷 등을 헐값에 사서 자기 나라에서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도 여행을 주로 관광산업이 발달하지 않는 후진국을 주로 다녔는데, 오히려 그런 나라들이 여행비가 더 많이 들더라고요.
      숙소, 음식점 등의 스펙트럼이 다양하지 못하고, 안전이나 위생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좀 지낼만한 곳은 대부분 관광객 위주라서 가격이 상당히 높게 형성되어 있는 거 같아요.

      2017.08.11 17:17 신고 [ ADDR : EDIT/ DEL ]
  5. 으헛 ! 음식 비주얼만 보고 외국 현지 음식인 줄 알았는데 한국에서 판매 중이 음식이었군요
    독특해 보이긴 하지만 뭔가...손이 가는 비주얼은 아니네요...
    포스팅 잘 보고갑니다 ^^

    2017.08.11 1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프리카 현지에서 먹을 수 있으면 좋지만, 거기까지는 가는게 일이예요ㅎㅎ
      한국인들에게는 거의 안 알려져있고, 현지인들만 찾는 음식점인 거 같았어요.

      2017.08.12 18:53 신고 [ ADDR : EDIT/ DEL ]
  6. 아... 아프리카 음식 맛 없다는 포스트를 좀 읽은 거 같아요ㅋㅋㅋㅋㅋ
    과감히 도전을 하셨군요! 대단하세요ㅋㅋ 저는 도전 못할 거 같아요ㅠㅠㅠ
    무엇보다 밀가루가 정말 충공깽이네요ㅋㅋㅋㅋ....

    2017.08.11 19: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프리카도 사람 사는 곳인데, 음식 잘 하시는 분이 정성껏 만드시면 맛있겠죠.
      여기는 주방도 안 보이고, 미리 만들어둔 거 데운 느낌이었어요.
      게다가 맛보다도 음식 전체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냄새가 더 힘들었네요.
      그냥 한 번 먹어본 것으로 만족하려고요ㅎㅎㅎ

      2017.08.12 18:55 신고 [ ADDR : EDIT/ DEL ]
  7. 그래도 집중해서 읽었어요..신기해서요...ㅋㅋㅋ 맛은 없어도 세계여행하는 기분으로 한 번 들려볼만할 것 같은데요. 이태원에 나이지리아분들이 많다고 언뜻 들은 거 같은데 소문은 별로 안 좋았던 것 같아요..ㅋㅋㅋㅋ

    2017.08.11 21:2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나이지리아 분들 중에서 불법체류자 분들도 많고, 범죄도 몇 건 있어서 인식이 그다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음식이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비린내가 계속 나는 게 좀 힘들었네요.
      나이지리아 안 가고 한국에서 그 나라 음식 먹어봤다는데 만족해요ㅎㅎㅎ

      2017.08.12 18:58 신고 [ ADDR : EDIT/ DEL ]
  8. 포스팅 재밌네요. 호기심 유발하는 콘텐츠 같아요. 아프리카 음식 먹어 봐야지 하면서도, 유감이지만 막상 보니 안땡기네요. 자메이카 음식이랑 비슷한 것 같기두하구..

    2017.08.11 22:0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프리카 음식이 자메이카를 비롯한 카리브해 인근과 유사점이 많은 건 사실이에요.
      노예 무역이 성행할 때 아프리카에서 데려온 노예들을 카리브해 국가의 사탕수수 농장 등에서 일하게 하기도 했고요.
      자메이카나 카리브해 쪽 음식도 먹어보고 싶은데, 파는 데를 찾기 어렵네요.

      2017.08.12 19:01 신고 [ ADDR : EDIT/ DEL ]
  9. ㅎㅎㅎㅎㅎ 저도 중학교때인가 너무 궁금해서 이태원가서 아프리카 음식 먹어본적있어요...히틀러님과 똑같은 반응이였습니다..... 충격을 먹고 그뒤로는 안갔네요 ㅎㅎㅎㅎ

    2017.08.12 00: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악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 나라 저 나라, 못 먹을 음식을 다 먹고 나서도 '이거 못 먹겠다' 했는데, 중학교 때 드셨으면 더 충격이셨겠어요ㅋㅋㅋㅋㅋㅋ

      2017.08.12 19:05 신고 [ ADDR : EDIT/ DEL ]
  10. 헉...여기를 가셨군요! 예전 저기 맞은편에 있는 아프리카 식당 갔다가 맛없어서 격분하고 저기 갔다가도 그때보다 조금 낫지만 역시나 격분했었는데요 ㅋㅋㅋㅋ 막 나만 당하다니 억울해! 했던 기억이 나요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히티틀러님께서도 가셨군요. 뭔가 동지애(?)가 느껴지네요 ㅋㅋㅋㅋㅋㅋ

    2017.08.12 17: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 음식점은 다른 곳으로 옮긴 거 같더라고요.
      이런 동지애는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ㅋㅋㅋ

      2017.08.13 01:16 신고 [ ADDR : EDIT/ DEL ]
  11. 아아 마지막 문장에서 정말 격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아아아...

    2017.08.12 23: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물론 나이지리아에도 맛있는 곳이 있겠죠.
      하지만 굳이 가고 싶지는 않아요ㅎㅎㅎ

      2017.08.13 01:16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