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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카프카즈&터키[完]

[조지아] 18. 7/13 바투미 (2)

by 히티틀러 2013.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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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미 시내는 열심히 공사 중이었어요.

인도 뿐만 아니라 차도까지 공사하는 곳이 많아서 먼지도 풀풀 날릴 뿐만 아니라 차와 사람이 섞여서 있다보니 위험하기도 했어요.



지도도 보지 않고 무작정 걷다보니 큰 호수가 있는 공원이 나왔어요.




공원은 꽤 규모가 컸지만, 그곳도 공사 중이었어요.

산책하기에는 괜찮았지만 그늘이 별로 없어서 여름날에 돌아다니기에는 좀 더웠어요.

그늘이 좀 있는 벤치에는 전부 사람들이 앉아있어서 마땅히 앉을만한 자리도 없는 게 조금 아쉬웠어요.

선선한 저녁 무렵에 간단한 간식거리를 들고 오면 괜찮을 거 같아요.










"밥 먹자."


돌아다니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졌어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참고할 겸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 그루지아 편'을 봤어요.

거기서 PD가 그루지아 청년들과 함께 '낀깔리'라는 만두와 '하차푸리'라는 치즈 파이 비슷한 전통 음식을 먹는 장면이 나왔는데, 낀깔리가 정말 맛있어보였어요.

그래서 그루지아에 가게 되면 꼭 낀깔리를 먹어봐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근처를 돌아다니다 보니 식당 몇 개가 모여있는 곳을 보았는데, 밖에는 대표적인 메뉴 사진 몇개와 영어로 음식 이름이 적혀있었어요.

식당도 꽤 괜찮아보이고, 제가 먹고 싶던 낀깔리 사진이 있어서 그 곳으로 들어갔어요.

직원들은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서 메뉴를 주문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낀깔리 6개 주세요."

"낀깔리는 10개 단위로만 팔아요."


원래 낀깔리는 개당 파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10개씩 판다고 하니 10개를 주문했어요.

어차피 사람이 둘이고, 아침도 빵으로 때웠으니까 다 못 먹지는 않을 거 같았어요.

그리고 샤슬릭 하나를 더 주문했고, 음료는 레모네이드를 시켰어요.



"이게 레모네이드야?"


땀도 많이 흘리고 해서 새콤한 걸 마실 생각에 레모네이드를 시켰더니, 병에 든 보라색 음료가 나왔어요.

혹시 주문이 잘못 들어간 게 아닌가 해서 다시 물어봤으나 그게 레모네이드라고 했어요.

게다가 음료수 냉장고를 얼핏 보니 보라색 뿐만 아니라 녹색, 빨간색 등 총천연색이었어요.

맛은 그냥 색소 많이 들어간 탄산음료...?



드디어 기대했던 낑깔리.

방송에서 본 대로 옆을 한입 베어먹어 먹고 육즙을 쭉 마신 다음에 먹었어요.

생각보다 뜨거워서 잡고 먹기가 힘들었지만, 육즙이 진짜 별미였어요.

맛은 피가 좀 두꺼운 만두와 비슷했어요.

원래 꼭지는 부분은 먹지 않는다고 했지만, 반죽 자체에 간이 있어 맨밀가루 반죽이어도 먹을 만 했어요.



샤슬릭은 그냥 평범한 맛이었어요.

잘 굽기는 했지만, 낀깔리를 처음 먹어본 탓인지 샤슬릭이 그닥 기억에 남을 만한 맛까지는 아니었어요. 

제가 여행다녔던 지역이 주로 이슬람 국가이다보니 돼지고기 샤슬릭을 거의 먹어보지 못했는데, 그루지아에서는 기독교 국가라 돼지 고기 샤슬릭을 먹어볼 수 있다는 것이 의미있는 정도였어요.












메데아 동상.



바투미는 흑해 연안에 위치한 도시라서 항구가 있어요.

주로 그루지아의 다른 지역으로 운항하는 배가 대부분이었어요.

러시아와 관계가 안 좋아서 러시아 가는 배는 없을 줄 알았는데, 소치 가는 여객선도 있었어요.

항구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거의 공원처럼 이용을 하는 것 같았어요.

실제 잔디밭도 일부 조성되어 있고, 벤치도 놓여져있었어요.

가족이나 친구끼리 나와서 산책을 하기도 하고,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항구에 있던 바투미 관광 안내도.

너무 오래 방치되어 있어서 빛이 바래 흐릿해서 어디가 어딘지 잘 구별도 안 갔어요.

마땅히 볼 것도 없고 할 것도 없고, 시간은 많이 남아서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어요.

외국인인 우리가 신기한지 그루지아 사람들이 다가와서 어설픈 영어로 이것저것 말을 걸기도 하고,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다시 돌아다니자."



돌아다니다보니 멀리서 모스크가 있는 듯 미나렛이 보였어요.

그루지아는 기독교 국가라서 돌아다니면서 틈틈히 성당이나 교회 건물을 많이 보았지만, 모스크는 처음 보았어요.

1860년대에 지어진 이 모스크는 바투미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모스크라고 해요.

그루지아의 이웃 국가인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이 이슬람 국가이기도 하고, 터키랑 워낙 가까이 있는 도시라서 남아있는 것 같았어요.

금요일에 오면 바깥에서 단체로 기도를 드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해요.

근처에는 터키 식당과 함께 터키식 디저트와 케이크, 차를 파는 찻집이 위치해 있었어요.

우리는 찻집에 들어가서 차를 시켜마시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앉아서 이야기도 하고, 여행 기록도 남기다보니 어느덧 밖이 어두워졌어요.






메데아 동상이 있는 광장에는 늦은 시간까지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어요.

오히려 낮보다 더 많은 것 같았어요.

돌아다니면서 간식거리를 파는 사람들도 보였어요.


슬슬 걸어서 버스회사 사무실을 돌아가니 직원들이 우리를 바로 알아보았어요.

짐을 찾고 좀 기다리다 차에 탔어요.

표를 살 때 기사 옆 두자리에 앉겠다고 했긴 했지만 혹시 누가 앉을지 몰라서 서둘러서 자리를 차지했어요.

11시 반에 출발하기로 되어있는 버스였지만, 막차다보니 사람이 좀 밀려서 조금 늦게 출발했어요.

그루지아에서는 버스가 제 시간에 출발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요.

예정 시간보다 10~20분 정도는 늦게 혹은 일찍 출발하는 일이 많으니 여유있게 30분 정도는 미리 가서 기다리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운전기사 옆에 있는 앞 좌석에 앉기로 한 건 정말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중간중간 사람들이 계속 타는데, 막차다보니 다른 차를 타라고 할 수도 없고 사람들을 뒷좌석에 마구 태웠어요.

안그래도 작은 승합차에 앉을자리는 커녕 설자리도 좁아서 뒤에 탄 사람들은 정말 다닥다닥 구겨져서 가야했지만, 앞자리에는 태울 자리가 없어서 아무도 태우지 않았어요.

한동안 뒷자리가 꽤 시끄럽더니 밤 1-2시가 넘어가자 슬슬 조용해지기 시작했고, 도로 근처에는 차의 헤드라이트를 제외하고는 불빛이 하나도 없었어요.

운전기사는 가로등 하나 없는 산길을 속도조차 줄이지 않고 능숙하게 운전을 했어요.

처음에는 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금 겁이 나기도 했지만, 피곤해서 곧 잠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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