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서 짐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어요.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러서 그런지 재키 할아버지는 아직 보이지 않았어요.
A씨에게는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저와 B씨는 가는 동안 먹을 간식거리와 물을 사기 위해 잠깐 가게를 들렸다 오겠다고 했어요.
"바로 기차역이 저기 있었구나."
우리가 묵고 있는 포이타흐트 호텔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두샨베 기차역이 있었어요.
간식거리를 사가지고 오니 A씨가 잭키 할아버지와 이미 만나서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우리가 얘기한대로 해주겠다고 했대요.
지금 세차 중이래요."
이제 두샨베를 떠나는 구나.
왠지 시원섭섭한 생각이 들었어요.
"빨리 차에 타요."
재키 할아버지가 친구 분이 계신 곳까지 데려다주시겠다고 하셨어요.
"저 차예요."
그곳에는 믿음직한 차 한 대가 서 있었어요.
두샨베에서 후잔드까지 가는 길에는 3000m가 넘는 고개를 두 개나 넘어야한다고 해요.
길 상태가 워낙 안 좋아서 일반 이륜구동 자동차로는 어림도 없고, 힘이 좋은 사륜 구동 자동차로 가야한다고 해요.
실제 차를 타보니 넓고, 승차감도 엄청 좋았어요.
왜 재키 할아버지가 '한국산 무쏘'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자랑을 했는지 알 거 같았어요.
다만, 우리를 후잔드까지 데려다줄 기사 아저씨께서 러시아어와 타직어 밖에 못 한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어요.
우리 중 그나마 러시아어를 아는 사람은 B씨 밖에 없었고, 저는 간단한 단어 몇 개만 알아듣는 수준이었거든요.
재키 할아버지께서 감사의 인사를 하며 헤어졌어요
그 분 덕분에 여행을 즐겁게 할 수가 있었어요.
할아버지는 연락처를 주면서, 만약에 여행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을 하라고 하셨어요.
이제 후잔드로 출발!
바르조브 갈 때 보았던 두샨베 인근 시멘트 공장.
바르조브 지역.
지난 번에는 날씨가 안 좋아서 중간에 돌아와야 했지만, 이번에는 바르조브를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지난 번에 못 가본 곳까지 볼 수 있었어요.
론니플래닛을 보면 바르조브 끝에는 폭포가 있다고 했는데, 실제 폭포가 있었어요.
"세워주세요!"
"여기 대통령 별장이 있어서 차 세우면 안 되요."
우리는 아쉽지만 차 안에서만 보고 그냥 지나가야했어요.
우리 앞에는 설산이 펼쳐졌어요.
"저 산을 우리가 넘어가야해요."
두샨베에서 후잔드에 가기 위해서는 안조브와 샤흐리스탄 두 개의 큰 산을 넘어야해요.
둘 다 3000m가 넘는 거대한 산이라서 5월에도 눈이 쌓여있는 것이예요.
만년설을 본 것은 터키 여행 중 카이세리에서 '에르지에스'라는 산을 본 것 이후 두번째.
그 때는 직접 산에 가보지는 못하고 멀리서 쳐다보기만 했는데, 이번에는 직접 올라간다니 왠지 알프스 온 기분이 들었어요.
톨게이트.
타지키스탄에는 많은 중국의 건설 기업들이 진출을 해서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중이예요.
안조브와 샤흐리스탄 산도 현재 중국 기업들이 도로를 닦고 있다고 했어요.
과거 도로는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사고가 나거나 중간에 차가 멈춰서는 건 흔한 일이고, 겨울이나 날씨가 안 좋을 때에는 아예 육로 이동이 불가능했다고 해요.
외국인은 어림도 없고, 운전에 정말 능숙하고 경험이 풍부한 현지인들이 운전을 하고 가는데도 반쯤은 목숨을 내놓고 가는 길이라 론니플래닛에도 보면 '왠만하면 비행기 타고 가라.' 라고 쓰여있어요.
새 도로는 개통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계속 공사를 진행 중에 있는 상황이라고 해요.
갓 지은 도로라서 그런지 도로 상태는 상당히 좋았지만, 톨게이트 비는 상당히 비쌌어요.
산으로 올라갈수록 길 옆으로 하얀 것이 자꾸 보였어요.
"저게 뭐예요?"
"눈."
진짜???
다 똑같이 눈이 쌓여있는게 아니고, 눈이 저렇게 한 곳에만 쌓아놓은 것처럼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어요.
우리는 아저씨에게 잠시 세워달라고 했어요.
진짜네.
눈은 쌓이고 쌓여서 거의 돌처럼 딱딱해져있는 상태였어요.
멀리서보면 쏟아질것처럼 위태위태한데 미끄러질 듯한 상태로 굳어있는게 신기했어요.
돌산을 깎아서 도로를 만들었는지 도로 옆으로는 깎아지를 듯한 돌산이 계속 나타났어요.
여차하면 금방이라도 돌이 떨어질 것처럼 위태위태한 곳이 한 두 군데나 아니라서, 도로 근처에 낙석 방지 시설을 좀 해야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마 우리 나라가 타지키스탄에 수출을 하면 잘 팔리지 않을까 해요.
저 하얗게 쌓인 게 전부 눈이예요.
도로 양쪽으로 거의 어른 키높이만큼 쌓여있었어요.
우리가 창문에 달라붙어 신기하게 쳐다보자 기사 아저씨께서는 이 정도는 보통이고 2-3미터 쌓인 눈도 흔하다고 했어요.
카메라를 어디다 가져다대든 다 사진 엽서가 되는구나!
확실히 고도가 높아지니 기온이 낮아서 창문을 열기 힘들 정도로 바람이 차가웠어요.
산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도로.
우리가 달리고 있는 도로는 이렇게 수천미터가 되는 산등성이를 깎아서 만든 길이예요.
대관령 옛길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엄청나게 위험하고 힘든 난공사가 공사가 매우 더디게 진행된다고 했어요.
거의 꼭대기쯤 올라왔어요.
"우리 이제 터널 들어갈거예요."
기사 아저씨께서는 안조브 패스 거의 정상 즈음에 5km 짜리 터널이 있다고 했어요.
예전에는 이란인들이 와서 5-6년간 공사를 했는데 개통을 했다가 다시 폐쇄하고 지내다가, 현재는 중국 기업이 와서 다시 공사를 재개 중이라고 해요.
이 터널이 개통되기 이전에는 정말 산 꼭대기를 뱅뱅 돌아가서 엄청나게 시간이 걸렸
터널 안은 아직도 공사중이었어요.
일단 차량은 다니게 해놨지만, 전등 시설도 없고 길도 흙바닥이었어요.
도로 한 쪽에서는 한창 작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먼지를 없애려는지 계속 물을 뿌려댔어요.
포장도 안 된 흙바닥에 계속 물을 뿌려대니 도로는 울퉁불퉁 파이고 지나가는 차들은 전부 흙탕물을 잔뜩 뒤집어 썼어요.
그나마도 계속 차들이 밀리고, 공사 때문에 계속 멈춰 세웠어요.
30여분 만에 터널을 빠져나와서 다시 세상의 빛을 보니 정말 천국에 다시 온 기분이었어요.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시설 같아요.
아저씨는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내려가는 도로인데!
바로 옆이 절벽인데!
이런 어마어마한 급커브라니...
자동차 광고 찍어도 되겠네.
옆에서는 한창 도로를 새로 만들고 있는 중이었어요.
보기만 해도 염통이 쫄깃쫄깃해지는 기분이었어요.
산을 내려오고 나니 뭔가 큰 한 고비를 끝낸 기분이 들었어요.
한참동안 차도 별로 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유유자적 다녔어요.
저 앞에 보이는 눈 덮인 산은 '샤흐리스탄'.
우리가 넘어야할 또 하나의 산.
이 때만 해도 안조브 패스를 쉽게 넘었단 생각에 저 산의 무서움을 잘 알지 못했어요.
갑자기 기사 아저씨께서 도로 한 켠에 차를 멈추시고, 한쪽을 가리켰어요.
산에서 물이 나오고 있었어요.
"저 물은 이스칸다르 호수에서 나오는 물이예요."
아저씨의 말씀에 따르면 이스칸다르 호수는 산 꼭대기에 생긴 호수라고 했어요.
전세계 여러 나라의 학자들이 이스칸다르 호수의 물이 어디서 나오는가에 대해서 연구하려고 했지만, 결국 밝혀내지 못했다고 해요.
자신도 10여년 전에 와본 뒤로는 온 적이 없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이스칸다르 호수로 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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