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음식은 참 접하기 어려워요.

물리적 거리도 워낙 먼 데다가 교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여행자들이나 결혼 이민자들도 정말 소수이다보니 절대적인 관심 자체가 없어요.

그 나라에는 무슨 음식을 먹고 사는지,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정보가 많지 않아요. 

그나마 모로코나 이집트, 튀니지 같은 북아프리카 음식점은 중동/아랍 음식점과 함께 묶여서 몇 군데 있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소위 블랙 아프리카 음식점은 정말 보기 힘들어요.

이태원에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음식점이 있는 게 아마 전부일 거예요.

그런데 송탄에 서아프리카 음식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블랙 아프리카 음식은 처음이라 입맛에 맞을지 반신반의했지만, 경험 삼아 다녀왔습니다.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 Saveurs Et Afrique 는 평택국제시장 쪽에 위치하고 있어요.

1호선 송탄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예요.

백종원의 3대 천왕에도 나온 부대찌개집 '김네집' 과 '미스진 햄버거'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요.



가게는 그닥 크지 않고, 바도 같이 운영하고 있는 거 같아요.

일하시는 분은 젊은 흑인 여성분 한 분이셨는데, 요리와 서빙, 캐셔까지 혼자 다 하시더라고요.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전부 흑인들이었어요.





사뷔에르 에 아프리크 메뉴.

서아프리카 요리와 프랑스 요리, 카리브해 요리를 다 취급하고 있어요.

메뉴판은 영어로만 되어 있지만, 사진이 전부 첨부되어 있기 때문에 주문에 그닥 어렵지는 않아요.

쉐프님이 한국어를 못 하시기 때문에 주문도 영어로만 해야해요.



먼저 생수와 컵을 가져다줘요.

물은 유료로, 생수병을 개봉하면 1천원이 추가됩니다.

음료나 칵테일 종류를 주문하셔서 물을 안 드실 분들은 아예 개봉하지 않는 게 좋아요.



식전빵&버터


주문한 음식이 만들어지는 동안 식전빵과 버터가 나왔어요.

빵은 갓 구운 것처럼 정말 따뜻했어요.

가운데를 갈라서 버터를 놓고 잠시 기다리면 그 온기에 버터가 사르르 녹아요.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식전 빵부터 퀄리티가 좋아서 음식맛도 기대가 되었어요.



플렌테인


플랜테인 Plantains 은 간단히 말해서 바나나 튀김이에요.

우리나라는 바나나를 생과일로 많이 먹지만, 남아시아, 아프리카, 카리브해 등의 지역에서는 바나나를 요리용으로 많이 사용해요.

플렌테인은 우리가 먹는 노란빛의 디저트 바나나와 달리 녹색을 띄기 때문에 '그린 바나나 Green Banana' 혹은 '쿠킹바나나 Cooking Banana' 라고 부르기도 해요.  

단맛이 적고 탄수화물이 많기 때문에 굽고 찌고 튀기고 끓이는 등의 조리를 해서 먹는다고 해요.

여기에서는 플렌테인 바나나를 두툼하게 잘라서 튀긴 음식이 나왔어요.

겉색깔이 시커매서 태운 줄 알았는데, 탄맛은 나지 않았어요.

반으로 가르면 노란 바나나의 속살이 보이는데, 바나나 특유의 달큰한 맛에 새큼한 맛이 더해지니 굉장히 새로웠어요.

튀김이지만 느끼함도 별로 없고, 디저트 같은 느낌도 살짝 나더라고요.



졸로프 라이스 with 쇠고기


졸로프 라이스 Jollof Rice 는 나이지리이와 가나를 중심으로 말리,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널리 먹는 음식이예요.

8월 22일은 '국제 졸로프 라이스의 날 World Jollof Rice Day' 로 지정되어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특히나 생일이나 결혼식 같은 큰 행사에는 빠지지 않는다고 해요.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음식인 잠발라야 Jambalaya 의 조상격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아프리카 현지에서는 나이지리아와 가나 사이에 원조 논쟁이 있다고 하네요.

1천원을 추가하면 쇠고기나 닭고기, 새우를 추가할 수 있는데, 쇠고기로 달라고 했어요.



의외로 평범한데?



편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아프리카 음식이라고 하면 굉장히 이국적인 맛이 날거라고 생각했어요.

각종 향신료는 기본이고, 음식 색깔부터 붉어서 최소한 매콤한 맛이 날 줄 알았어요.

살짝 매콤한 맛이 가미되어 있긴 하지만, 맛은 의외로 평범하고 익숙해요.

매운 거 잘 못 먹는 어린아이들 먹으라고 케찹 넣고, 고춧가루나 고추장을 살짝 넣어서 만든 볶음밥 느낌?

원래 레시피가 토마토 페이스트를 섞은 닭육수에 익힌 쌀을 넣고 졸여서 만드는 음식이라고 하더라고요.

외국 음식은 낯설어서 잘 못 드시는 분이나 어린아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맛이에요.



케제누 


케제누 Kedjenou 는 아프리카 스타일로 시즈닝을 한 치킨으로 만든 토마토 수프로, 코트디부아르의 전통 음식이자 대중적인 요리예요.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케제누를 잘 만드는 여자는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해요.

케제누를 주문하려고 하니 쉐프 분께서 '매운데 괜찮아요?' 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전 매운 걸 잘 못 먹는터라 많이 매운지 걱정하니까, 조금 덜 맵게 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음식이 나와서 보니 닭볶음탕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이건 해장음식이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모금 떠서 살짝 맛보니, 정말 칼칼하면서도 개운해요.

푹 삶아서 닭고기도 야들야들하고, 야채도 흐물흐물해요.

닭고기에서 후추와 시즈닝의 향이 느껴지긴 하지만, 그렇게 거북스럽게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어요.

닭볶음탕이라고 하기에는 묽고 맛이 가볍고, 그렇다고 닭곰탕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 중간 어느 즈음의 맛?

매콤함과 함께 토마토 맛이 함께 나는데, 시다거나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느낌이에요.

닭볶음탕이라고 보기에는 국물이 맑고 가볍고, 매운 닭곰탕이라고 보기엔 재료나 맛은 닭볶음탕 느낌이 많이 나요.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끝맛이 깔끔해서 진짜 코 박고 먹었어요.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케제누에는 밥도 같이 제공되요.

롱그레인은 아니고, 한국 쌀로 만든 거 같아요.

고슬고슬하니 케제누에 말아먹으면 맛있어요.









솔직히 별 기대 안 하고 간 곳인데, 굉장히 맛있게 먹고 나왔어요.

무엇보다도 쉐프님의 요리 솜씨가 정말 좋으신 거 같아요.

위치상 한국인보다는 외국인들의 비중이 월등하게 많으니만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한 건 아닐 거예요.

그런데도 음식을 정말 깔끔하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아요.

터키나 인도 음식보다도 친숙한 맛이라서 외국 음식을 많이 접해보지 않으신 분들도 큰 부담 없이 즐기실 수 있는 수준이애요.

전 특히 케제누가 너무 맛있었어요.

제가 요리 솜씨만 좋다면 만들어먹고 싶을 정도로요.

지하철 왕복에 3시간을 소요했지만, 다녀온 게 아깝지 않아요.

기회만 되면 사뷔에르 에 아프리카에 또 가서 다른 아프리카 음식들을 맛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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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티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