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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2011 카프카즈&터키[完]

[터키] 01. 7/7 터키 이스탄불

by 히티틀러 201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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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출발일은 7월 6일.
그러나 밤 11시 5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라 뜨자마자 여행 둘째날.
떠나기 며칠 전 일정이 조금 빠듯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항공권을 바꾸려고 했으나 1인당 20만원 이상을 더 부담해야 한다기에 깔끔하게 포기하였다.

2년만에 타보는 터키항공.
예전보다 서비스가 눈에 띄게 좋아져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자마자 기내용 실내화와 천으로 된 아이보리색 파우치를 주었는데, 안에는 기내용 양말, 1회용 칫솔과 치약, 안대, 귀마개 그리고 립밤이 들어있었어요.
예전에는 여행용 세면도구 케이스 같은 비닐 가방에다가 립밤은 들어있지도 않고, 치약은 차라리 양치를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정도로 맛이 없었어요.
승무원들도 우리나라처럼 항상 웃고 다니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부탁하면 친절하게 응대해줬어요.


밤 늦게 출발하는 비행기라 이륙하자마자 간식과 기내식이 나왔어요.
헤즐넛과 음료를 주는데, 터키 항공은 와인을 시키면 조그마한 병째 준다고 해서 M씨와 한 병씩 시켜봤어요.


터키제 와인이라는데 나쁘지는 않았어요.
다만 스위트한 걸로 시켜야하는데 드라이한 걸 줘서 마시기가 힘들었어요.


기내식은 치킨 쉬시 케밥과 비빔밥 중 선택.
저는 치킨 쉬시 케밥과 터키의 맛, 에페스 맥주를 마셨어요.
다 먹고 설탕 듬뿍 넣은 차이까지 마시고 나자 터키에 있는 기분마저 들었어요.
기내식을 다 먹고 나면 물을 한 통 주는데, 그 물은 꼭 받아 챙겨야해요.
자고 일어나면 기내가 건조해서 목이 탈 듯이 마르거든요.
같이 간 M씨는 밥만 먹고 금방 자버려서 물을 못 받았더니 나중에 목말라서 정말 고생했어요.
저는 연이은 알코올 섭취로 숙면을 취했어요.
10시간이 넘는 비행, 잠들 때는 중국 상공 위였는데 깨보니 이미 비행기는 터키 위.
M씨는 잠을 설쳤다며 저를 부러워했어요.
어쨌거나 눈뜨자마자 또 밥.
메뉴 선택 없이 평범한 오믈렛이었어요.


M씨는 "그쪽 지역 날씨가 더우니까 짜게 먹어야해요." 라면서 소금이며 고추장이며 있는대로 다 쳐서 먹었지만, 저는 평소에도 싱겁게 먹는 편이에요.
기내식 자체만으로도 저에게는 간이 있는 편이라서 M씨의 말을 한 귀로 흘리고 그냥 먹었어요.
그런데 이제 나중에 그 사단을 낼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7월 6일 새벽 5시 15분 아타튀르크 공항 도착.
트빌리시행 비행기는 오후 1시 10분.
8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잠시 이스탄불을 둘러보고 오기로 했어요.
그런데 입국 심사대가 바글바글바글.
새벽이라 입국 심사대를 몇 개 열어놓지도 않았는데, 비행기는 5분마다 2-3대씩 도착했어요.
입국 심사를 받는데만 40분이 걸렸어요.


아타튀르크 공항을 나와서 시내로 가기 위해서는 전철을 타야해요.
일반 시민들은 '악빌'이라는 교통카드를 갖고 다니지만, 저 같은 관광객들은 지하철이나 트램바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제톤'이라는 1회용 토큰을 사야해요.
예전에는 매표소에서 인심 좋게 생긴 할아버지 두 분이 앉아서 제톤을 팔았는데, 이번에 가니 이상한 '제톤마틱' 이라는 기계만 여러 개 벽에 덩그러니 달려있었어요.
저와 M씨, 두 사람이 이스탄불에 나갔다 오려면 토큰이 8개 필요해요.
터키어로 뭐라고 막 써있기는 한데, 이리 해봐도 안 되고 저리 해봐도 안 되길래 20리라 지폐를 집어넣었어요.

'우루루루루루루루~~'

기계가 제톤 11개와 잔돈을 토해냈어요.
갯수 선택의 자유 따위는 없었어요.
당황해서 입구에 서 있던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환불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으나, 직원은 귀찮은 듯이 갖고 있다가 다음 번에 지하철을 탈 때 쓰라고 했어요.
하지만 다시 이스탄불에 올 일은 없는 상황.
계속 부탁하자 결국

"환불은 안 되고 오는 사람에게 팔아요"

직원이 제톤을 뽑으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제톤을 팔았어요.
다행히 1개는 팔렸지만 잘 안 팔렸어요.
아닌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다들 그 기계 때문에 쩔쩔 매고 있었어요.
터키인들조차도 제톤을 필요보다 많이 뽑았다며 투덜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거의 직원의 일은 무단으로 지하철 타는 사람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그 기계 다루는 것을 도와주는 것처럼 보였어요.
시간이 넉넉치가 않아서 나머지 2개는 기념을 하나씩 갖기로 하고 시내로 나왔어요.


이스탄불에서 제일 유명한 장소는 성 소피아 성당과 블루모스크가 있는 술탄 아흐멧 지역.
그러나 그것도 자주 보면 시들해요.
그 아무리 유명한 블루모스크라도 나중에 가면 그 모스크가 그 모스크.
M씨도 그닥 이스탄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에미뇌뉘 지역과 이스티크랄 거리로 가기로했어요.


예니자미 Yeni Cami 예요.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신(新) 모스크.
블루모스크에 가려져서 이름은 비교적 덜 알려져있지만, 여기가 은근히 사진빨이 잘 받아요.
입장료도 공짜예요.


 


갈라타 다리 위.
M씨와 함께 아침으로 근처 노점상에서 시미트와 오렌지 생과일 주스를 사먹었어요.
시미트는 역시 이스탄불이라서 비쌌어요. 한 개 1리라.
오렌지주스는 즉석에서 압축해서 파는 100% 무첨가 오렌지 과즙.
한 컵에 오렌지 3개가 들어갔는데, 가격은 2리라.
M씨가 "다른 게 브런치가 아니고 이런게 브런치예요. 한국에서 이렇게 먹으면 만원은 나올걸요." 라면서 좋아했어요.

갈라타다리에서는 여전히 많이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어요.
처음 터키에 왔을 때 우산이 뒤집어질 정도로 비바람이 부는데도 낚시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충격을 받았던 갈라타 다리.
씨알이 크진 않아도 물고기는 잘 잡혔어요.
물에 원래 고기가 많은 건지 아니면 멍청해서 근처 고기가 다 몰리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하긴 인류가 수렵채집생활을 하면 몇 백만년전부터 지금까지 물고기가 잡히는 거 보면 멍청하긴 한 거 같아요.

갈라타 다리를 도보로 횡단한 후 이스티크랄 거리로 가기로 했어요.
이스티크랄 거리까지 가려면 튜넬을 타고 쉬쉬하네 역에서 내리거나 트램바이를 타고 종점 카바타쉬 역에서 내린 뒤 지하철로 갈아타서 탁심으로 가면 되요.
그러나 한 번도 그렇게 가본 적이 없어서 생각이 잘 안 났어요,
언덕을 박박 기어올라서 갈라타 타워까지 올라갔어요.

"이 길 맞아?"
"응, 이 길 맞아."

갈라타타워에서 샛길로 빠지면 이스티크랄 거리가 나와요.
그러나 오랜만에 가서 긴가민가했어요.
어차피 M씨는 이스탄불 지리를 모르니 저만 졸졸 따라다녀야되는 상황.
더워서 체리 500g을 사서 까먹으면서 물어물어 이스티크랄 거리에 갔어요.
시간이 별로 없어서 휙 둘러만 보고 공항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간단히 출국 심사를 받고 비행기를 타러 갔어요.
트빌리시는 가까워서 그런지 2터미널이었어요.
면세점이 하나 있긴 했으나 면세점이라고 하기도 애매할 정도로 영세한 수준.
화장실에 가고 싶었으나 화장실도 청소 중이나 볼일을 몸으로 흡수해야했어요.


원래 이스탄불-트빌리시행 비행기는 13시 10분에 출발하기로 되어있었지만 20분 연착되었어요.
사람들은 심심한지 멍하니 넋놓고 있거나 서성거리고 있었어요.
외국인으로 보이는 한 백인 노부부는 가방에서 부루마불 같은 게임을 꺼내서 놀았어요.


간신히 비행기 탑승.
그러나 출발할 비행기가 밀려서 2시가 훨씬 넘어서야 출발했어요.
이 연착 때문에 이후 일정이 완전히 망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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