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비가 서서히 그쳤어요.
"빅토리 파크 가자."
A씨가 멀지 않은 곳에 빅토리 파크가 있으니 보러 가자고 했어요.
론니 플래닛을 보니 두샨베의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인데, 소련식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고 했어요.
케이블카! 케이블카!!
며칠간 평소보다 무리해서 돌아다닌 탓에 조금 피곤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그닥 힘들 거 같지 않았어요.
더군다나 소련식 케이블카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어서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저와 B씨는 좋다고 했고, 우리는 론니플래닛의 지도를 보면서 빅토리 파크로 천천히 걸어갔어요.
두샨베의 중심가인 루다키 거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골목인데 불구하고, 도로 상태는 형편이 없었어요
인도는 제대로 마련되지도 않았고, 차도의 아스팔트도 듬성듬성 깨져있었어요.
사람들은 으레 차도의 한 곁으로 걸어다니고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빅토리 파크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찾았어요.
그런데 문을 잠겨 있었고, 운행하지 않은지 꽤 된건지 얼핏 보이는 내부에는 먼지가 잔뜩 쌓여있고 쓰레기가 쌓여있었어요.
"여기 운행 안 해요?"
우리가 근처에서 서성거리자 어디선가 나타난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았어요.
"운행 안 해요. 운행 안 한지 꽤 되었어요."
"그럼 위에 어떻게 올라가요?"
"택시 타요. 정상까지 싸게 데려다줄게요."
역시 못 믿을 론니플래닛!
저는 피곤하기도 하고, 만사가 귀찮아서 '굳이 올라가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택시비도 아까웠고요.
B씨도 비슷한 생각인 듯 했어요.
하지만 A씨는 저와 B씨에게 걸어서라도 올라가자고 열심히 설득했어요.
"두샨베에서 여기 하나 남았는데, 조금 힘들어도 올라가자.
우리가 언제 타지키스탄에 또 와보겠어."
맞는 말이긴 했어요.
A씨가 앞장을 서고, 저와 B씨는 뒤를 따라가면서 언덕 꼭대기에 있는 빅토리 파크를 찾아갔어요.
A씨는 아는 말을 최대한 동원해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봤어요.
"달동네를 통하면 갈 수 있다던데?"
말도 안 통하는 나라에서 달동네를 돌아다녀야한다는 사실이 조금 찜찜했어요.
하지만 혼자도 아니고 사람이 세 명이나 되니까 쪽수로라도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A씨를 앞장세워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자기들이 사는 마을에 외국인들이 돌아다니는 게 신기했는지, 아이들은 전부 몰려나와 우리를 구경했어요.
A씨가 아이들에게 길을 물어보니 아이들이 너도나도 길을 가르쳐주었어요.
우리는 아이들 뒤를 졸졸 따라갔어요.
달동네의 모습.
집들은 모두 가건물처럼 허름하고, 녹이 슬어서 금방 무너질 것처럼 보였어요.
오수 처리도 제대로 안 되는지 하수 냄새도 조금 났어요.
케이블카 도착 장소.
'빅토리 파크'는 타직어로 '갈라바 파크 ғалаба парк'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론니플래닛에서 칭찬을 엄청 한 빅토리 파크에서 보는 두샨베 경관은 사실 별로였어요.
워낙 나무들이 많이 자라서 건물들이 제대로 보이지가 않았어요.
그냥 녹지 사이에 건물 꼭대기가 조금씩 나와있는 정도였어요.
해지는 모습을 보며 빅토리 파크에서 먹는 '심심' 맥주가 좋다고 론니플래닛에 적혀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꼭대기에는 노천 술집이 몇 개 있었어요.
B씨가 '심심맥주'를 마셔보자고 해서 우리도 한 곳에 앉아, 심심 맥주 500cc 세 잔을 시켰어요.
맥주는 500cc가 아니라 그 두 배는 되는 듯 했어요.
조금 김이 빠져있었지만 맥주 자체의 맛은 괜찮은 편이었어요.
케이블카가 제대로 작동해서 편히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맥주 한 잔 하는 거라면 꽤 괜찮은 곳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러나 기념 삼아 한 번 정도라면 모를까 달동네를 걸어서 오르내리면서까지 오기에는 아쉬운 곳이었어요.
바에서 내려다보는 두샨베 풍경.
우리는 맥주를 마셔서 살짝 배가 부르고 알딸딸한 기분 좋은 상태로, 해가 지기 전에 언덕 아래로 내려갔어요.
돌아오는 길.
두샨베에서 마지막 끼니로 사흘동안 매일 들렸던 패스트푸드점 SFC에서 피자를 먹었어요.
바삭바삭한 씬 피자 종류인데, 맛은 있었어요.
저는 피자헛, 도미노, 파파존스 같은 미국 스타일 피자를 좋아하는 편인데,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피자는 대부분 이런 비슷한 피자였어요.
숙소로 돌아와서 우리는 재키할아버지를 만났어요.
"내일 후잔드 갈 생각인데, 택시 잡는 거 도와주실 수 있으세요?"
"내 친구가 어제 후잔드에서 넘어 왔어요. 그 친구에게 물어볼 게요."
재키 할아버지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어요.
"다른 사람 안 태우고 세 사람만 태워서 150달러요."
생각보다 너무 비싼 가격이었어요.
아무리 타지키스탄이 교통비가 비싸고, 후잔드까지 길이 험하다고 하지만 한 사람당 20달러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여행이 끝나고 한참 후에 안 사실이지만, 우리가 외국인이라고 바가지를 씌운 게 아니라 그 정도 가격이면 적정한 수준의 가격이었어요.
우리가 망설이자 재키 할아버지가 열심히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사람 안 태우고 세 사람만 태우는 거예요.
편하게 다녀올 수 있어요.
운전도 정말 잘 하고, 세워달라고 하면 다 세워줘요.
차도 좋아요. 한국산 무쏘예요."
우리는 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흥정을 해서 가격을 깎아야하나, 아니면 택시 정거장에 가서 알아봐야 하나 이야기를 했어요.
설상가상으로 재키 할아버지 친구분은 신호 불량으로 전화 통화가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A씨가 갑자기 예상 외의 아이디어를 냈어요.
"중간에 '이스칸다르 쿨' 에 들렸다 가자."
A씨의 이야기는 이랬어요.
론니플래닛에 나온 타지키스탄 지도를 보니 이스칸다르 쿨은 두샨베에서 후잔드로 넘어가는 길에서 20km정도만 들어가면 있다고 했어요.
갔다가 온다고 해도 어차피 오래 걸리지 않을 테고, 이스칸다르 쿨 자체도 타지키스탄의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이니 충분히 들릴만한 곳.
즉, 가격을 깎기 힘들다면 다른 곳을 집어넣자!
꽤 괜찮은 아이디어였어요.
다른 중앙아시아 나라들을 여행할 때도 써봤지만, 이 방법은 꽤 잘 통하는 방법이예요.
너무 가격을 깎아버리면 나중에 더 달라고 우기거나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거든요.
차라리 이동하는 경로 근처에 있는 다른 곳을 들리자고 흥정을 하면 곧잘 먹혀요.
우리는 잭키 할아버지께 A씨의 아이디어의 설명했어요.
만약 이 조건을 수락하지 않는다면 다른 택시를 알아보겠다고 했어요.
잭키 할아버지는 친구에게 물어보겠다고 하고, 안되면 다른 택시 잡는 것을 도와주시겠다고 했어요.
다음날 아침 8시 반에 호텔 앞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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