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돌아오고 B는 피곤해서 쉬고 싶다고 했어요.
저와 A는 저녁 먹을 때까지는 잠시 돌아다니다 오기로 했어요.
우리는 전날 걸었던 루다키 거리 말고 다른 쪽으로 걸어갔어요.
사람들도 많고, 차들도 많고, 가게들도 많은 것이 전통 시장인 것 같았어요.
크게 눈길이 가는 건 없었어요.
파는 물건도, 시장 모습도 우즈벡에서 보던 거와 너무 비슷했어요.
너무 늦지 않게 숙소에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적당히 보다 나왔어요.
한참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돌아다니다가 한 출구로 나왔어요.
시장의 이름은 '쇼흐 만수르 시장'.
"여기가 쇼흐 만수르 시장이라고?"
론니플래닛에 보면 두샨베의 중심 시장이며, 여행 중 먹을 간식이나 말린 과일을 사기에는 최고의 장소라고 나와있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몇 달 살면서 전통 재래시장을 많이 다녀본 저와 A씨의 입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시장'에 불과했어요.
호텔 앞에 있는 아이니 공원.
바로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에 있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호텔 창문으로 내려만 봤지, 제대로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이 곳도 보기로 했어요.
전기가 부족한 타지키스탄에서 분수도 가동시키고, 가로등도 잘 들어오는데다가 근처에 기차역과 쇼흐 만수르 시장이 있어서 오가는 사람들이 매우 많았어요.
아이니 동상.
주변에 세워진 동상들.
호텔에서 쉬고 있는 B를 불러서 같이 저녁을 먹으러 나갔어요.
해질 무렵의 루다키 거리.
저녁이 되니 낮보다 많이 선선해져인지, 낮보다도 오히려 사람이 많은 거 같아요.
저녁 식사로 전날 갔었던 패스트푸드점 SFC에서 햄버거 세트를 먹었어요.
"우리 세가프레도 가자."
세가프레도는 론니플래닛에서 추천하는 카페인데,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고 했어요.
커피도 한 잔 마시고, 핸드폰으로 집에 연락도 할 생각이었어요.
A와 B도 좋다고 했어요.
주로 외국인이 많이 찾는 카페여서 그런지, 영어를 잘하는 직원들이 꽤 있었어요.
커피를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사를 할 수 있는 메뉴도 있었어요.
음료 값은 8-15소모니 정도로 상당히 비싼 편이었어요.
저는 마키아토를 시키고, A와 B도 각자 커피를 시켰어요.
커피는 양이 너무 적고, 너무 독했어요.
딱 에스프레소에 우유 조금 넣은 정도였어요.
잔이 큰 것은 훨씬 가격이 더 비쌌어요.
한국처럼 그냥 커피만 먹기는 힘들고, 꼭 같이 물을 곁들여서 먹어야할 정도였어요.
커피를 한 모금씩 천천히 넘기며, 핸드폰을 통해 와이파이를 쓰며 오랜만에 인터넷도 쓰고, 가족들에게 연락도 하고, 앱들도 업데이트 했어요.
저녁이 되니 기온도 낮아지고, 낮동안 데워졌던 몸도 식어서읹 꽤 쌀쌀하게 느껴졌어요.
30도가 훨씬 넘는 타슈켄트의 늦봄 기온을 생각하고 짧은 옷만 챙겨갔는데, 두샨베는 타슈켄트보다 지대가 높아서인지 기온이 낮은 거 같았어요.
저처럼 추위를 느끼는 사람이 아직 많은 것인지 카페에서는 담요를 구비해두고 있었어요.
종업원에게 담요를 달라고 부탁하자, 잘생긴 남자 직원이 직접 어깨에 덮어주는데 괜히 낯부끄러워서 혼났어요.
우리는 목이 말라서 차를 다시 주문했어요.
차는 커피처럼 1잔이 아니라 주전자로 나오는데, 오히려 커피보다 훨씬 좋았어요.
가격은 8소모니로 커피와 비슷하고, 여러 명이서 마시고 싶은 만큼 따라 마시면 되니 나눠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기도 좋았어요.
차를 다 마시고 나서 우리는 천천히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다가, 루다키 공원을 들렸어요.
공원 전체는 아니지만, 일부에는 불을 밝혀놓았어요.
우리처럼 사람들도 산책을 하고 있었고, 장사하는 사람도 일부 나와서 초콜릿이나 과자 같은 간식거리를 팔고 있었어요.
우리는 루다키 동상에 앉아 여행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잡담도 나누다가 숙소로 돌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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